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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보충제, ‘정자 잡는’ 유해식품으로 오인된 까닭은?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4-01 19:23:03
  • 수정 2019-07-04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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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비용상 단백질보충제에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첨가는 드물어 … 적정량 미만이면 역효과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남성호르몬(안드로제닉) 작용과 근육동화(아나볼릭) 작용을 동시에 갖는다.

체대생 최모 씨(23)는 최근 어머니에게 단백질보충제를 빼앗겼다. 최 씨는 어머니는 “너 이거 먹으면 장가 못 간다”며 모조리 싱크대에 부어버렸다. 아마추어 보디빌딩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 마음이 더욱 무겁다. 버린 보충제 가격만해도 학생에게는 큰 부담인데 자신을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화도 내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는 “신문 보니까 보충제가 정자를 죽여서 불임이 된다더라”고 말했다. 최 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기사를 철썩같이 믿는 어머니를 설득할 수 없었다.

그는 “최근 프로테인(속칭 프로틴)에 들어있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가 불임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가 걱정하신 듯하다”며 “하지만 내가 섭취하는 제품엔 이같은 성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순수 단백질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엔 친구들이 ‘씨 없는 수박이었냐’, ‘정자는 안녕하냐’는 말까지 해대는 통에 피곤하다”며 이어 “어쩌다 단백질보충제가 불법 약물로 몰린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단백질보충제가 불임을 유발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적잖다. 흔히 보충제 속 ‘아나볼릭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이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은 별로 없다. 드물게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이 나와도 운동마니아들은 효용성이 떨어져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권용욱 에이지클리닉 원장은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혈액에 일정 농도 이상 축적돼야 근육을 형성시키는 작용을 발휘한다”며 “일부 단백질보충제에 함유된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체내에 흡수돼도 실제 혈중 농도가 낮아 근육생성 효과가 떨어지거나 오히려 체내에서 스스로 분비되는 내인성 호르몬(근육동화호르몬) 생성을 저해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손보현 슈퍼맨짐 대표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와 단백질보충제를 섞는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보충제 제조사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위험을 감수하며 값비싼 스테로이드를 섞어가며 단가를 높여 만들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만약 보충제에 아나볼릭스테로이드가 섞였다면 근래의 형성된 가격대로는 절대 공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크게 경구제(알약), 주사제로 나뉜다. 스테로이드를 근육합성에 필요한 적정용량 만큼 사용하려면 짝퉁 제품을 쓴다고 쳐도 1개월에 20만원은 든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마약같은 불법약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의약품의 하나일 뿐이다. 이를 건강보조식품인 단백질 보충제에 섞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약물은 근육발달 효과가 뛰어나서 수십년 전부터 운동선수들이 사용해왔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는 사용할 수 없고, 현재 도핑에서 금지약품으로 꼽힌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근육동화(질소축적)를 하는 호르몬으로 안드로제닉(남성호르몬작용) 및 아나볼릭(근육동화작용)을 동시에 갖는다. 오늘날 근육증강 목적으로 쓰이는 호르몬은 대개 화학적으로 안드로제닉 작용은 최소화하고 아나볼릭 작용은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합성한 것이다.  남성갱년기호르몬대체요법(TRT) 제제로 흔히 쓰이는 ‘예나스테론’(성분명 테스토스테론에난테이트)이나 ‘네비도’(테스토스테론 운데카노산)는 안드로제닉 작용에 초점을 맞췄지만 아나볼릭 작용도 나타내기 때문에 양자가 혼용된 개념으로 쓰인다. 남성호르몬 도핑 논란에 휩싸인 박태환 수영선수도 네비도 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용욱 원장은 “예나스테론의 경우 250㎎ 앰플을 10~14일에 한번씩 투여한다”며 “이 정도를 투여해야 겨우 청년 수준의 남성호르몬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제는 비보험으로 대략 주사 1회에 5만~7만원 선이다. 네비도는 1회당 20만~30만원선이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자체가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 의사 처방으로 4~6㎎ 써야 하는데 과욕으로 30~50㎎까지 늘리면 십중팔구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이밖에 과도하게 사용한 경우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하고, 심각한 간 손상을 초래하며, 여드름이나 탈모가 심해질 수 있다. 또 여성화가 진행돼 여성형유방(여유증)이 나타나고 고환도 위축된다. 이를 과용한 해외 보디빌더(속칭 로이더, 스테로이드에서 유래) 중에는 여유증이 진행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남성호르몬이 과도하면 간에서 아로마타제에 의해 여성호르몬(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부작용으로 남성화가 일어난다. 체모가 늘어나고 굵어지며, 목소리가 저음화되며, 드물게 음핵이 커질 수 있다.

손보현 대표는 “국내 시판 보충제든, 해외직구 보충제든 스테로이드가 들어 있는 프로테인 제품은 거의 없다”며 “쉽게 생각해 보충제는 아기들이 먹는 분유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건강기능식품 제조사에서 만들고, 아나볼릭스테로이드 같은 의약품은 제약회사에서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헬스보충제를 굳이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아무래도 ‘가격’과 ‘성분’ 때문이다. 한국엔 아직 용도에 따라 단백질 성분을 차별화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나오지 않아 선택 풀이 좁은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몸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기준에서 봤을 때 원하는 성분이 충분치 않음에도 가격은 가격대로 비싼 게 해외직구로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과 해외 식품의약국의 기준이 다르고, 국내 기준이 더 까다롭다”며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파는 보충식품 중에는 국내에서 금지 ‘약물’ 또는 ‘성분’으로 지정돼 국내에 정식 판매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정식 허가를 받고 판매되는데 강력한 국내 규제 탓에 ‘불법 성분’으로 낙인 찍혀 소비자들의 접근이 차단된 것은 문제”라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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