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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좋아하면 씨가 마른다” … 삭스핀·제비집 날이 갈수록 가격↑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6-08 08:59:23
  • 수정 2020-09-14 13: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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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체로는 맛 없어 향신료로 풍미 살려 … 무자비한 상어 어획, 일부선 유통금지까지

샥스핀은 묵이나 곤약처럼 식감 자체를 즐기기 위해 사용되며 소스에 해당하는 국물에 의해 맛이 좌우된다.최근 중국 정부가 불법매매 적발로 압수한 상아(코끼리 위쪽 송곳니) 중 일부인 600여㎏을 공개적으로 분쇄해 분말로 만들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상아 불법거래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중국에서 매매되는 상아의 상당수는 밀수된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코끼리가 가장 인기가 좋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10~20년 내에 코끼리가 멸종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인이 좋아하면 씨가 마른다는 말이 있다. 상아뿐 아니라 예부터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완판됐다. 요리재료인 삭스핀, 제비집도 중국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고가의 고급 식재료로 대접받고 있다.

삭스핀(Shark’s fin, 상어지느러미, 魚翅)은 주로 죽이나 탕으로 만들어진다. 과거 중국에서는 귀족 이상이 아니라면 함부로 먹을 수 없는 고급요리였다. 광동지방에서는 삭스핀이 없으면 연회라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이 사랑하는 귀한 식재료다. 삭스핀 요리는 맛이 연하고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삭스핀이 중국 전역에 명성을 펼치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상어의 배 아래에는 커다란 지느러미가 있는데 이를 말려서 먹으면 맛이 좋아 남쪽 지방 사람들이 귀하게 여긴다’라는 문구가 있다. ‘만한적석’이라 불리는 청나라 황실요리가 생기면서 삭스핀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 황실은 전통적인 한족과 문화적 유대를 꾀하며 진귀한 요리를 모아 호사스러운 음식을 만들었는 데, 상어지느러미가 가장 귀하게 여겨졌다.

상어지느러미 자체에는 아무런 맛이 없다. 묵이나 곤약처럼 식감 자체를 즐기기 위해 사용된다. 즉 삭스핀 요리는 소스에 해당하는 국물에 의해 좌우된다. 일부에서는 젤라틴 등을 이용해 인조 상어지느러미를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용해 홍콩에서는 값비싼 진짜 상어지느러미 대신 쇠고기, 닭고기 국물과 각종 건더기를 넣은 국수인 ‘완자이츠’가 서민음식으로 잘 팔린다.

동태평양은 20여종의 상어가 서식해 중국, 일본 등 많이 국가의 어선이 몰려든다. 대부분 낚싯줄을 바다에 띄워놓는 어획법을 사용한다. 상어는 ㎏당 약 50센트에서 1달러에 거래되지만 상어지느러미는 약 140배 이상 높은 약 100달러다.

상어지느러미에 풍부하다고 알려진 콜라겐은 뼈의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를 곱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삭스핀의 콜라겐은 불완전단백질이다. 이는 완전단백질보다 아미노산이 부족해 영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상어는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어 수은 등 중금속 함량이 다른 어류에 비해 높다. 영양 전문가들은 중금속을 많이 지닌 어류를 먹을 경우 어지럼증, 두통, 근육경련, 신장손상, 성기능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상어잡이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낭비적이고 동물학대적인 어획법 때문이다. 세계적 상어보호단체 퓨환경그룹이 최근 추산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7300만마리가 넘는 상어가 삭스핀 요리를 위해 죽어가고 있다. 지느러미는 상어 몸무게에 불과 약 5%에 지나지 않는다. 5%를 위해 나머지 95%가 버려지고 지느러미가 없는 상어는 고통 속에 죽어간다. 상어잡이 주 무대는 남중국, 동남아시아 등 태평양 연안과 인도양·대서양이다. 국내 원양어선도 해외에 나가 의도적으로 잡지는 않지만 연승줄에 상어가 딸려오면 지느러미를 자린 뒤 바다에 몸통을 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자비한 어획은 상어 개체수를 급격하게 줄이고 있다. 상어 종 가운데 약 30%가 멸종위기다. 상어는 성장이 더디고 번식률이 낮아 한 번 멸종위기에 몰리면 개체수 회복이 어렵다. 돌묵상어의 경우 산란이 가능한 성체가 되는 데 인간과 비슷하게 15~20년이 걸리고 한 번에 낳는 알이 4~6개에 불과하다. 이같은 이유로 전세계적으로 삭스핀 어획금지 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판매 자체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13년 여름부터 삭스핀 운송을 전면 중단했다.

제비집은 동물성 요리재료 중 가장 고가로 알려져 있다. 가장 최상품의 제비집은 ㎏당 약 250만원에 팔린다. 제비집이 튼튼하도록 붙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바다제비(흰집칼새)의 타액선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지푸라기나 풀로 집을 짓는 일반 제비와 달리 식용이 가능한 해초를 물어다 집을 짓는다. 바다제비의 체액은 대부분 단백질과 다당류가 결합된 뮤신이다.

제비집 자체는 삭스핀과 마찬가지로 냄새나 맛이 없다. 청나라 학자이자 미식가였던 원매가 쓴 수원식단에는 ‘제비집은 마치 평범한 사람과 같아 결코 그 자체만으로 맛이 없어 그 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단독으로는 먹을 수 없다’고 적혀 있다. 비유하자면 밥과 같다는 얘기다. 따라서 진하게 뽑은 육수, 수프, 탕, 찜 등의 주재료가 된다. 제비집을 손질하려면 뜨거운 물에 3~4시간 불려야 한다. 핀셋이나 젓가락으로 혹시나 있을 털 등 불순물을 골라내야 한다. 홍콩이나 중국에서는 제비집을 넣은 음료도 판매된다. 망고 등 과일에 얼음과 제비집을 넣어 즉석에서 갈아 만든 주스도 흔하다. 제비집을 맛본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과연 맛있다고 감탄하는 이도 있지만 값과 소문에 비해 기대 이하라며 실망하는 사람도 있다.

청나라 6대 황제인 건륭제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공복에 시원한 제비집 수프 한 그릇을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건륭제는 88세까지 살았으며 재위 기간도 63년으로 중국 역대 황제중 가장 길었다. 이런 전통이 전해져 11대 황제인 광서제까지 제비집 요리를 즐겼다. 미식가로 소문났던 서태후도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태국에서는 칼새 전용 아파트를 건설해 대량으로 생산한다. 채취업자들은 아파트 분양받듯이 각 구역을 지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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