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응급의료 취약지 원격협진 네트워크’ 시범사업 6개 거점병원(제주한라병원, 춘천성심병원, 안동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목포한국병원 포함)으로 선정돼 8일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이 병원은 1차 4개, 2차 2개 등 총 6개의 취약지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범사업을 펼친다. 8일부터 시작되는 1차 시범사업에는 강화병원, 백령병원, 연평보건지소, 덕적보건지소가 포함됐다. 2차 시범사업에는 영종보건지소, 유용보건지소로 대상이 확대된다.
이번 시범사업은 병원 전문의와 취약지병원 의료진이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며 진행된다. 농어촌 취약지에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취약지병원 의료진이 길병원 전문의를 호출해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의학장비와 음성, 진료기록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길병원 전문의는 이를 바탕으로 치료방향과 계획을 수립하고 도서지역 의료진에게 자문을 하고 응급환자를 진료한다. 환자 이송이 필요할 땐 미리 관련 정보를 분석해 응급처치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킨다.
병원 측은 원격협진을 위해 △CT·초음파 등 영상자료 △음성과 화상을 통한 의료진 간 협진 △진료기록의 실시간 공유가 가능한 원격협진시스템을 구축했다. 유무선 전화로만 교환되던 환자의 정보가 PACS 영상, 진료기록, 심전도 모니터 영상 등으로 다양해졌다.태블릿PC, 스마트폰으로도 원격협진이 가능해 제3의 의료진도 편리하게 협력할 수 있다.
이근 길병원장은 “그동안 취약지병원 응급실에는 소수의 공중보건의사만이 진료를 봐 정확한 환자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원격협진 시스템 구축뿐 아니라 취약지 의료기관 공중보건의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등 취약지병원과 상시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길병원은 원격진료 수행에 필요한 응급의료 분야와 원격협진 분야에서 다년간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1991년 국내 최초로 병원 업무를 전산화하고, 1995년 국내 최초로 원격 영상진료를 시행했다.
올 초에는 벤처기업 힐세리온과 공동 개발한 무선 초음파기기 양산에 돌입했다. 길병원이 50대 도입한 무선 초음파기기는 PC, 스마트폰, 태블릿만 있으면 헬기나 선박과 같은 장소에서도 초음파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원격협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진출 성과도 올렸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페루 순방에서 페루 까예따노 헤리디아병원과 원격의료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양해각서를 바탕으로 페루에 원격 의료의 기본적인 모형과 관련된 의료기기 및 서비스를 수출하게 됐다.
이를 위해 병원 측은 페루에 적합한 원격의료 모형을 수립하고, 원격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와 장비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페루를 비롯한 중남미 보건의료 시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7.7%씩 성장할 전망이지만 지리적 한계 때문에 국내 병원 및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지 못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2015년 전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1600억달, 중남미 시장은 112억달러(약 1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원격협진 시범사업으로 우리 병원이 또 한 번 앞서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도 진출, 우리나라 의료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