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JTBC ’이영돈PD가 간다‘ 프로그램에 “국내에 출시된 그릭요거트는 모두 가짜다”라는 내용이 방송됐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직접 그릭요거트의 본고장인 그리스까지 건너가 전통 제조법을 알아보고 국내산과 비교해 시중에 나온 제품은 그릭요거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송이 끝나고 자신을 그릭요거트 업체 사장이라고 밝힌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영돈PD 측이 자신이 없는 사이 몰래 가게에 와 촬영을 했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방송 이후 제작진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걸었지만 받지 않는다”며 “전화 통화할 때는 앞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당당히 요구만 하더니 방송을 조작하고 이제 전화 받을 용기가 없나요?”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며칠 뒤 논란이 일자 이영돈PD는 방송 내용 조작에 대해 사과했지만, 한동안 스타PD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이제 신뢰를 잃어버린 방송인으로 남게 됐다.
이 방송을 통해 그릭요거트가 재조명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발효유시장에서는 새로운 강자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지난해 국내 그릭요거트 시장 규모는 약 70억원으로 2013년보다 약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전체 발효유 시장 규모가 약 3600억원인 데 비하면 아직 미미하지만 올해는 급격히 덩치가 커져 약 200억원 가까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릭요거트는 그리스 전통음식으로 2008년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가 김치, 올리브유, 낫또, 렌틸콩 등과 함께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이다. 일반 요거트와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점은 뒤집어도 흘러내리지 않을 만큼 진하고 단단한 성상이다. 이는 그릭요거트가 일반 요거트에 비해 2배 이상의 원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반 요거트는 우유를 발효시킨 후 설탕 과즙 등을 넣어 만들지만, 그릭요거트는 끓인 우유를 농축시킨 뒤 수분을 제거한다. 다른 발효유와 마찬가지로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을 증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산균이 풍부하다. 그릭요거트에는 일반 요거트에 약 18배 많은 g당 약 18억마리가 유산균이 들어있다.
아무리 장에 좋은 유산균이라도 섭취시 장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위의 산도가 가장 높은 아침식사 전에는 먹지 않는 게 좋다. 밤사이 아무것도 먹지 않아 위액 농도가 가장 진하기 때문이다. 섭취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식사 직후다. 음식물로 인해 위액 농도가 묽고 유거트와 음식물이 섞이므로 유산균이 보호된다.
JTBC 방송에서는 이영돈PD가 직접 그릭요거트를 먹기 전과 후를 비교한 결과가 나왔다. 섭취 전에 비해 섭취 후에 혈당과 간 수치가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식후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낮춰주는 그릭요거트의 혈당조절 작용이 탁월한 것을 알 수 있다.
요거트는 장 기능을 활성화하면서 피부도 건강하게 지켜준다. 요거트에 함유된 살아있는 박테리아는 독성분을 완화시킨다. 요거트를 얇게 얼굴에 팩처럼 바르고 3~4분간 놔두다가 맑은 물로 세안을 하면 피부의 산성도를 균형있게 맞춰주는 효능을 볼 수 있다.
나라마다 그릭요거트를 먹는 법이 다르다. 그리스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노인들이 즐겨 먹는다. 영국은 스낵간식용으로 요거트를 즐겨 먹어 플레인보다 과일맛을 이용한 제품의 인기가 좋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답게 소비자 취향에 따라 그릭요거트의 종류와 수가 다양하다. 호주에서는 그릭요거트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영양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특성에 따라 고단백 저지방 제품이 인기다. 국내업체들은 이런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영양성분 함유량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 그릭요거트를 최초로 선보인 곳은 일동후디스다. JTBC 방송에 제품이 노출되면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하루 매출이 약 200% 이상 뛰어올랐고,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현상까지 빚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2의 허니버터칩’이 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은 2012년 나온 ‘후디스 GREEK‘이다. 첨가물 없이 100% 자연원료를 사용했다. 최근 그리스 전통 홈메이드 방식을 따른 ’후디스 오가닉 GREEK퓨어‘와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약간의 유기농 설탕을 넣은 ’후디스 오가닌 GREEK 네이처‘도 시중에 나왔다.
전통적인 발효유 강자인 빙그레는 정통 그릭요거트 제조법인 스트레인 공법으로 만든 ‘요플레 요파’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른 제품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고 칼로리 및 지방 함량이 낮다.
남양유업은 ‘떠먹는 불가리스 그릭요거트’와 ‘밀크100’을 출시했다.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찾은 유산균을 적용했으며, 우유는 국산 1등급 원유만을 사용했다. 시장에 등장한지 4개월 만에 하루 평균 약 12만개가 팔리며 일동후디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어른뿐만 아니라 영유아를 위한 제품도 나왔다. 베베쿡은 그릭요거트에 렌틸콩을 첨가한 ‘처음 먹는 프로바이오 요거트’를 선보였다. 어린이를 위한 제품인 만큼 합성착색료, 감미료 등을 넣지 않았고 비타민B와 철분을 첨가해 영양 밸런스를 맞췄다.
그릭요거트는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먼저 우유 1ℓ를 펑퍼짐한 그릇에 부어 전자레인지에 3분간 돌려준다. 이후 내용물을 꺼내 요거트 1개를 넣고 잘 섞은 후 다시 전자레인지에 3분간 돌린다. 꺼낸 우유는 공기와 수분이 들어가지 않게 밀봉하고 집안에서 가장 따뜻한 곳에 약 10시간 발효를 시킨다. 발효된 내용물은 면포로 쌓은 플라스틱 채반에 옮기고 유청을 5~6시간 분리시켜 주면 그릭요거트가 완성된다.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 그릭요거트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맛있게 먹으려면 잼, 꿀, 과일 등을 넣으면 그 맛을 더 즐길 수 있다. 블루베리, 딸기 등이 어울리며 빵에 발라먹거나 시리얼과 함께 섭취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