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은 7~8월 산란기를 앞두고 봄철에 바닷물의 유기물을 흡수하므로 3~5월이 제철이다. 더 자라 여름이 되면 크기만 커지고 맛은 떨어진다.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무기력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갑작스런 계절의 변화로 몸이 적응기간을 가져 에너지를 더욱 사용해 피로감을 평소보다 느낀다. 간단한 체조 등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지만 제철 음식도 무기력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겨우내 갯벌 속에서 에너지를 보충하다가 봄이 되면 밖으로 올라오는 바지락은 대표적인 봄철 음식으로 꼽힌다.
바지락은 참굴 다음으로 국내에서 생산량이 많다. 서해안의 백령도부터 남해안의 사천만에 이르는 광범위한 갯벌에 서식한다.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 자라며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번째 생산국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바지락의 생산량이 2011년 약 3만7929t을 기준으로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2년에는 2만5028t, 2013년에는 1만9145t을 기록하며 최근 15년간 가장 저조한 생산량을 보였다. 이는 겨울철 낮은 기온과 갯벌의 환경변화로 인해 매년 4월마다 바지락의 대량 폐사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 2013년 대비 1만2000t이 늘은 약 2만1000t이 잡혔지만 예년보다 적은 수치다.
인천 소래포구의 한 상인은 “추운 겨울날씨도 문제지만 쏙이 늘어나면서 갯벌에 구멍을 내놔 추위에 직접 노출되고 겨울철에 바지락이 은거할 공간을 파괴해버려 바지락 생육을 방해하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조금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지락은 발에 밟힐 때 ‘바지락 바지락’ 거린다며 붙여진 이름이다. 본래 바지라기였지만 부르기 쉽게 줄어들었다. 지역에 따라 빤지락(동해안), 반지래기(경남), 반지락(인천·전라도) 등으로 불린다. 한자로 소합, 황합이라고 부르지만 작은 소개, 누르스름한 빛깔의 조개란 의미여서 다른 조개와 구별하는 데 큰 의미가 없다.
바지락은 백합과로 제철이 3~5월이다. 모시조개는 대합과로 제철이 7~2월이다. 바지락은 국내의 경우 밝고 줄무늬가 없는 반면 모시조개는 검은색 줄무늬가 규칙적으로 섞여 있다.
바지락은 국수국물을 내거나 찌개, 젓갈, 부침개를 만드는 데 주로 쓴다. 모시조개는 국 끓일때 넣어 국물을 시원하게 한다. 서양에서는 봉골레 파스타를 만드는 데 주로 모시조개를 쓴다. 모시조개는 가무락 또는 가무래기로 불리기도 한다.
바지락은 모래나 진흙 속 식물성 플라크톤을 먹고 살며 번식과 성장이 빠르다. 보통 길이는 4㎝, 높이는 3㎝까지 자라지만 큰 것은 길이가 6cm에 이른다. 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칼로리가 낮고 지방 함량(전체의 1.2% 수준)이 적어 다이어트식으로 적합하다. 육질 속 메티오닌은 근육을 형성하는 단백질이 잘 합성되도록 돕는다. 이 성분이 부족할 경우 지방이 쌓여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을 우려내면 칼칼한 감칠맛이 난다. 글루타민산·글리신·알라닌·프롤린 등 유리아미노산 등이 감칠맛을 부여하고 베타인과 트리메틸아민산화물(trimethylamine oxide, TMAO) 등은 시원한 단맛을 부여한다. 신맛을 부여하는 호박산과 능금산 등 유기산과 어우러져 바지락 고유의 시원한 맛을 내게 된다.
바지락의 아미노산으로는 맛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글루탐산이 100g당 1672㎎으로 가장 많고 글리신, 아르기닌, 아스파르트산, 류신 등도 다량 들어 있다. 곡류만으로 섭취할 수 없는 제한아미노산인 리신과 트레오닌의 함량은 1030㎎, 480㎎이고 필수아미노산은 8종류를 골고루 함유해 반찬으로 즐겨먹을 경우 영양 균형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타우린은 간장의 해독기능을 강화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줘 피로회복에 좋다. 시중에 판매되는 피로회복제에는 타우린이 다량 함유된 이유다. 바지락국은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한테는 더없이 좋은 해장국이다. 타우린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며 시력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혈압조절, 동맥경화 예방 등의 기능성도 인정된다.
바지락의 타우린 함량은 100g당 1052㎎으로 엄청나게 많이 함유돼 있다. 그 다음으로 타우린 함량이 많은 식품으로는 낙지(854㎎), 보리새우(611㎎), 꽃게(711㎎) 등을 꼽을 수 있다.
무기질로는 칼슘, 철분, 인, 아연, 셀레늄, 구리 등이 풍부하다. 칼슘과 인이 100g당 320㎎과 76㎎, 철분이 13.4㎎ 들어 있다. 2010년 한국영양학회가 규정한 무기질 하루섭취권장량은 칼슘 750㎎, 인 700㎎, 철분 10㎎이다. 바지락을 하루에 100g 섭취하면 이가은 권장량에 대해 칼슘은 42.7%, 인은 10.9%, 철은 134%를 섭취하게 되므로 바지락은 우수한 무기질 공급원이 된다.
철분은 임산부 등의 빈혈을 예방하며, 아연은 성장기 어린이 발육에 도움이 된다. 칼슘은 뼈, 치아 건강을 지키는데 좋다. 구리는 체내 항산화효소인 슈퍼옥사이드디스무타아제(SOD)의 생산을 돕는다. 황달이나 저혈압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장기간 복용하면 피부가 매끈해지고 혈색이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바지락의 제철은 3~5월이다. 7~8월 산란기를 앞두고 바닷물의 유기물을 흡수하면서 자라기 때문이다. 6월이 지나 장마철이 되면 맛이 빠져 젓갈용으로 쓰인다. ‘오뉴월 땡볕의 바지락 풍년’이란 속담이 있다. 외관은 그럴싸하지만 실속이 거의 없음을 꼬집는 표현이다. 음력 오뉴월에 수온이 오르면 바지락의 껍데기는 급작스레 커진다. 속이 차지 않아 막상 먹을 것은 별로 없다. 게다가 갯벌내 오염원에 대한 천연정화조 역할을 해 독소가 들어있을 수 있어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민간에서는 바지락의 껍데기를 말려 가루로 빻아 헝겊 주머니에 넣고 팔팔 끓여 먹는다. 가루 속 칼슘이 체내에 흡수돼 뼈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어서다. 전문가들은 이 요법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바지락을 먹으려면 해감을 해야한다. 껍질을 박박 문지른 후 소금물에 담궈 바지락이 머금은 뻘을 제거한다. 식초를 이용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해감할 수 있다. 바지락을 담궈 놓은 물에 식초 2~3 스푼을 넣으면 순간적으로 강한 산성 자극에 바지락들이 갖고 있는 뻘을 한 번에 토해낸다. 시간도 적게 들 뿐만 아니라 뱉어내는 양도 상당하다.
신선한 바지락은 껍데기가 단단하고 다소 거친 질감을 가진다. 꽉 맞물려 있으며 벌어져 있는 바지락 껍데기를 만졌을 때 입수관이 그 속으로 재빠르게 들어가는 게 좋다. 찌개나 칼국수에 넣어 익혀 먹거나 양념에 버무려 먹으면 된다. 특히 된장과 궁합이 잘 맞아 된장국에 넣으면 그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