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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무열왕부터 英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꿩고기’ 예찬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5-02 14:44:09
  • 수정 2016-02-12 13: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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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질 따뜻해 소화기관 보강, 소아 회충 제거 … 고단백 저지방, 다이어트식 추천

꿩고기는 신라 태종 무열왕서부터 조선시대 영조까지 왕과 귀족들의 음식으로 선호됐다. 다른 육류와 달리 섬유소가 가늘고 연하며 지방이 없어 다이어트식으로 추천된다.

‘꿩 대신 닭’이란 속담은 자신이 원하는 게 없을 때 그와 비슷한 것을 대신하는 경우를 이를 때 사용된다. 조선시대 떡국을 조리할 때 꿩고기를 주로 이용했는데, 구하지 못하면 닭을 재료로 넣으면서 이런 말이 생겼다.

꿩고기는 삼국통일의 주역 신라 태종 무열왕의 밥상은 물론 역대 조선시대 임궁 중 가장 장수한 영조의 수라상에도 빠지지 않았던 진미다. 서양에서도 꿩이나 사슴 등 사냥해 잡은 고기를 고급 식재료로 여긴다. 사냥은 왕이나 귀족만 즐길 수 있었다. 평민들은 사냥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2013년 영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초대한 만찬에서 꿩고기가 메인코스로 나와 화제가 됐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국을 찾았을 때도 여왕 만찬 코스의 첫 요리가 꿩 수프였다. 여왕이 사냥한 꿩고기를 대접한 것은 손님을 정성껏 모시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에서도 꿩고기는 예부터 닭고기보다 귀했다. 꿩고기는 양반이 아니라면 그 맛을 보기 힘들었다. 꿩은 특성상 이리저리 날아다녀 사냥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성질이 급하고 예민하다. 강한 야성을 지녀 철망 속에 가두면 다짜고짜 철망에 머리를 들이 받아 죽는다. 최근에는 요리용으로 사용되는 꿩을 인적이 드문 야산에 사육장을 만들어 키운다. 한 공간에 많은 양을 놔두면 서로 싸우기에 20~30마리씩 나눠 사육한다. 꿩 눈은 안대로 가려 거친 성질을 가라 앉힌다. 병해에는 몹시 강하다. 전국적으로 조류독감이 유행하더라도 꿩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 새끼는 꺼병이로 부른다. 예전에는 장끼와 까투리의 맛이 약간 달랐지만 요즘엔 주로 사료를 먹여 키우다보니 비슷하다. 이에 비해 닭은 집 마당 구석에서 모이만 주면 큰 걱정 없이 자라 흔했다.

희귀성만큼 맛도 큰 차이를 보인다. 8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잡히는 꿩고기를 최상의 품질로 인정했다. ‘동의보감’에는 꿩고기가 간에 기력을 더하고 눈을 밝게 한다고 쓰여 있다. ‘규합총서’에는 깨끗한 백지에 물을 적셔 틈없이 고기를 싸서 구워 반 정도 익으면 종이를 벗기고 기름장을 바른다고 자세히 적혀있다.

여러 문헌에서 꿩고기에 대한 예찬이 적혀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조선시대 사람들의 꿩고기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예전에는 야생 꿩이 많아 이를 이용한 음식도 다양했다. 맑은 장국을 우려내는 데 사용됐으며 김치를 담글 때에도 재료로 이용됐다. 이외에 만두, 구이, 찜, 장조림, 포를 만드는 등 조리법이 발달됐다. 지금은 겨울철 꿩고기를 다져 넣어 빚은 꿩만두, 일본식으로 살을 얇게 저며 끓는 장국에 흔들어서 익혀 먹는 샤브샤브가 있는 정도다. 꿩 가슴살 안쪽은 육질이 가장 부드러운 부위로 육회로도 먹는다.

북한에서는 육수를 이용한 음식에 꿩고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음식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전통 평양냉면의 육수에는 꿩고기를 고은 것이 정석이다. 꿩고기를 넣은 만두는 개성의 황진이가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수를 우려낸 꿩고기를 놔두면 육질이 질겨져 특유의 맛이 반감된다. 다른 고기와 달리 뼈까지 씹어 먹어도 된다. 맛도 맛이지만 보혈 효능도 가진다.

충북 충주시는 남한 꿩요리의 메카로 통한다. 국내에서 최초의 자연온천인 수안보 주변에는 꿩고기 전문점들이 즐비하다. 예부터 임금이 이 곳으로 요양차 온천여행을 오면 꿩고기를 먹고 한양으로 돌아갔다. 과거에는 사냥된 꿩을 이용했지만 1970년대 이후 지역 농가소득 증대사업을 통해 꿩을 곳곳에서 사육하고 있다. 현지에서 연간 약 1만마리가 꿩요리로 소비되고 있다.

꿩고기는 다른 육류와 달리 섬유소가 가늘고 연하며 지방이 없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추천된다. 약간 시큼한 맛이 난다. 100g당 단백질 24.4g, 지방 4.8g, 회분 1.1g, 칼슘 14㎎, 인 263㎎, 철 0.4g 함유돼 있다. 살코기 열량이 100g당 113㎉로 껍질 벗긴 닭고기와 비슷하다. 삼겹살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성질이 따뜻해 소화기관을 보강하고 기운을 도와주며 설사를 그치게 하는데 좋다. 당뇨병으로 인한 소변빈삭과 시력감퇴, 기침, 피부질환을 치료한다. 어린이 회충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 꿩의 뇌는 동상 외용제로 사용된다.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으며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효능도 가진다.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설사·이질을 멎게 하며 종기를 없애는 도움이 된다. 찬 성질의 메밀은 꿩고기의 열성을 식히고 식이섬유소를 보충해주므로 같이 섭취하면 궁합이 맞는다.

임신 중 꿩고기를 먹으면 피부병이 생긴다는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꿩은 귀한 음식이지만 약한 독이 있어 자주 먹어서는 안된다’고 적혀 있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추천되지 않으며 사상의학에서는 소음인의 음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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