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충남 천안시에 사는 노종영 씨는 충북 보은군 속리산을 찾았다가 자연산 산삼을 발견했다. 15년간 산을 헤매며 심마니 생활을 해온 노 씨는 자신이 발견한 산삼의 수령을 40~60년생으로 추정했다. 2012년에도 경기도 포천에 거주하는 이원홍 씨도 강원도 철원군 대성산에서 비슷한 수령의 산삼을 캤다. 이들이 발견한 산삼은 약 1억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삼은 예부터 만병통치약으로 대접받았다. 각종 전래동화나 구설에서는 병에 걸린 부모를 위해 산에서 1000년 묵은 산삼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산삼에 대한 기록이 처음 발견된 것은 고려시대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김부식의 삼국사기다. 이 책에는 신라 성덕왕 22년 4월 당나라 황제에게 말 1필, 금, 은, 동, 해표가죽, 우황 등과 함께 인삼(산삼)을 조공했다고 기록돼 있다.
인삼 재배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산삼은 인삼과 같은 의미로 사용됐다. 인삼이 조선시대 후기 상품작물로 재배되면서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자연산 인삼이 산삼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인삼의 품종은 크게 동북아시아 지역의 고려인삼, 북아메리카 일부 지역의 미국인삼(화기삼), 중국 일부 지역의 중국인삼(전칠삼, 삼칠삼, 주자삼 등 7~8개 변종), 일본지역의 죽절인삼 등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고려인삼만을 진짜로 취급한다.
심마니들 사이에서 국내 산삼의 발원지는 전남 화순군 남면 일대의 모후산(해발 919m)인 것으로 전해진다. 흔히 오지에서 산삼이 발견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자생조건이 충분히 갖춰진 곳이라면 어디서든 발견된다.
산삼은 식물 분류에서 두릅나무 오가피과에 속하는 반음지성 식물이다. 여러해살이풀로 해마다 조금씩 자란다. 크게 지상부(줄기·잎)와 뿌리로 나뉜다. 열보다 냉기에 강하며 영하 15도까지 버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썩음, 탄저병, 무름 등에도 잘 걸리지 않으며 특유의 강한 향이 난다.
산삼의 가장 큰 특징은 휴면(休眠)을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산삼이 생존에 위협을 느낄 때 자가 보호수단으로 발동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및 휴면 기간에 대한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 벌목으로 빛을 가리던 나무들이 사라져 일사량이 증가하거나 나무가 지나치게 무성해져 빛이 약해지면 휴면 상태를 가진다. 또 토양의 수분이 과다하게 늘어나고 병충해로 지상부가 상처를 입었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휴면한다. 이때 산삼은 뿌리가 딱딱해지면서 검은 갈색이 되며 무게가 가벼워진다. 러시아 학자 연구에 따르면 산삼은 6년에서 최대 24년까지 휴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연산 산삼은 조복삼(鳥腹蔘)으로도 불리며 천종삼(天種蔘), 지종삼(地種蔘) 등으로 나뉜다.
천종삼은 하늘에서 내려준 종자삼이란 뜻으로 해발 800m 이상의 산 8부능성 부근에서만 발견된다. 매우 희귀하며 대부분 100년생이다. 가끔 500년 이상된 산삼도 수확된다고 심마니들은 주장한다. 이를 동자삼(童子蔘) 또는 동아리삼으로 부르기도 한다. 60년 이상된 삼 가운데 잎이 6장(보통 5장), 종자가 만개 달린 것은 육구만달이라 칭한다. 이를 두고 800~1000년 됐다고 믿기지 않는 주장을 펼치는 이도 있다.
지종삼(조복삼)은 천종삼의 씨앗을 새나 산짐승 등이 먹고 배설해 옮겨진 것으로 해달 600m 이상에서 자생하며 100년생 미만이다. 최근에는 천종삼과 지종삼을 특별히 구별하지 않고 통상 산삼으로 부른다.
