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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져도 병, 강해져도 병 … 면역력의 비밀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6-29 09:35:29
  • 수정 2020-09-14 12: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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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볕 쬐거나 비타민A·미네랄 등 풍부한 음식 섭취 도움 … 일부선 명확한 면역력 증강법 없다 주장
면역력이 좋다는 것은 면역반응이 적절하게 이뤄지는 가를 뜻한다.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으로 인해 면역력 저하가 이뤄질 수 있으며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다.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메르스) 여파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명확한 치료법과 백신이 없는 메르스에 대항하려면 체내 면역력 증강 및 개인위생 관리 밖에 답이 없다는 소문이 돌면서 관련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이 오르고 있다. 불과 두 달전 하수오 사태로 치명상을 입었던 건기식 업계는 메르스 덕에 힘입어 재기하는 분위기다.

면역력이란 외부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다양한 균에 대해 우리 몸을 지켜주는 인체 방어시스템이다.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는 모두 뼈 한가운데 위치한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질이나 병균에 대한 면역반응이 제대로 유도되지 않아 감염성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면역력이 적절하게 강할 경우 병원균에 노출되더라도 영향을 덜 받는다.

환절기나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계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도 면역력이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체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면역력은 약 30%나 떨어지며 반대로 1도 올라갈 경우 면역력은 5~6배 강해진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환절기 감기는 피로, 수면부족, 영양실조, 추위 등으로 인해 몸의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 바이러스가 침투해 걸리는 병”이라며 “가을은 공기가 차고 건조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계절이므로 면역력을 키워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면역체계는 혈액이나 인체 조직에 골고루 퍼진 면역세포와 면역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면역세포에는 흔히 백혈구라고 하는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며, 면역조직은 임파선·비장·골수조직 등이 포함된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면역은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나뉜다. 후천면역은 세포면역과 체액면역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학문적 분류에 불과하며 인체내에서는 각각의 면역세포들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면역기능을 수행한다.

면역세포는 크게 선발대와 후발대 역할을 하는 세포로 나눠진다. 선발대는 병원균이 체내에 침입한 것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방어하고 공격하는 기능을 한다. 대식세포, 자연살해(NK)세포, 수지상세포 등이 선발대에 속한다. 후발대는 림프구(임파구)로 구성되며 선발대 세포에 의해 죽지 않고 남아 있는 균을 찾아내 청소하는 일을 맡는다. 이들은 백혈구에 주로 존재하며 그 비율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

면역력이 좋다는 것은 면역반응이 적절하게 이뤄지는 가를 뜻한다. 흔히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질환은 반드시 면역력이 없거나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강할 경우에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면역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나 피로가 누적되면 림프구의 활동이 약해져 바이러스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술이나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당시에는 순간적으로 가라앉는 듯 싶지만 술과 담배는 기혈의 흐름을 방해하고 폐와 간에 무리를 줘 오히려 몸을 무겁게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다 병만 더 키우는 셈이다.

면역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에 햇볕을 20분 정도 쬐는 것이다. 면역력에 관련이 높은 체내 비타민D가 대부분 햇볕을 받아 합성되기 때문이다. 각종 연구를 통해 비타민D 농도가 떨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타민D의 혈중농도가 정상 범위보다 낮을 때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약 40%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만의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부족으로 몸이 피곤하면 면역력이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규칙적인 운동도 면역력 증강에 효과적이다. 1시간 이상 거칠게 운동하면 오히려 면역계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하루에 30분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걷거나 스트레칭 등을 하는 게 좋다.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비타민, 단백질, 미네랄(무기질), 베타글루칸, 베타카로틴 등은 외부 병원균에 대항하는 항체의 주성분이 되며 에너지대사 향상에 도움이 된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들어오면 비타민A로 변한다. 당근,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와 해조류에 풍부하다. 이 성분을 동물에게 투여한 연구 결과 헤르페스, 탄저병, 인플루엔자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월등히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A로 전환되므로 비타민A의 기능을 기대할 수도 있다. 비타민A는 정상적인 시각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세포 성장·분화·증식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나와 주목받고 있다.

베타글루칸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미네랄, 비타민 등에 이어 6의 영양소로 꼽는다. 생체조절기능에 직접적 또는 간적접으로 영향을 주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미즈노 일본 시즈오까대 교수는 베타글루칸이 함유된 식품을 먹으면 인체의 흉선과 척수기관을 자극해 노화억제 및 면역능력 제어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베타글루칸은 체내에서 합성하지 못해 이 성분을 포함한 식품을 먹어야 한다. 버섯, 보리, 귀리 등에 풍부하다. 글렌 카드웰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버섯 속 진균이 인체내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2009년 미국 영양학저널에 발표했다. 버섯은 면역기능 강화외에 혈액순환을 활발히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갖고 있다.

미네랄은 각가의 역할과 효능이 다른다. 이중 아연은 면역반응에 가장 깊이 관여하는 무기질로 흉선이나 임파선 등 면역기관을 지켜주며 T-세포와 대식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피로 예방 및 정력감퇴를 막아주는 힘이 있어 노인에게 중요하다. 벨기에의 한 70세 이상의 노인 환자 15명에게 아연을 투여한 결과, 노인들의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아연은 주로 효모, 밀눈, 굴, 콩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 E와 함께 복용하면 효과가 더욱 커진다.

일부에서는 명확한 면역력 증강법은 없다고 지적한다. 메르스나 신종플루 등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특이면역이 없는 것이지 전반적인 면역기능 감소가 주원인이 아니다는 것이다. 6년전 한반도를 흔들었던 신종플루의 경우 고위험군이 아닌 건강한 노인들의 감염률이 오히려 젊은 층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는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다양한 항바이러스 면역력이 축적된 결과로 해석된다.

아토피피부염,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은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강해 생긴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외부 바이러스의 칩입을 방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질병이다. 대부분 명확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과로,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과 여러 유전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루푸스의 경우 15~45세 가임기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오히려 면역력을 키운다는 생각에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실시해 오히려 몸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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