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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말 세계 최고 성형국가일까 … 세계 성형 트렌드 리포트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7-06 17:55:24
  • 수정 2015-07-08 19: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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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동안 … 일본은 티나지 않게 … 중국은 180도 변신 …미국은 섹시한 인상 선호 ‘각양각색’

한국의 성형수술 건수가 높은 이유로 미모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쓰는 사회적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점점 거세지는 ‘코리안 뷰티 열풍’에 한국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한국 생채기 내기’에 앞장서는 추세다. 속칭 ‘의느님’으로 불리는 한국 성형외과 의사들의 실력에 감탄하면서도 샘이 나는 모양이다. 일본의 인기 코미디언 기타노 다케시는 과거 일본 예능쇼에 출연해 “독도를 강탈한 한국의 드라마 따위를 보면 되겠냐”며 “한국 연예인들이 예쁜 것은 전부 성형수술 덕분”이라는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분노하기보다 수긍했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성형하는 여자가 많으면 … 나라망신”이라며 오히려 여성들을 질책했다. 하지만 사실상 아시아의 원조 성형강국은 일본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명실공히  ‘성형 강국’으로 여겨진다. 구글에 ‘plastic surgery’라고만 치면 자동검색으로 korea가 뜬다. 하지만 정말 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까.

2013년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는 미용성형을 많이 하는 상위 25개국 리스트를 발표했다. 당시 국내 여러 언론사는 ‘한국, 세계에서 성형수술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는 식으로 자극적인 기사들을 올렸다.

하지만 성형수술 건수로 치면 1위는 미국(310만5000건)이다. 이어 브라질(144만7000건), 중국(105만1000건), 일본(95만3000건), 멕시코(79만5000건), 이탈리아(70만5000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65만건으로 7위에 랭크됐고 전 세계 미용성형 건수의 4.4%를 차지했다. 다만 인구 1만명당 시술 건수로는 131명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국민들은 성형수술로 1위를 했다는 사실에 수치스러워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예쁜 얼굴을 선호하지만 ‘성형수술로 예뻐졌다’는 데에는 묘하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받는 대륙은 아시아가 전체 성형시술 건수의 29.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북미(28.5%), 유럽(24.1%), 남미(15.4%) 순이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받은 미용성형은 보톡스시술(14만6000건)이었다. 이어 필러(9만건), 레이저제모(5만3000건), 지방흡입수술(5만1000건), 가슴확대수술(3만5000건), 코수술(3만2000건)순이었다. 보톡스나 필러 등 주사를 활용한 쁘띠성형을 선호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얼굴을 갈아 엎는’ 거대한 수술건수는 적은 셈이다. 자연스러운 동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또 ‘남들 예뻐진다니 나도 한번…’ 하는 마음에 가장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게 이들 쁘띠성형이다.

한국의 성형수술 건수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 와서 성형수술을 받는 주변 나라 사람들이 차지하는 부분도 있다. 이번 통계는 자국민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수술받은 외국인의 수술건수를 포함한 것이다. 지난해에만 40만건 이상의 중국 및 일본인 상대로 성형수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성형외과를 가장 많이 찾는 이들은 가까운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서 온 환자들이다. 다만 이들 두 나라는 성형수술 과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성형경력을 문제삼아 우리나라 여배우들을 못잡아먹아 안달인 일본인들도 한국의 성형수술 실력은 인정,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일본은 세계에서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자국에서만 1년에 약 100만 건의 성형이 이뤄진다.
이들의 목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예뻐지기’다. 남들 앞에서 수술한 티를 절대 내지 말아야 한다. 수술 결과가 행여나 부자연스러워질까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최대한 청순하고 귀여운 얼굴로 자신의 본바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수술한다. 드라마틱한 결과는 나오지 않아도 과거와 비교하면 깜짝 놀랄 만큼 인상이 변해 있다. 주로 청순해보이는 외모를 선호한다. 전반적으로 눈이나 코가 동글동글한 분위기다.

일본의 성형외과 전문의 이케다 도쿄 스킨서저리클리닉(일본 도쿄 긴자) 박사는 “일본에서는 메스를 사용하지 않는 안검하수수술, 부기가 적은 매몰법 수술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미용 시술이나 성형수술에 대해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장덕 이데아성형외과 원장은 “일본 환자들은 눈성형이나 코성형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국을 여러번 방문해 조금씩 수술을 진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여성들은 한번 수술로 드라마틱한 변신을 꿈꾼다. 돈은 얼마를 내도 좋다. 대신 이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을 원한다. 눈코성형은 기본이고 양악수술, 유방성형, 지방흡입술까지 주문한다. 말 그대로 ‘통 큰 손님’이다.

