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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번지 수 잘못 찾은 의사들의 풀무원 불매운동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6-08 01:44:41
  • 수정 2020-09-14 13: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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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혜영 의원, 성범죄 의사 영구퇴출 법안 발의 … 노환규 전 의협회장, SNS 글 게재하며 불매운동 부추겨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과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일부 의사들의 설득력 없는 집단 이기주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달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성범죄 의사를 영구 퇴출시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반발한 의사들은 원 의원이 풀무원 창업주라며 해당 회사 제품에 대한 보복성 불매운동을 전개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불매운동을 주도한 의사들은 “원 의원이 모든 의사들을 잠정적 성범죄자로 몰아간다”며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도 넘은 제 식구 감싸기’,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창피할 정도로 속좁고 유치한 발상”이라는 의견이 상당수를 이루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15일 원 의원이 성범죄 의사를 영구 퇴출시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원 의원은 이번 개정안 발의 취지로 “현행법에선 의료인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의료행위를 할 수 있어 환자들이 불안감을 갖게 된다”며 “환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진료받고, 의사를 신뢰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원 의원은 풀무원농장 창립자인 고(故) 원경선 씨의 아들로 1989년 식품회사 풀무원을 창립했다. 이후 정계에 진출하며 풀무원 지분은 모두 정리한 상태다.

불매운동은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가세하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최근 의사들 사이에 풀무원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의사가 진료 중 성범죄와 관련해 벌금형만 받아도 면허가 취소되는 법안을 발의한 원혜영 의원이 풀무원의 창업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들의 불매운동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의사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있다”며 “이 법안 때문에 직업 특성상 환자와 신체적 접촉이 빈번한 의사들이 오히려 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래방에서 함께 춤을 춘 사람이 의사라는 사실을 알아낸 노래방 주인이 ‘허리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는 이유로 의사를 고소하고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진찰 도중 의사의 성기가 자신의 무릎에 닿았다고 환자가 의사를 고소하는 일도 일어났다”며 법에 의해 약자가 된 의사가 오히려 표적이 될 경우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글의 ‘좋아요’가 500개가 넘어간 것을 미뤄볼 때 상당수의 의사가 노 전 회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불매운동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풀무원 주가는 지난달 20일 23만8500원으로 하루 전보다 2만6000원(12.47%), 다음날엔 24만4500원으로 전날보다 5500원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다. 

불매운동과는 별개로 의료계 곳곳에서 해당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의사회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개정안과 같이 면허를 영구히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기본권 제한이라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오히려 이런 과잉처벌로 인해 의료인이 환자를 불신하게 되고, 진료실 내에서 상호 믿음이란 균형은 깨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엄중히 처벌한다. 이와 별도로 의료인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청소년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을 받으면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받기 때문에 또다른 법적 규제는 과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전국의사총연합은 한술 더 떠 원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원혜영 의원은 벌금형 이상의 성범죄를 의사 결격사유로 규정, 퇴출시키겠다는 악법을 내놓았다”며 “인기 영합을 위한 의사 탄압 관련 입법발의를 일삼는 국회의원에게는 차기 선거에서의 낙선운동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평구 개인내과 원장 L모 씨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개정안과 같이 면허를 영구히 박탈하는 것은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기본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며 “모든 것을 법안으로 금지하는 행위는 억울한 피해자를 낳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풀무원 불매운동이나 전의총의 낙선운동은 번지 수를 한참 잘못 찾은 것”이라며 “성범죄 의사의 면허취소 법안을 발의했다는 이유로 풀무원 경영에서 손 뗀지 오래된 원 의원을 상대로 불매운동이나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은 유치하고 비상식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여론도 대부분 “성추행을 안 하면 될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부 윤모 씨는 “반성은커녕 집단이기주의를 보이는 의사들의 모습이 괘씸해 오히려 풀무원 제품을 사먹겠다는 주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 씨는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의사와 병원의 이름을 알아내 병원 안가기 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트위터에선 불매운동에 반하는 ‘풀무원 구매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풀무원 측은 이번 논란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풀무원은 “원 의원이 원경선 풀무원농장 창업주의 장남이고 풀무원 창업주인 것은 맞지만 20여년 전인 1996년 풀무원 지분을 모두 정리했기 때문에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한 노 회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개인적인 입장 표명 정도로 보고 있어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불매운동이 확산될 경우 부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노 회장 측에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료 중 환자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진료행위는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진료행위라면 환자들이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정당한 진료로 인정받아 아무 문제가 없다. 물론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진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성추행은 환자들이 몸을 맡기는 의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중죄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들이 자체적으로 성추행을 없애고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기준을 만들어 환자가 안심하고 진찰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특정 기업의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것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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