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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복용 문제 없나 … 서방정·장용정·유소아약의 특성 이해 부족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5-06-08 02:04:50
  • 수정 2020-09-14 13: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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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분과 용량뿐 아니라 약효전달방식 등 약제 특성으로 이해하고 복용해야 무탈
[이미지1]고가약의 경우 동일 성분의 함량 많은 약을 구입해 분할복용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같은 성분이니 나눠 먹는 게 뭐 대수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제의 성분 특성이나 약물방출 방식에 따라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선 위에선 분해되지 않고 장에서만 용출되도록 만든 장용정(腸溶錠)의 경우 분할복용하면 약물이 장에 도달하기 전에 녹아 위를 자극할 염려가 있다. 장용정은 위산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장에서만 효과가 나타나도록 만들어져 위내에서 녹을 경우 속쓰림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장에서 주로 흡수되는 성분일 경우 위산에 의해 파괴되면 약효가 감소하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얀센의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acetaminophen)은 500㎎짜리 일반정과 650㎎짜리 이중서방정이 있다. 타이레놀 서방정(ER, Extended Relief)은 빠르게 분해된 후 신속하게 약효가 방출되는 속방층과 서서히 붕해돼 약효가 장시간 지속 방출되는 서방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때문에 복용 후 전체 시간에 걸쳐 일정한 혈중약물농도를 보인다.
일반정의 경우 분할복용해도 약물 농도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서방정을 분할하면 서방층과 속방층을 코팅한 단면이 바스러져 물이나 소화기내용물에 즉각 노출되면서 속방층이나 서방층이나 약물이 동시에 용출돼 약물혈중농도가 더 급속하게 올라가고 지속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한국MSD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성분명 피나스테리드, finasteride)와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의 주요 성분은 같지만 성분 함량이 각각 5㎎과 1㎎이다.
일부 환자들은 프로페시아의 높은 가격 때문에 프로스카를 4등분해 복용한다. 이 제품은 분할할 경우 가루가 날려 임산부가 피나스테리드 성분에 노출되면 남성 태아의 외부 생식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각형 모양의 프로페시아를 정확히 4등분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적정량보다 약간 많은 1.25㎎를 먹게 된다. 또 약물의 유효성분이 정제에 균등하게 분포돼 있다는 보장도 없다.

금연치료제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웰부트린 서방정’(성분명 부프로피온, bupropion), 한미약품 ‘니코피온’도 서방정으로 이상반응(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들 약물은 하루 최대 300㎎으로 하루 1회(150㎎) 또는 2회(300㎎)에 걸쳐 복용하게 돼 있다. 일부에선 저가 100㎎짜리 일반정을 이용해 분할복용해 먹기도 한다.
서방정의 특성상 이 약을 쪼개 먹을 경우 약물혈중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정이라 하더라도 혈중농도의 급격한 상승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방정이 환자에게 권고되는 제형이다. 이 약은 드물지만 심할 경우 사망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환자의 착각으로 450㎎ 이상 과다복용시 이런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

성인용 약을 유소아에게 분할복용시키는 것도 문제다. 약물의 복용량은 영유아의 경우 유소아 체중 ㎏당 몇 ㎎ 식으로 정해져 있다. 가루약(산제)나 빻은 정제를 시럽제에 녹여 복용시키는 게 일반적인 조제 관행이다. 하지만 정제가 장용정이나 서방정일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뇌전증(간질) 같은 질환은 정확한 용량을 처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 약제과에서 적정 약용량을 산출한 뒤 전자저울로 해당약을 계량해 성인 정제를 가루낸 다음 고형제에 섞어 유소아 용량에 맞게 알약을 새로 타정하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서방형제제는 일정하게 지속 방출되도록 설계된 제형으로 코팅된 부분 등이 쪼개지면 약물이 일시에 용출돼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분할복용이 권장되지 않지만 건강심사평가원에서 일부 허용하고 있다.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분할조제가 불가피할 경우 분할해도 약효에 지장이 없는지 검토하거나, 제약업계와 상의해 적정용량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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