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도·내륙선 6~8쪽마늘 재배, 저위도·해안선 10~12쪽 … 열 가해도 영양소 손실 없어
2002년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세계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토마토, 녹차, 시금치, 적포도주, 블루베리, 연어, 견과류, 브로콜리, 귀리 등과 함께 마늘을 선정했다. 이들은 ‘마늘은 그 자체로 먹어도 좋을뿐더러 다양한 음식재료로 사용해도 좋은 기능성 식품’이라고 극찬했다. 1992년 미국암연구소(NCI)는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Designer food(좋은 식품을 적극적으로 섭취함으로써 70세 무렵에 질병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프로그램)’를 발표했다. 그 건강식품 최상위를 마늘이 차지했다.
인류가 마늘을 섭취한 역사는 5000년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마늘은 정력이나 원기를 북돋우는 강장식품으로 여겨졌다. 이집트 피라미드 안 벽면에는 기원전 2500년경 건설 노무자에게 마늘을 섭취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적혀져 있다. 왕의 무덤에 마늘을 넣을 만큼 마늘을 신성시한 이집트인들은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두고 맹세하듯 마늘에 대고 맹세했다는 풍습도 전해진다.
국내에는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추측한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그 역사가 오래됐다. 고려시대 김부식이 저술한 ‘삼국사기’에 ‘입추(立秋)에 마늘밭에서 후농제(後農祭)를 지냈다’고 적혀져 있는 것으로 볼 때 최소한 삼국시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예상된다.
마늘의 어원은 조선시대 말기 황필수가 편찬한 ‘명물기략(名物紀略)’에 저술돼 있다. 몹시 맵다는 뜻의 ‘맹랄(猛辣)’로 부르다가 마랄을 거쳐 마늘로 부르게 됐다는 게 황비수의 주장이다. 마늘의 몽골어인 ‘만기르’에서 마닐로 변형된 후 마늘로 굳혀졌다는 설도 있다.
마늘은 크게 한지형과 난지형으로 나뉜다. 한지형은 내륙지역이나 고위도지역에 주로 재배하며 만생종으로도 부른다. 6~8쪽 마늘로 추운 내륙지방에서도 잘 자란다. 10~11월에 파종하면 겨우내 땅 속에서 잠을 자다가 봄에 싹을 틔우면서 생장한다. 6월 하순부터 수확할 수 있다. 마늘통은 크지 않지만 까먹기 편리하며 저장성이 뛰어나 이듬해 봄까지 보관할 수 있다. 충남 태안, 충북 단양, 경북 의성 등에서 생산된 것을 최상품으로 대접한다.
난지형은 가을에 심어 뿌리와 싹이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겨울을 지나 봄에 수확한다. 일부에서는 겨울이 오기전에 거둬들이기도 한다. 기후가 온난한 해안가나 저위도지역에서 자란다. 꽃대가 길어 마늘쫑으로 사용할 수 있다. 충남 서산, 전남 해남·무안·고흥, 경남 남해 등에서 주로 재배된다. 대부분 10~12쪽으로 한지형보다 알의 수가 많다. 마늘통이 적으며 뿌리의 수가 많다.
마늘은 ‘일해백리’(一害百利)로도 불린다.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는 의미다. 고대 이집트부터 중국, 인도 등까지 약효가 있는 특별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마늘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있다. 종기를 제거하고 풍습과 나쁜 기운을 없앤다. 냉과 풍증을 제거하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며 위를 따뜻하게 한다. 토하고 설사하면서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치료한다. 전염병을 예방하고 해충을 죽인다’고 설명했다.
마늘은 탄수화물 20%, 단백질 3.3%, 지방 0.4%, 섬유질 0.92%, 회분 13.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 비타민B1, 비타민B2, 비타민C, 글루탐산, 칼슘, 철, 인, 아연, 셀레늄, 알리신 등이 함유돼 있다.
마늘의 가장 큰 효능은 강력한 살균 및 항균이다. 마늘내 ‘알리신’ 성분은 여러 질병에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장암과 위암의 발병률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췌장세포를 자극해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 신경을 안정시킨다. 스트레스 해소 및 분명증 개선에도 좋다. 소화를 돕고 정장작용을 하며 면역력을 높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비타민B1과 결합하면 알리티아민으로 변해 피로회복 및 전력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인이 각기병 발병률이 낮은 까닭도 비타민B1의 체내 배출을 잡아주는 알리신과 연관이 있다.
서양인은 한국인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마늘냄새에 민감하다. 일부는 한국인에게 조롱을 떠나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서슴없이 벌인다. 마늘을 섭취하면 몸에서 마늘냄새가 나는 이유는 마늘에 함유된 유황화합물인 메틸설파이드(Allyl methyl sulfide, AMS)의 영향이 크다. 이 성분은 체내에 들어서면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숨을 쉴때나 땀을 통해 인체 밖으로 배출된다. 예민한 서양인은 마늘 섭취 후 1~2일이 지나도 그 냄새를 견디지 못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2010년 마늘을 먹고 우유 한잔을 마시면 냄새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유내 지방분이 AMS가 내뿜는 냄새를 없애준다는 것이다. 마늘과 우유를 함께 먹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마늘 섭취 후 우유를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마늘은 생마늘로 먹는 게 가장 좋지만 특유의 향미탓에 쉽지 않다. 흑마늘은 마늘을 발효·숙성시킨 것으로 단맛과 신맛이 난다. 생마늘을 껍질채로 고온다습한 곳에서 15~20일간 두면 흑마늘이 완성된다. 생마늘은 위장에 자극을 줘 위장계 이상을 초래하지만 흑마늘은 자극적이지 않아 섭취하기 쉽다. 흑마늘은 생마늘보다 폴리페놀을 약 10배이상 함유하고 있으며 중성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아조엔도 약 2배 이상 들어 있다.
마늘이나 양파에 열을 가하면 특유의 매운맛이 사라진다. 이는 열에 약한 알리나제 효소가 조리과정에서 손상을 입어 제대로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특유의 향미가 약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인체에 유익한 성분은 열을 받아도 고유한 성질을 유지해 굽거나 익혀먹어도 마늘의 효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늘은 건강에 좋지만 다른 식품과 마찬가지로 과다복용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마늘은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발휘해 와파린, 클로피도그렐, 에녹사파린 등의 약물을 복용 중일때는 주의해야 한다.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약물의 작용을 더욱 상승시켜 혈액응고를 지연시켜 출혈의 위험을 높인다. 이소니아지드 약물이 함유된 결핵약, 사이클로스포린이 포함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마늘을 많이 먹을 경우 약효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