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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녹용 70%는 한국서 유통 … 봄철 채취한 녹용이 효능 최고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4-09 12:08:32
  • 수정 2020-09-14 13: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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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선 고라니 미골화된 어린 뿔 채취해 가공 … 성질 따뜻해 男 양기·女 혈액 보충하는데 도움
봄에 채취한 사슴뿔은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으며 혈관이 많이 들어 있고 칼슘이 풍부해 한방에서는 이 것을 약으로 주로 사용한다.꽃사슴(대륙사슴)은 선한 눈망울, 귀여운 외모 덕분에 사랑하는 이를 부를 때 가장 많이 비유되는 동물이다. 게다가 왕관처럼 아름다운 꽃사슴의 뿔은 관상용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녹용의 재료로 꼽힌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꽃사슴을 특별히 관리했다. 녹용을 임금의 보약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슴들이 살기 좋은 곳을 ‘양록지역’으로 지정해 그 곳에서 키웠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사슴피와 녹용을 얻기 위한 무분별한 남획이 이뤄져 꽃사슴은 남한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녹용은 숫사슴의 미골화(未骨化, 아직 뼈로 굳어지지 않음)된 어린 뿔을 채취해 가공한 약재로 초목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에 비유해 이름이 지어졌다. 국내에서는 꽃사슴이 자취를 감춘 이후 사슴과 동물인 고라니의 것을 주로 사용한다. 

사슴은 3월에서 4월이 되면 겨우내 자란 뿔이 떨어지고 새뿔이 자란다. 생후 3년째부터 뿔을 채취할 수 있는데, 매년 1~2번 자른다. 한 번 자를 경우엔 7월 하순에, 두 번은 청명(보통 양력 4월 5일) 후 40~50일 사이인 5월 중순과 5월 하순 사이나 입추 전후에 채취한다. 1년에 두 번 자르는 녹용은 5월의 것이 품질이 더 좋다.

봄에 채취한 뿔은 부드러운 세모(細毛)로 덮여 있으며 따뜻하고 혈관이 많이 들어 있으며 칼슘이 풍부하다. 한방에서는 이것을 약으로 사용한다. 가을이 되면 사슴의 뿔은 단단하게 각질화되는데, 이를 ‘녹각’으로 부른다.

한국은 세계 1위의 녹용 소비국가로 전세계 유통량의 약 70%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녹용 생산량은 2011년 117t, 2012년 93t, 2013년 84t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국내 녹용 소비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약재 시장에서 판매하는 국내산 녹용은 고작 약 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수입산 녹용은 2012년 약 198t에서 2013년 약 210t으로 늘었다.

외국산 녹용은 대부분 러시아와 뉴질랜드에서 건너온다. 러시아는 순록(馴鹿), 뉴질랜드는 적록(赤鹿)의 뿔을 녹용의 재료로 이용한다. 캐나다산, 미국산 등은 광우병 우려 때문에 수입이 금지됐다. 흔히 러시아산이 최상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수입품은 대부분 꽃사슴이 아니기 때문에 과신하거나 오인하면 피해를 입게 된다.

지난달 23일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뉴질랜드 방문단에는 댄 쿱(Dan Coup) 뉴질랜드사슴협회 대표가 동석했다. 그는 한국인삼공사와 녹용 함유제품 개발 및 마케팅 등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는 뉴질랜드산 녹용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녹용 속에는 유기물 60.44%, 물 가용성분 12%, 알콜 가용성분 2.31%, 에테르 가용성분 1.16%, 회분이 25.65% 들어 있다. 녹용의 아미노산 조성은 17종 이상이며, 피로회복에 좋은 글리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과 콜레스테롤도 함유됐다.

지난달 농촌진흥청은 사슴을 거세하면 좋은 고기를 생산하고 체중저하를 막을 뿐 아니라 녹용 생산도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숫사슴은 가을 발정기가 되면 사료를 제대로 먹지 않아 체중이 약 17% 줄어든다. 이 시기에 거세할 경우 체중감소가 억제돼 육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녹용은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번 생산되지만 거세를 하면 자른 뿔이 재생돼 녹용을 두 번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 뿔은 딱딱하게 굳히고 낙각시키는 역할에 사슴의 고환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용 생산을 목적으로 사슴을 거세하는 것은 위험하다. 거세한 숫사슴은 체내 호르몬 균형이 무저녀 장기적으로 녹용 생산량이 줄어든다. 

녹용은 사상체질상 태음인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양(腎陽)기가 허한 사람에게는 가장 맞는 보약약이나 체질에 관계없이 무난히 잘 듣는 보약 중 하나다. 

전신 강장약으로 근육의 피로도를 낮추고, 신경쇠약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다. 남성의 양기와 여성의 혈액을 보충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할 때도 사용된다. 발기장애, 몽정과다 등 성기능 장애를 고치는데도 좋다. 

자궁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해 몸이 차 성불감증, 자궁출혈 등으로 고생하는 여성에게 효과가 좋다. 빈혈 환자에게 녹용을 먹이면 적혈구, 헤모글로빈, 망상적혈구의 신생이 촉진되는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몸이 허약하고 여위거나, 양기가 부실해 어지럽거나, 노인들이 쇠약해져 오줌을 자주 누고 오줌발이 약하거나, 귀에서 매미소리가 울릴 때,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맥이 없는 데 좋다.

녹용은 주로 가루약, 약엿, 달임약, 약술 형태로 먹는다. 노인들은 장기간 복용해야 효능을 볼 수 있다. 뇩용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서구에서는 아시아에 수출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즐겨먹는 영양식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서구에서도 녹용분말 또는 추출물을 넣어 만든 사탕, 초콜릿, 캡슐, 비스킷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어린 아이가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속설이 할머니들 사이에서 전해져 오지만 아직까지 실제 사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소년이 섭취할 경우 성장발육이 빨라지고 기초체력이 강해지며 기억력 및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녹각은 녹용보다 효능이 덜하지만 가격이 저렴해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독이 없고 나쁜 피를 제거하는데 좋다. 어혈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피부의 종기를 없애주는 소염작용도 지녔다. 녹용은 뿔에 혈관이 풍부하고 조직이 연해 감촉이 부드럽다. 녹각은 고목처럼 조직이 거칠고 단단하며 만져보면 거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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