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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소화불량인데 남성은 ‘역류성식도염’, 여성은 ‘심혈관계 증상’ 나타난다?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6-22 09:21:04
  • 수정 2020-09-14 12: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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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 생리학적 차이에서 비롯되나 남성은 생활습관에, 여성은 호르몬 급감하며 문제 일으키기도
성인지의학은 남녀에게 잘 생기는 병의 종류나 병이 생기는 시기 등을 구분해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법도 달리해야 한다는 학문이다.똑같은 증세를 보였지만 성별에 따라 다른 진단이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소화불량과 가슴앓이 증세가 있을 때 정밀검사를 해보면 남성은 거의 대부분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된다. 이는 비만, 흡연, 불규칙한 식사, 잦은 술자리 등이 주범이다. 하지만 여성은 상당수가 노화에 따른 여성호르몬의 감소로 심혈관계 질환이 생기고 이로 인해 소화불량이나 가슴앓이 등 ‘역류성 식도염 유사 증상’이 나타난다.

이같은 현상은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생리학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여성은 성호르몬의 분비량이 감소하고 증가하는 것을 반복하다 50세 전후로 거의 다 사라지는 반면, 남성은 호르몬이 서서히 줄어드는 게 주요한 차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호르몬은 세포를 증식시키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등 다양한 작용을 한다. 위산분비량과 콩팥이 일정 시간 내 불순물을 걸러내는 비율인 사구체여과율이 차이나는 것도 성별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인이다. 여성은 위산분비량과 사구체여과율 등이 비교적 낮아 약물이 몸속에서 잘 분해, 배출되지 않아 약물 부작용이 남성의 1.5배다.

실제로 최근에는 남자에게 잘 생기는 병, 여자에게 잘 생기는 병이 다르고, 같은 병이라도 남녀별로 치료 효과가 다르다는 연구결과 나오는 추세다. 이와 함께 성별에 맞게 병을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성인지의학(性認知醫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성인지의학은 남녀에게 잘 생기는 병의 종류나 병이 생기는 시기 등을 구분해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법도 달리해야 한다는 학문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정립됐다.

정 교수는 “국내외 의학계의 대부분 임상시험 및 진단 기준을 몸무게 70㎏인 남성에 맞추고 이를 ‘표준 성인’이라 칭한다”며 “이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 여성에게서 발생할 때 제대로 질환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성 위주로 연구된 결과를 여성에게 그대로 적용할 경우 상당한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질병의 원인이나 치료법 면에서 남성과 여성 간에 차이를 보이는 주요 증상은 가슴앓이, 화병, 만성두통, 하복부 불편감 등이 꼽힌다. 이와 관련된 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훨씬 많이 생기며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의한 심인성 질환 등으로 오진해 엉뚱한 치료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여성은 대개 호르몬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 예컨대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신경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데,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많다. 성호르몬은 뇌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데 남성호르몬은 분비량이 서서히 줄며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여성들은 50세 전후로 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끊겨 신경보호 효과가 크게 줄기 때문으로 본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여성이 많다. 뇌졸중은 65세 이전에는 남성에게 호발되나 이후에는 여성에게서 1.25배 더 많이 생긴다. 이 역시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가 주원인이다. 

남성은 젊었을 때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에 의해 혈관이 좁아지면서 뇌졸중이 생기지만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 혈관을 보호하는 성호르몬 분비량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심혈관질환이 유발, 뇌졸중으로 이어진다. 

성병도 남녀 차이를 보이는 질환이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남자에 비해 여자에게서 성병이 2배 이상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여성이 면역학적으로 성병균에 더 취약하고 감염되기 쉬운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 감염기회는 남성이 임질균을 가진 여성과 1회 성관계를 했을 때 20% 정도이지만 여성은 80%로 무려 4배 이상 높다”고 지적했다. 

즉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병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증상이 없는 경우도 더 많기 때문에 제때 진단이나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성병에 의한 감염 부위는 요도가 가장 흔하고 성생활 형태에 따라 후두, 직장 등도 감염된다. 보통 남자는 임질, 여자는 클라미디아가 많다. 

남성에게 흔한 임질은 감염 후 2~3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며 남성의 경우 음경불쾌감, 요도작열감, 배뇨통, 분비물 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여성환자의 90%는 아무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클라미디아균에 감염되면 여성은 질이나 요도분비물, 배뇨통, 하복부통증, 외성기가려움증 등이 나타나는데 남성환자의 50%, 여성환자의 70~80%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여성환자 60%는 무증상으로 본인이 감염됐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진단이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계속 감염원으로 있으면서 골반염이나 불임, 자궁외 임신, 유산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성병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의심되면 빨리 진단받고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심 교수는 “성병에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명의 파트너와 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것”이라며 “성관계를 가진 파트너 수가 많을수록 발병위험도는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성병은 조기발견해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다”며 “이때는 반드시 파트너도 치료를 받게 하는 게 예의이자 재감염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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