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27)는 여름을 앞두고 몸매를 가꾸기 위해 다이어트에 좋다는 식품을 구매해 먹고 1일 1식 및 원푸드다이어트를 시도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도 꾸준히 실천했지만 체중계 눈금은 오히려 높아졌다. 그러던 중 골다공증, 탈모 등 부작용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고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운동요법, 생활습관 개선, 식이요법에 나서기로 했다.
비만은 미용상의 문제는 물론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발해 생명을 단축시킨다. 국내에서도 식생활과 생활방식이 서구화되면서 비만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국내 비만율은 2008년 21.6%에서 2014년 25.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30대 이상 성인의 20~30%는 비만 관련 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칼로리 식사, 동물성 지방 섭취, 운동부족으로 비만해지고 이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폭식을 해 증상이 더 악화된다.
비만 환자는 정상인보다 고혈압 발생률이 5.6배, 고지혈증은 2.1배, 당뇨병은 2.9, 유방암 1.1배, 대장암은 1.6배 높다. 하지만 개인이 고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정신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비만을 치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신미승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다양한 임상경험과 실질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비만치료의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은 비만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이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비만율이 가장 높은 미국은 적극적인 비만관리대책을 수립해 실행 중이다. 1998년 미국국립보건원(NIH)이 비만관리지침을 처음 발표한 이후 2013년 미국심장학회와 비만학회는 새로운 비만관리지침을 발표했다.
개정판은 과거 지침에 비해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한 게 특징이다. 기존 지침은 1980~1997년 사이의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돼 한계가 있었다.
새 지침은 △체중감량이 필요한 비만 환자의 선별 △체중감소로 인한 건강의 이득 △체중감소를 위한 식이요법 △생활양식 중재요법과 상담 △비만수술 등 5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비만(체질량지수, BMI 30㎏/㎡ 이상)이거나 과체중(BMI 25~29.9㎏/㎡)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을 한 가지 이상 가진 환자는 적극적으로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비만치료는 비만 환자뿐만 아니라 비만 관련 질환을 한 가지 이상 갖고 있는 과체중 환자에게도 실시한다. 과거에는 과체중 환자가 비만관련 질환을 2개 이상 가지고 있을 때에만 치료 대상으로 봤다. 비만 관련 질환으로는 고혈압, 포도당 불내성/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수면무호흡증, 비알콜성 지방간 등이 있다.
체중을 3~5%만 감량하면 중성지방, 혈당, 당화혈색소 수치,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 등이 감소한다.
체중감소를 위한 식이요법에는 왕도가 없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새 지침 개발위원들은 “수많은 체중감량 식이방법을 검토했으나 특별히 우월한 식이요법을 찾을 수 없었다”며 “올바른 식이요법은 저열량식품 섭취로 시중의 다양한 다이어트 식품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생활습관 중재요법은 자주 받을수록 좋다. 전문가의 중재요법을 6개월에 약 14회씩 1년 이상 받으면 비용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인터넷이나 전화상담은 대면 상담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
고도비만 환자라면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BMI 40 이상이거나, 35 이상이면서 관련 질환을 가졌다면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신 교수는 “새로운 비만관리지침은 비만과 과체중을 치료해 심혈관계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다만 국내 의료 현실상 생활습관 중재요법을 그대로 따르기 어렵고, 비만 기준이 서양인보다 낮은 BMI 25㎏/㎡ 이상으로 정의돼 있으므로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뒤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