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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산업혁명의 원동력, ‘3D프린팅’ 의료기술엔 어떤 파급력?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5-11 01:29:40
  • 수정 2020-09-14 13: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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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과·정형외과·성형외과 등서 맞춤형 고급의료서비스 실현 … 고비용, 저작권 위반, 환경오염, 안전성 문제 산적

3D프린터로 제작한 치아 모형인류의 역사를 바꿨던 획기적인 기술이나 사상은 도입 초기엔 기존 체제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18세기 중엽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개발한 증기기관은 인류의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꿨지만 수공업자 및 농민들의 몰락과 극심한 빈부격차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과 함께 제3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3D 프린팅 기술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 덕분에 미래산업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불법 복제로 인한 저작권 및 안전성 문제, 비용 대비 효과성, 플라스틱 가열 방식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두룩하다. 의료 분야에서도 3D 프린터가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관련 의사들은 열광하며 확산을 바라고 있지만 상당수가 일부 의료영역을 제외하고는 고비용, 비보험, 임상근거부족 등의 이유로 시기상조 또는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3D프린팅은 3차원 도면을 바탕으로 물체를 성형해내는 기술이다.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녹인 뒤 노즐로 분사시켜 층층이 쌓아 3차원 물체를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의료·산업계에서 모형을 만들거나 영화 소품과 박물관 복제본을 만드는 데 유용하게 쓰였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 탓에 사용 분야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최근 비교적 저렴한 3D프린터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 각국은 생산방식의 변화를 가져올 3D프린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3D프린터가 대중화되면 어느 장소에서든 원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데다 다른 분야와 융합하면 새로운 산업분야를 개척할 수도 있다.

3D프린팅 기술은 1981년 일본 나고야 시립연구소의 히데오 고다마 박사가 처음 개발했고, 이를 미국의 엔지니어인 척 헐이 입체인쇄술(Stereolithography)이라는 이름으로 기술특허를 출원하면서 등장했다. 척 헐은 이후 1986년 캐나다로부터 투자를 받아 3D시스템즈(3D Systems)를 설립, 세계 최초의 3D프린터인 ‘SLA-1’를 개발했다. 2006년 SLA-1 특허가 만료되면서 3D프린팅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3D프린팅 방식은 고체 재료를 녹여 노즐을 통해 짜내는 압출적층형(FDM), 보통 레이저보다 강한 탄산가스레이저를 사용해 재료를 녹인 뒤 굳히는 선택적레이저소결조형(SLS), 광경화성 액체 수지가 담긴 수조에 레이저를 쏴 재료를 쌓는 광경화수지조형(SLA) 등으로 나뉜다.
이 기술은 다품종 맞춤형 생산방식을 대중화해 전 사업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맞춤형 고급의료 서비스, 창의 교육, 예술·건축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가능케 한다.

의료분야에서는 성형외과, 정형외과, 치과, 두경부외과, 신경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 성형외과에서는 100시간 가까이 걸리는 샴쌍둥이 분리수술을 22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일등공신은 바로 3차원 프린터였다. 집도의였던 헨리 가와모토 교수는 샴쌍둥이가 붙어 있는 부분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은 뒤 3차원으로 인쇄했다. 인쇄물에는 두 아기의 내장과 뼈가 마치 진짜처럼 세세히 나타나 있었다. 그는 내장과 뼈가 다치지 않도록 인쇄물을 자르는 예행연습을 했다. 이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실제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최근 3D프린터를 갖춘 병원이 늘고 있다. 오래전부터 MRI나 컴퓨터 단층촬영(CT) 같은 영상장비를 통해 3차원 영상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3차원 인쇄물을 보면 평면 영상으로 볼 때보다 뼈와 장기가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손상됐는지 이해하기 쉽다.

