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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김영란법 제정 통과 후 의료계 설왕설래 … 대관·언론홍보담당 업무 차질 호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4-20 02:15:53
  • 수정 2020-09-14 13: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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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사 접대 1인당 3만원 이하, 의료계 전반 술·식사 약속 꺼리는 분위기 … 교수 학회활동 위축 우려

리베이트를 주고받다 적발되면 쌍벌제와 김영란법 중 처벌 규정이 더 강한 법률이 적용된다.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할 수 있는 ‘김영란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료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땅에 떨어진 의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있지만 각종 학회활동 및 대관·언론홍보 업무에 지장을 줘 의료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세월호 침몰사태 이후 정국을 휩쓴 ‘관피아’ 논란으로 부정부패 척결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3월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초안을 보고한 지 3년 9개월만이었다. 본회의 출석 의원 247명 중 226명이 찬성, 4명은 반대, 17명은 기권표를 던졌다. 

보건의료계의 경우 국·공립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봉직의는 물론 사립학교 교직원 신분인 대학병원 교수와 소속 의사, 일반 행정직 직원 등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성균관대 및 울산대 소속 정교수만 해당되기 때문에 전 임직원이 대상이 되진 않는다. 개인병원도 공공성과는 연관이 없다고 여겨져 처벌받지 않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리베이트다. 제약사와 대학병원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리베이트 쌍벌제’과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으로 인해 2중규제를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대 교수의 경우 개원의사에 비해 고가의 의약품을 필요한 희귀·중증질환을 많이 다루고 진료 환자수도 많아 리베이트 유혹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국의 많은 대학병원 교수들이 의약품 처방의 대가로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혐의로 법정에 서거나 현재 당국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리베이트 액수 배분을 놓고 의대 교수끼리 주먹다짐까지 벌인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연구 및 진료에만 매진하는  대학병원 교수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이는 의사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및 국내(지방) 학회 참가를 위한 식비나 교통비 등도 단체나 업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제약사의 뒷돈을 받고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처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순수하게 새로운 술기나 지견을 경험하고, 이를 제약사가 지원하는 것까지 원천 차단하면 국내 의료기술 수준은 제대로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은 공익 목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는데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만큼 공익적인 직업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대관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 단체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과 만나 입법 관련 사안이나 급여 기준 등을 상의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눈치가 보이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대관업무에 엄청난 영향은 불가피할 것 같다”며 “아직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금품 수수는 당연히 사라져야 하지만 누적 금액까지 따져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제약사 직원을 만나더라도 더치페이를 하는 게 속편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식사 약속을 무조건 잡지 않을 경우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게 뻔해 공무원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이다.

기자들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되면서 병원이나 제약사 언론홍보 업무 담당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학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친한 기자들과 격의없이 식사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이야기하는 게 업무의 절반인데, 김영란법 제정 이후 이런 약속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물론 개인 시간을 중요시하는 트렌드의 영향도 있겠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사적인 식사 및 술자리는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홍보대행사 관계자 유모 씨도 “올해 들어 제품 설명회나 기자간담회를 유치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김영란법 시행 여파로 홍보 예산 자체를 줄인 업체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밝혔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상황 속에서 홍보 예산도 줄이고 잡음이 나오는 것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제약사들은 리베이트쌍벌제 시행 이후 위축된 상황이 최악으로 악화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교수들의 학회 활동 지원이나 판촉 활동에 차질이 생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제약사 영업사원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후 홍보나 영업활동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고 윗선에서는 대책 마련에 정신이 없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법으로 2~3중의 제한이 생길 경우 가장 막막한 것은  최일선에 있는 영업사원들”이라고 말했다. 만약 리베이트를 주고받다 적발되면 쌍벌제와 김영란법 중 처벌 규정이 더 강한 법률이 적용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와 배우자는 1회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하면 직무와 관련이 없어도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 공직자에는 입법·사법·행정부 공무원,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직원, 언론사 직원, 사립학교 이사장과 이사가 포함된다.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에도 공직자 자신이 처벌받는다. 

1인당 100만원 이하를 받은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에만 금품 가액의 2~5배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한 사람에게 받은 돈이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자신이나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때 처벌을 면하려면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힌 뒤 금품을 바로 반환하고 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기관장은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그 내용을 수사기관에 통보할 의무가 있다. 

김영란법에서 금품은 금전·유가증권·부동산·숙박권·회원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 음식물·주류·골프 등 접대·향응, 교통·숙박 등 편의 제공, 채무 면제·취업 제공 등 경제적 이익을 총칭한다. 공공기관이나 상급 공직자가 제공하는 위로·격려·포상금은 금지대상에서 제외됐다. 원활한 직무 수행 및 사교와 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도 허용된다. 
식사 접대는 3만원, 경조사비는 5만원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대상 범위나 금품 수수에 해당하는 행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법조계는 다양한 사례에 맞는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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