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속았구나’ 고등학교 교사 김모 씨(29·여)는 모 성형외과로 지방흡입수술 상담을 갔다가 속으로 또 당했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병원 투어로 병원 세 군데를 다녀왔는데, 모두 온라인에서 본 것과 다른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블로그에는 오로지 ‘최저가에 모신다’는 문구 외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는 데 사실과 달라 크게 실망했다.
온라인에 즐비한 ‘최저가 광고’, 정말 이 가격대로 수술이 이뤄지는 것일까. 병원들의 진료비 할인 경쟁은 살아남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 중 하나다. 전국에 새로운 병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의료기관들의 환자 모시기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불거지는 것. 과거보다 성형수술 비용이 저렴해진 데다가 성형 이벤트까지 더해져 가격은 점점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병원을 방문해보면 환자 입장에서는 꼭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느끼기에는 어렵다. 김 씨는 우선 상담 날짜를 잡고 병원을 찾았다. 그가 받으려는 복부지방흡입수술의 최저가는 80만원대로 확인됐다. 하지만 둘러본 세 곳의 병원 중 어디에서도 80만원에 수술해준다는 곳은 없었다.
우선 복부를 고기 나누듯 부위를 세분화한다. 윗배, 아랫배, 옆구리, 러브핸들 등 세세하다. 알고 보니 복부가 복부 전체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사실상 이 중 한 부위만을 80만원대에 수술해준다는 것. 부위가 늘어날수록 추가 요금이 붙는다. 80만원이란 비용은 대개 윗배나 아랫배, 혹은 이 두 부위의 지방만 흡입한다는 의미였던 셈이다. 지방흡입수술의 경우 한번에 360도 전체를 수술하지 않으면 라인이 어색해진다. 아주 말라서 특정 부분만 튀어나온 사람이 아닌 이상 한 부위만 성형하는 게 말도 안되는 일이다. 역시나 김 씨가 방문한 병원들은 하나같이 360도 수술(전체수술)을 권했는데, 결론적으로 총 견적은 300만원 안팎으로 나왔다. 이벤트로 명시해놓은 비용보다 4배에 가까이 차이나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우선 인바디를 측정하는데 병원마다 BMI(체질량지수)나 체중 등에 따라 가격을 올린다. 상담실장의 말에 따르면 체중이 나갈수록 ‘작업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병원에 따라 인바디 수치나 체중을 적용하는 등 일종의 기준에 따라 비용을 높인다. 살이 쪄 있을수록 핸디캡이 된다.
김 씨가 찾은 병원은 대개 기본체중을 1㎏ 넘어설 때마다 10만원이 추가됐다. 300만원에 50만원이 더 추가, 견적은 350만원으로 늘었다. 병원에 따라 마취비를 따로 받는 곳도 있었다. 마취비 10만원이 추가, 360만원으로 마무리됐다.
병원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수술 후에는 대개 통증을 완화하고 부기관리에 도움이 되는 압박복을 착용하는데 가격은 10~20만원을 따로 들여야 한다. 일부 환자 중에는 2주~1개월 남짓 입는 옷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아까워 기존의 다이어트용 3만원대 압박복이나 보정속옷을 착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방흡입수술의 결과는 수술실에서 정해지고 압박복은 보조수단 정도인지라 굳이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도 있다.
이렇듯 가격이 높아지는 것과 달리 성형외과 온라인 광고에서는 ‘추가비용이 붙는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무 것도 모르고 병원을 찾은 환자는 예상 견적을 훨씬 뛰어넘는 비용에 아찔해지기 십상이다.
김 씨는 “인터넷에서는 광고마다 최저가를 내세워 기대하고 찾았지만 절대 그 비용에 수술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특히 지방흡입수술은 애초에 살이 조금 쪄 있는 사람들이 더 찾게 돼 있는데 병원에서는 그 사실 자체가 돈벌이로만 보이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벤트 가격에 혹해 병원을 찾았다가 상담실장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이 시술은 세트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같은 멘트에 넘어가는 주변 사람도 많다”며 “수술 후에는 내가 자의적으로 선택했다기보다 말발에 ‘낚인’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른 성형수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적용할 수 있는 옵션은 무궁무진하다. 코성형도 특정 부위 수술이라고 설명하지 않고 가격만 명시해놓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병원을 찾으면 코 전체를 수술한다기보다 코끝, 콧망울, 콧볼, 콧대 등 수술 부위를 세분화 해놓고 최저가 하나만 제시해 환자들을 당황케 만든다.
환자 대다수는 성형수술의 금액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기대를 꺾느니 애초에 제 가격을 제시하는 게 옳다고 본다. 예뻐지고는 싶고, 이왕이면 저렴하게 나은 내 모습을 보고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특히 가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저렴하다고 느껴지면 깊이 고민하기보다 ‘싼 맛에 받아보지 뭐’ 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생기는 게 사실이다.
성형외과의 비급여 미용시술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이같은 겉보기 ‘최저가’ 이벤트 조성이 가능하다. 수술에 대한 과도한 가격 할인은 과장광고로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 안에 이에 대한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법원 판결이나 정부의 유권해석에 의존하다보니 애매한 법망을 피해 환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법 56조에 따라 의료기관은 허위, 과장 광고를 할 수 없다. 최저가 이벤트는 비용을 부풀린 과장광고로 명백한 의료법 위반처럼 보이지만 사안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일부 병원은 할인 전 가격을 부풀려 할인 폭이 커보이도록 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예컨대 이벤트 시행 전 병원에서 복부지방흡입 비용으로 기존에 500만원을 받았다고 우기면 350만원을 불러도 과장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를 고려한 탓인지 블로그 등을 통해 이벤트 가격을 제시하되 ‘어떤 병원에서 이를 시행하는지’ 밝히지 않는 분위기다. 예를 들면 ‘강남 눈성형 경력이 풍부한 원장님이 계시는 병원에서 할인 이벤트로 매몰수술을 35만원에 합니다’는 문구를 내세운다. 이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연락처와 상담 부위 등 개인정보를 작성해 보내고 기다리면 해당 병원 관계자가 연락해와 상담 날짜를 잡게 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