벨기에의 의료보조기 제조회사인 ACMI는 환자의 골반뼈를 3차원으로 구현한 뒤 보형물을 만들어 환자에게 꼭 맞게 이식하기도 했다.
치과나 정형외과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인공치아(임플란트)나 인공관절 같은 보형물을 심으려면, 뼈에 공간을 마련하고 거기에 딱 맞는 보형물을 맞춰야 한다. 보형물이 너무 크면 다시 깎아야 하고 너무 작으면 보조물을 덧대 보완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3차원으로 뼈 모형을 인쇄하고 뼈 사이에 있는 공간을 거푸집으로 삼으면 효율적인 보형물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레이저를 쏘면 녹았다가 상온에서 굳는 티타늄 파우더로 인체보형물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캐나다 맥길대 제이크 바라렛 교수팀은 2007년 시멘트 가루에 산을 뿌려 ‘인공 뼈’를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 작은 숨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실제 뼈와 흡사하다. 그들은 인공뼈에 혈액을 공급하는 기술을 완성해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줄기세포를 층층이 쌓아올려 ‘살아 있는 장기’를 만드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미국 미주리대의 가보 포르가츠 생물물리학과 박사는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실험생물학회에서 “지름이 수백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인 세포를 겹겹이 쌓아 압축하면 심장이나 간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가 3차원 구조물을 설계한 뒤 줄기세포와 세포영양분을 쌓아 장기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일본 도야마국립대의 나카무라 마코토 교수는 살아 있는 세포를 3차원 프린터로 쌓는 데 이미 성공했다. 그는 “장기를 수평으로 얇게 저며 층마다 세포가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분석한 뒤 그 정보에 맞춰 알맞은 세포를 쌓으면 장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병원마다 X선 촬영이나 CT를 담당하는 방사선사가 있는 것처럼, 미래에는 ‘3차원 프린팅 기사’라는 직업이 존재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선 백정환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처음으로 부비동암 수술에 3D 입체프린터를 이용, 수술 후 부작용인 얼굴 및 눈 함몰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부비동암 수술은 안구를 떠받치는 뼈 등에 암이 퍼진 얼굴 골격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후 다른 부위의 뼈나 근육을 떼어 내 절제 부위에 다시 붙이는 과정을 거친다. 주로 환자의 어깨 부위에서 뼈나 근육을 떼어낸 후 미세혈관수술로 얼굴 골격을 복원한다.
기존처럼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의학검사 자료에만 의존해 수술할 경우 얼굴 골격을 정확히 확인하기 힘들어 수술 과정에서 부정교합이 발생할 수 있었다. 또 시간이 지나며 구조물이 변형되고 눈 주변부가 주저앉아 양쪽 눈의 수평선이 어긋나며 복시가 진행되기도 했다.
부비동암 수술에 3D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모형물을 사용하면 절제 범위, 뼈 두께, 중요 구조물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수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백 교수는 “3D프린터를 이용한 부비동암 수술은 수술 후 얼굴변형을 예방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며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면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인체 장기나 조직이 눈 앞에서 3D프린팅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의료분야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3D프린팅 기술은 다양한 활용 용도만큼 시장가치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조사 결과 2012년 기준 전세계의 3D프린팅 관련 시장 규모는 약 22억달러(2조4778억원)로 나타났으며 향후 10년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뛰어들 여지가 많은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총기 등 살상용 무기를 3D프린터로 생산할 수 있게 된 점은 최근 미국 의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총기 개발사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 그룹은  3D프린터로 생산한 총 ‘리버레이터’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 측에 “귀사는 사전 허가 없이 국제무기거래규약에 의해 통제되는 정보를 공개했다”며 도면을 인터넷상에서 게시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3D프린터를 사용한 총기 생산은 총기규제법안을 만들려는 미국 정치권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다. 3D프린터로 총을 생산하면 아무리 법안을 강화해도 총기 소유를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3D프린터 가격이 300만∼400만원대로 낮아짐에 따라 판매가 늘고 있다며 총기규제를 법적으로 강화해도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3D프린터 전문가 호드 립슨 코넬대 교수는 “누구나 원하는 것을 모두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규제할 순 없다”며 “더욱이 과거 방식의 규제는 효율적일 수 없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총은 금속탐지기나 X-레이 스캐너에 잡히지 않아 테러 등에 악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3D프린터는 또 저작권이라는 개념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다. 저작권은 책, 음악, 영상물 등 ‘지적소유물’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온 개념이다. 하지만 3D프린터 등장은 3차원에 존재하는 물체가 ‘정보 상태’로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는 상황을 유발하면 저작권이 무의미해진다. 소비자들이 현실에서 물건을 사는 대신 사이버공간에서 내려받은 도면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즉 음악과 동영상을 복제하듯 어떤 물체도 똑같이 만들 수 있다.
이른 바 ‘프린트범죄(Print crime)’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개인이 집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드는 경우까지 일일이 규제하고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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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로 제작된 제품의 내구성이나 색채 구성 등이 미흡하다는 의견도 많다. 개인용 3D프린터의 경우 산업용 3D프린터와 달리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압출적층방식(FDM)’을 채택한다. 프린터의 노즐이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플라스틱 재료가 한 층씩 쌓이면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기기안에는 보통 1개(혹은 2개)의 노즐이 들어있는데 이로 인해 색상은 단색밖에 표현할 수 없다. 노즐 하나당 색상 하나씩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처리 작업으로 기계가공을 하기도 하지만 색이 매끈한 작품을 얻기는 어렵다.