산삼은 4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채취할 수 있다. 산삼은 예부터 희귀해 그 가치가 높았다. 국내에서는 전문적으로 산삼만을 찾아 다니는 심마니가 존재한다. 이들은 지금도 산삼 채집 과정에서 토속 신앙을 엮어 독특한 생활방식과 의식을 가진다.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특수한 은어도 사용한다. 심마니는 입산 날짜가 정해지면 그날까지 고기를 먹지 않거나 살생을 하지 않는다. 산삼을 발견하면 감사의 의미로 산신제를 올린다. 산삼을 캘 때 지근(支根, 가는 뿌리)이 다치지 않도록 매우 신경을 쓴다. 지근이 끊어진 산삼은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한다.
장뇌삼(長腦蔘)은 인삼의 씨를 산에 뿌려 야생상태로 재배한 것으로 줄기와 뿌리를 잇는 뇌 부분이 길어 이름이 붙여졌다. 대부분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키워 자연산 산삼보다 효능이 떨어진다. 일부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 것은 자연산 못지 않다. 야생에 뿌려진 인삼의 종자는 깊은 산 속 그늘진 박달나무나 옻나무 아래 습기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완전히 그늘지지 않고 외진 곳에서만 자라는 특징이 있다. 외관은 자연산 삼산과 매우 흡사하고 약효도 비슷하지만 가격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장뇌삼의 나이는 뇌두, 잎, 가지 등으로 대략적으로 구분하지만 모두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이 중 뇌두를 통한 방법이 신빙성이 있다 알려져 있다. 뇌두의 수에 2~3년을 더하면 삼의 나이를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장뇌삼 파종 후 2~3년 경과 후 뇌두의 발달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삼 주변 자연환경이 잎을 피우기 적당하지 않거나 해충 및 야생 짐승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경우 산삼은 잎을 내지 않고 땅속에서 머물러 잎이나 가지로 나이를 구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장뇌삼은 파종된 지 약 13~15년이 지나면 대부분 죽는다. 따라서 재배업자들은 10~12년생의 장뇌삼을 수확해 판매한다. 농민들은 15년 이상 생육한 장뇌삼은 산삼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산 장뇌삼은 주름이 깊고 잔뿌리가 힘이 없으며 검은색을 띤다. 반면 국내산은 겉껍질이 얇고 주름이 얕은 편이며 황금빛이다. 잔뿌리가 힘이 있어 씹을 때 향도 중국산에 비해 진하다.
산삼과 장뇌삼은 전문가들도 구별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뇌두, 몸통, 잔뿌리, 싹대(뇌두 윗부분) 등을 비교해 판단한다. 흔히 좋은 산삼은 뇌두의 간격이 좁고 마디의 숫자가 많다. 또 몸통이 두툼하고 뿌리는 나무뿌리처럼 힘이 있고 잔뿌리에 옥주가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장뇌산삼은 산삼에 비해 몸통이 길며 뿌리는 살이 붙고 실처럼 부드럽다. 산삼의 싹대는 장뇌산삼보다 짧으며 옅은 색을 띈다.
산양삼은 인삼묘종을 산에 옮겨 심은 것으로 장뇌삼과 마찬가지로 해발고도에 따라 효능에 차이가 난다. 700m 이상에서 자란 산양삼은 천종삼의 약 70%의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산양삼을 인삼의 일종으로 취급해 산삼의 범주에서 빼는 경우도 있다.
산삼 효능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산삼의 성분 분석물 비교 연구만 진행됐다. 이는 자연산 산삼의 시료를 구하기가 힘들고 구하더라도 인공적인 것인지 아닌지 기준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삼에 대한 효능은 민간 전승이나 심마니의 지식 및 증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효능이 지나치게 과정된 면도 있으며 주술적이고 미신적인 경우도 있다.
산삼을 섭취하면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명현작용으로 불리는 치료효과가 나타난다. 술에 취한 듯 판단력이 흐려지고 몸에 열이 오르며 가볍게 인사불성의 증세를 겪게 된다. 깊은 잠을 자거나 공중에 뜬 느낌을 받고 과거 경험했던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명현작용이 지나가면 원기회복, 항암, 노화 예방, 성기능 활성화, 심혈관장애 치료, 골다공증 예방, 항산화 활성, 면역기능 강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산삼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대표적 성분은 사포닌이다. 이는 콜레스테롤과 유사한 화학적 구조를 가져 콜레스테롤 흡수를 저해하고 배출을 돕는다. 신경세포를 촉진시켜 학습력과 기억증진에 효과적이다. 피로회복, 혈당강화, 체내대사 촉진 등으로 효능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