- ‘무통분만’ 편안한 출산 돕는다 … 자궁 열리는 속도 더뎌 진통시간 지루할 정도로 길어질 우려
진통이 시작됐다고 해서 바로 무통주사를 시술하면 자궁수축이 억제돼 자궁구가 열리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첫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나 앞으로 아기를 낳으려는 젊은 여성은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임신부 10명 중 1명은 분만에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산모의 통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무통분만주사’의 선호도가 높다. 임신·출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위 ‘무통천국’이라며 ‘강추’(강력추천)한다. 무통천국은 출산 시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무통분만주사를 맞고 큰 고통 없이 아기를 낳은 사람이 쓰는 말이다.
국내서 무통분만에 대한 본격적인 시도를 한 것은 약 20년 전부터다. 처음에는 산고를 일종의 모성의 상징으로 여겨 부담스럽게 여겼다. 반면 최근에는 산모의 정서적 안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무통분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무통분만은 진통 중 의식은 유지하되 통증은 경감시켜주는 시술이다. 간혹 마취제를 쓴다는 말에 아기를 생각해서 이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산모도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무통분만은 경막외마취로 약물이 혈액에 흡수되지 않아 아기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아 안심해도 된다”며 “감각신경은 무뎌지지만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힘을 주기 위한 운동신경은 마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통주사는 허리의 경막 외 공간에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해 지속적으로 진통제를 주입한다. 이후 자궁수축으로 인한 진통과 질·회음부 통증이 억제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산통으로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만들어 분만시간이 단축되는 게 장점이다.
신 원장은 “경막외 마취 과정은 자궁이 3~4㎝ 정도 열려 산통이 최고조에 달할 때 이뤄진다”며 “진통이 시작됐다고 해서 바로 시술하면 자궁수축이 억제돼 자궁구가 열리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는 의학적으로 무통분만이 가능하다면 가급적 이를 시행토록 권고한다”며 “무통분만은 산모의 불안과 고통을 줄여 출산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고 덧붙였다.
또 분만 후 회음부를 꿰매는 과정의 통증까지 지워주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무통주사는 진통 중에 통증을 참을 수 없는 임신부가 원한다고 무조건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궁이 5㎝ 이상 열렸을 때는 실행할 수 없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간혹 진통제가 잘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람마다 마취약에 대한 내성이 다르기 때문에 3% 정도의 산모는 무통주사의 효과를 보지 못할 우려가 있다. 통증은 주관적인 것인 만큼 무통분만을 실시했을 때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통증이 전혀 없는 산모가 있는 반면 드물게 실패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마취제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산모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시술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심한 경우 자궁 열리는 속도가 더뎌서 고통은 없지만 진통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길어질 수 있다.
신 원장은 “진통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며 “흔히 산모들은 무통분만을 하면 아무런 진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자궁이 3~4㎝ 열릴 때까지의 통증은 느끼게 된다”고 지적헀다.
무통분만 후에는 허리에 주사를 지속적으로 맞은 여파로 드물게 허리통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본의 아니게 주사가 경막을 뚫었을 경우에는 두통을 동반하지만 이는 수일 내 사라진다. 하지만 후유증으로 생각되는 증상이 오랫동안 계속되거나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병원을 찾아가보는 게 좋다.
특히 임신중독증, 당뇨병, 고혈압을 가진 산모는 웬만하면 무통분만을 선택하는 게 좋다. 안정된 호흡을 유지하고 진통이 없는 편안한 분만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저혈압이거나 혈액응고 장애가 있는 임신부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한다.
신용덕 원장은 “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산모의 심리적 안정”이라며 “출산에 대한 공포로 무통분만을 선택하게 되는 만큼 경험이 풍부한 통증의학과 의사가 상주하며 수시로 산모상태를 확인해 줄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