‘요우커’(游客, 중국인 관광객)가 국내 성형외과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13년 한국에서 진료받은 외국인 환자 중 중국인이 26.5%(5만6000여명)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들이 2013년 한해 사용한 의료비만 1000억원이 넘는다.

권장덕 원장은 “중국인 환자는 전신성형이나 얼굴도 한 번에 여러 곳을 수술할 정도로 화끈하게 결정한 뒤 큰 변화를 확인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상담하기도 전에 병원 근처 호텔 장기투숙권을 구매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환자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배우 ‘판빙빙’처럼 시원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선호한다. 한국이나 일본 여성이 성형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것과 달리 중국 여성은 성형 사실을 오히려 과시하려는 듯한 경향을 보인다.

중국인은 관상학적인 부분을 많이 따지기도 한다. 중국인은 코끝이 들려보이면 ‘콧구멍으로 돈이 새어 나간다’고 싫어한다. 약간 코끝이 들린 반버선 형태의 코성형을 선호하는 한국인과 다른 양상이다. 이밖에 수술 시 부적을 착용하고 수술받거나, 춘제(춘절, 음력 1월 1일, 설날 또는 구정) 후 한달 이내에는 몸에 가위나 칼 등을 대면 안 된다는 이유로 구정 한달 후 수술을 고집한 사람도 있다.

반면 서구사회는 어떨까. 미국은 요즘 ‘립인젝션’(입술확대주사)과 눈썹거상술의 인기가 대단하다. 일부 패션지에서는 ‘립인젝션은 새로운 보톡스다’ 라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오밀조밀한 얼굴을 지향하는 동양인과 달리 섹시하고 도발적인 미인을 선호하는 만큼 여성성을 연상시키는 부위를 성형하는 게 대세다. 쌍꺼풀은 대부분 갖고 있어 크게 교정하지 않지만 도발적인 눈매로 만들어주는 눈썹거상술의 인기는 높다. 최근에는 17살 리얼리티쇼 스타 카일리 제너가 어린 나이에도 이들 수술로 성숙한 이미지로 변신하는 데 성공,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방흡입수술, 복부터미턱(Tummy Tuck, 복부조각술), 코성형, 가슴확대수술, 엉덩이보형물수술 등이 성형수술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이미 높은 코를 왜 고칠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매끈하지 못하고 울퉁불퉁한 콧등 라인을 교정하는 성형이 자주 이뤄진다. 코의 크기를 오히려 줄이는 경우도 적잖다.

남미(라틴아메리카)도 미국과 비슷한 부위를 주로 성형한다. 다만 가슴이나 엉덩이는 조금 더 과장된 볼륨을 주는 게 선호된다. 미국 코스모폴리탄은 라틴아메리카 중 성형수술을 많이 받는 곳으로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를 꼽았다.

성형과는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이슬람 국가에서도 성형수술은 부유한 젊은층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코성형 대국’으로 꼽힌다. 테헤란 거리를 걷다보면 코에 깁스를 하고 반창고를 붙인 사람이 적잖다. 이란 사회에서 코성형은 사회적 신분을 표시하는 도구가 돼 버렸다.

성형수술 고객 중에는 이슬람 고위성직자들의 딸들도 포함돼 있다. 이란에서 2000년대 초반 성형수술을 공식적으로 허용한 인물은 종교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다. 그는 한 종교적 인물이 자신의 딸의 성형에 대해 조언을 구한 뒤 성형수술을 합법화했다. 무엇보다 이란 여성들은 머리와 몸을 가리고 다니기 때문에 관심은 자연히 얼굴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다만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성형외과 의사가 소수인데다 수요는 이보다 10배 이상 많아 불법시술이 성행하는 추세다. 불법시술자들은 값싼 가격으로 고객들을 끌어당긴다. 아비디푸르 테헤란 의대 박사는 “120달러로 20번의 코 수술을 받은 여성이 교정을 받으러 온 적이 있다”며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모를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성형수술이 성행하는 분위기이지만 한국이 유난히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은 아무래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 획일화된 기준에 맞춰 이를 벗어나면 ‘예쁘지 않다’고 단정해버리는 사회분위기가 한 몫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눈은 반원을 그리며 시원해야 하고, 콧대는 반버선 모양을 이루며 콧방울은 ‘얄쌍(얄팍)’해야 하며, 턱은 갸름한 V라인을 유지하되 볼살은 처지지 않고 통통해야 하는 등 기준이 지나치게 세세하다.

성형수술은 콤플렉스를 지우고 스스로 원하는 이상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만든다. 어떤 이는 성형을 ‘칼을 사용하는 정신의학’이라고도 부른다.

다만 호감과 경쟁력을 얻기 위한 성형은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욕망을 반영할 뿐이다. 한국에서 성형을 결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향상 의지보다 남들의 시선이 주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술대에 눕는 경우가 더욱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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