3D프린터 가동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도 문제다. 플라스틱을 열이나 레이저로 녹여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것은 같은 양을 사출성형하는 것보다 50~100배 많은 전기에너지를 소비한다. 3D프린터 산업이 재료와 에너지 소모가 적은 친환경적인 산업이라지만 전기 사용량이 많은 만큼 오히려 에너지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기환경이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3D프린터 소재로 사용되는 PLA수지(식물성수지)는 유해한 중금속은 없지만 1분당 20억개, ABS수지(고부가 합성수지)는 1분당 2000억개의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이런 물질은 폐나 혈관에 축적돼 천식을 포함한 잠재적인 질병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집에서 가정용 3D프린터를 사용하는 것은 담배 1개비를 태울 때 발생하는 만큼의 초미세먼지를 생성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주재료인 플라스틱의 과소비도 각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3D프린팅이 대중화되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소비되면서 폐기물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사람의 근육 및 장기를 3D프린터로 만드는 바이오프린팅의 경우 과거 DNA 복제와 줄기세포 등이 윤리적 문제를 불러일켰던 것처럼 도덕적, 법적 문제를 피해 가기 어렵다.

손현기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현재의 3D프린팅은 기대하는 것과 달리 생산 후 후가공 공정이 필요하다”며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 한계가 있고 색상이나 품질이 아직 다양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승환 부산대 교수는 “2D 프린터에 비유하자면 지금의 3D 프린터는 도트 프린터 수준”이라며 “레이저프린터가 나오기 전까지 2D프린터의 속도도 느리고 출력물의 품질이 낮았던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3D프린팅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제조업자가 많아지면 활용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 분야에서는 장기적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확보가 우선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3D프린터가 신개발 의료기기로 인정받으려면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바이오프린팅 기술발달에 따른 불법 스캐닝, 무분별한 도용행위에 대한 대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용 문제와 제도적인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장비 하나 가격이 수십억원에 달하다보니 보형물 제작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사람의 두개골 모양 보형물을 제작하는 데에는 건당 약 6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형외과에서 자주 시행되는 맞춤형 인공관절수술의 경우에도 3D프린터 사용으로 인해 비용이 50만~60만원 비싸진다. 결국 모든 부담은 환자에게 전가되는데 급여 적용 가능성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
단순한 연구에 소요되는 비용도 의사가 전부 자비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D프린터를 활용한 의료기기는 급여 혹은 비급여 적용이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으며, 보건의료연구원은 임상근거 부족을 이유로 신의료기술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

문명호 건양대 의대 의공학과 교수는 교수는 “이미 3D기술을 의료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는 충분히 이뤄져 있지만 법적 테두리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조속히 이에 대한 근거가 받아들여져 임상 적용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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