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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 봄을 닮은 피클 담기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4-13 11:36:47
  • 수정 2020-09-14 1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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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선 88올림픽 이후 피자집 생기면서부터 퍼져 … 기원전 2000년경 티그리스강 유역 인도 원주민 창안 說
피클은 초산과 유기산의 항산화작용과 부재료의 다양한 맛과 향기를 통해 식욕을 돋우고 건강을 챙기는 데 도움을 준다. 입맛이 제대로 돌지 않을 때 상큼한 반찬이 생각난다. 봄철엔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과 상큼한 맛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구는 피클을 담그는 사람이 늘어난다. 사실 피클이 밥상 위에 올라온 지는 그리 얼마 되지 않는다. 88올림픽을 치루고 1990년대 초반부터 피자가게가 우후죽순처럼 퍼졌다. 흔히 피자와 함께 먹는 오이로만 여겨지지만 최근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활용해 만드는 ‘나만의 피클 레시피’가 인기를 얻고 있다.

피클처럼 쉬운 조리법도 없다. 혹자는 라면 끓이기보다 쉽다고 말한다. 채소를 다듬고 식초·설탕을 적당량 섞은 피클물을 끓여 부으면 새콤달콤한 피클이 완성된다. 

피클의 역사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피클은 기원 전 2000년경 티그리스강 유역으로 이주해온 인도 원주민들이 처음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고대 사회에서 피클은 식품 자체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겠지만 어쩐 일인지 건강식의 하나로 여겨졌다. 학자들은 피클의 주재료인 식초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본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피부미용을 위해 채소를 식초에 절여 먹었다는 설도 있다.

식초에는 주성분인 초산 외에 구연산 등 5∼6종의 유기산과 다량의 유리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다. 식초 속 유기산은 체내로 섭취되면 항산화제 역할을 해 몸 속 나쁜 활성산소를 몰아내고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도록 돕는다.

식초는 현대 사회에서도 ‘몸에 좋은 음식’으로 여겨진다. 이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특히 식중독 등 장의 면역력이 떨어지며 발생하는 질환을 예방하는 데 식초만큼 좋은 식품이 드물다. 전문가들은 음식에 식초가 2%만 들어 있어도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등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저장음식은 당절임, 초절임, 염장 등으로 나뉘며 피클은 식초·설탕을 넣어 만드는 초절임에 속한다. 보통 마늘종, 아스파라거스, 샐러리, 양배추, 양파,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 아삭한 채소와 마늘·무 등 단단한 뿌리채소를 섞어 담근다. 저장식품으로 아삭함이나 식감이 비슷한 재료끼리 함께 담가야 무르는 속도가 비슷해져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보관용 유리용기를 끓는 물에 열탕 소독하면 굳이 피클물을 끓여 붓지 않아도 한달 정도 두고 먹을 수 있다. 양배추, 당근처럼 단단하거나 오이처럼 아삭하게 먹어야 맛있는 재료는 피클물을 끓여 부어야 질감을 살릴 수 있다. 조직이 연한 채소로 담그는 경우엔 물을 식혀서 넣는 게 좋다.

식초는 피클 맛을 내는 핵심재료로 보관 기간을 늘려준다. 사과나 레몬 식초를 넣으면 향긋함과 상큼함을 더할 수 있다. 피클의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비결은 소금과 설탕이다. 보통 백설탕을 넣는데 흑설탕은 피클물 색이 진해지고 채소나 과일에 색이 배여 식감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올리고당, 시럽, 꿀 등은 주재료에 따라 떫은 맛이 날 수 있어 백설탕을 가장 많이 쓴다.

피클을 담글 때엔 향신료(피클링 스파이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주로 흑후추, 겨자씨 등 여러가지를 섞어 피클의 감칠맛을 살려준다.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통후추를 넣으면 매콤한 맛과 향을 낼 수 있으며 고추, 마늘, 생강 등을 넣으면 주재료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맛을 달리할 수 있다. 

가장 흔히 접하는 게 오이와 당근을 활용한 피클이다. 물 3컵, 사과 식초·설탕 1과 2분의 1컵, 피클링 스파이스 3큰술, 소금 3작은술을 섞어 피클물을 만든다. 오이와 당근은 1㎝ 두께, 5~6㎝ 길이로 썰어 소독한 병에 담고 냄비에 피클물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인 다음 병에 부어 실온에 2~3일간 두었다가 냉장 보관한다. 이들 야채가 너무 식상하다면 아스파라거스 30대 또는 파프리카 빨간색·노란색 3개씩을 활용해 같은 방식으로 만들면 색다르고 색감이 예쁜 피클을 만들 수 있다.

방울토마토를 활용한 피클은 샐러드나 고기와 곁들이는 데 안성맞춤이다. 방울토마토 300g, 식초·물 1과 2분의 1컵씩 준비하고, 소금·설탕은 2큰술씩 는다 양념으로는 마늘 4개, 통후추 10알을 활용한다.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뗀 후 포크로 찔러 구멍을 4~5군데 내고 마늘은 편으로 썬 다음 소독한 병에 담는다. 볼에 피클 물 재료를 모두 넣고 소금, 설탕이 잘 녹도록 섞은 다음 병에 부어 실온에 2~3일간 두었다가 냉장보관하면 된다.

일부에서는 피클엔 다량의 당이 식초에 가미돼 오히려 장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있지만 피클 주재료인 채소의 각종 영양성분들이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 당의 양은 기호에 따라 적당히 조절하면 된다.

예컨대 콜리플라워로 피클을 만들면 유해물질 해독과 배출이 잘 이뤄져 장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콜리플라워엔 설포라판, 인돌 성분이 해독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마늘종의 경우 풍부한 알린 성분이 피가 혈관 내벽에서 엉기는 현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알린은 체내에 흡수되면 알리신으로 변해 이같은 항혈전 작용을 한다. 연근으로 피클을 만들면 연근의 끈적끈적한 당단백질 성분인 뮤신이 소화기의 각종 염증을 예방해주는 항염 효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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