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독점제도로 꼽히는 중국의 소금 전매제가 폐지됐다. 기원전 7세기부터 존속돼 온 소금에 대한 국가 통제가 약 2700여년만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중국 정부가 소금 독점 빗장을 푼 배경에는 과거 소금이 국가재정이 수입에 중요한 몫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현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의 소금 가격은 2016년부터 자유화되며 신규 사업허가도 2017년부터 허용될 예정이다. 소금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져 온 자원이다. 기독교의 성경에서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라는 구절이 있을 만큼 소금은 ‘소중한’, ‘고귀한’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쓰인다.
우리 몸은 생리적으로 소금을 필요로 한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로 인간의 혈액에 약 0.9% 농도로 녹아 있다. 소금은 세포막 사이의 전위자(막전위)를 유지해 물질수송에 관여하고 체액의 삼투압기능을 조절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소금의 하루 섭취량 5g(나트륨 2g)으로 정하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10~12g을 먹는다. 주로 김치, 된장 등 염장음식을 주요 반찬으로 먹었던 1세대 이전에는 하루 섭취량이 30g을 넘기도 했다. 미국 식생활지침이 권고하는 소금 섭취량은 2010년 1.5g에서 올해 2.3g으로 늘었다. 이는 미국인이 즐겨 먹는 수프 한 그릇의 평균 소금 함량이 2.2g인 것과 비교할 때 엄격히 적은 양이다.
소금은 정제염(精製鹽)과 천일염(天日鹽)으로 나뉜다. 정제염은 99% 이상이 염화나트륨(NaCl)으로 이뤄졌다.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 염화나트륨을 얻어낸 후 불순물을 없앤다. 미네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 몸에 이로운 효과를 내지 못한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그대로 농축시켜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아 마그네슘, 아연, 칼륨 등 미네랄이 정제염보다 풍부하다. 바닷물을 햇빛과 바람으로 증발시키는 자연건조 방식의 염전에서 생산되며 전세계 생산량의 37%를 차지한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연안과 홍해·지중해 연안, 북아메리카·멕시코 서부·호주 연안 등에서 주로 생산된다. 염화나트륨 함량은 83%로 정제염보다 훨씬 낮다.
국내에서는 1907년 인천시 주안에서 처음 염전을 이용한 소금이 생산됐다. 북한지역에서 주로 생산됐으며 해방 이후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에서 염전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국내 염전은 다른 나라보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덕분에 바닷물을 비교적 오랫동안 가둘 수 있어 소금 생산에 유리하다.
천일염은 크게 장판염(壯版鹽)과 토판염(土版鹽)으로 나뉜다. 장판염은 PVC 비닐장판이나 타일을 바닥에 깔은 후 해수를 증발시켜 재취하는 것으로 생산량이 토판염보다 많고 가격은 싸다. 미네랄 함량은 토판염에 비해 적고 태양열에 의해 장판이 녹을 수 있어 환경호르몬 발생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토판염은 전통적인 천일제염법으로 갯벌흙이나 황토흙을 깔아 만든 결정지에서 만들어진다. 염화나트륨의 농도가 약 80~85%로 낮은 대신 미네랄 함량이 높다. 생산량이 장판염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가격이 비싸다.
죽염(竹鹽)은 천일염의 좋은 기능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 중금속을 제거한 것으로 천일염을 대나무에 넣어 구우면 만들어진다. 3년 이상 자란 국산 왕대나무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소금을 꼭꼭 다져 넣고 황토로 입구를 봉한 후 소나무 장작으로 1000~1300도로 9번 구워 만든다. 9번째 장작불 위에 송진 가루를 뿌려 1300~1700도의 불로 다시 가열한다. 이 과정에서 중금속이나 유해성분이 거의 사라지면서 유익한 성분도 같이 소멸된다.
함경식 목포대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 교수는 “정제식품, 가공식품 등이 늘어나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미네랄 결핍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해수에서 얻은 천일염은 좋은 미네랄 공급원이 될 수 있으며, 국내산의 경우 외국산에 비해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의학 이론에 따르면 소금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어 상한 음식물을 토하게 하고 피 속의 열기를 식혀준다. 피부가 헌 곳을 낫게 하고 해독하는 작용도 있다고 적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소금을 볶아서 사용한 기록이 있다. 볶은 소금은 기력이 약한 사람의 대사활동을 촉진하고 식욕을 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성인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져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2007년부터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30~40대 고혈압 환자 증가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나트륨 섭취량 증가로 나타났다. 나트륨은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을 지녀 정제염을 섭취할 경우 혈관 안으로 수분이 몰려 혈압이 높아진다. 지속적으로 고혈압 상태가 유지되면 압력을 지탱하기 위해 혈관벽이 두꺼워지면서 혈관은 좁아지게 된다. 고혈압은 뇌졸중 원인의 60∼70%를 차지하며 장기적으로는 동맥경화, 심장질환 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위염 등 기능성 위장장애의 발생률이 33%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과도한 염분은 위장점막을 자극해 위암 발생위험을 높인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의한 발암작용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심장,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소변으로 나올 때 칼슘까지 배출시켜 뼈 건강에도 좋지 않다.
지난해 일부 염전에서 불법 직업소개소을 통해 팔려온 장애인 노동자 등에게 제대로 월급도 주지 않고 폭행과 협박을 일삼으며 강제노역을 시킨 일명 ‘염전 노예’ 사건이 일어나 염전 농사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염전 노예 사건으로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진데다 수익률까지 낮아지면서 외지 염전소유자들이 염전을 태양광 발전시설로 임대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일염 생산비중이 가장 높은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비가 자주 내리는 등 날씨 문제까지 더해져 천일염 소금의 값이 다소 올라간 상황이다.
지난 11일 전라남도에 따르면 염전 허가면적 3826ha 가운데 가동중인 면적은 3367ha로, 459ha가 휴업중이다. 업체로 보면 1130곳 가운데 109곳이 천일염 생산을 중단했다. 쉬는 염전이 늘면서 지난해 천일염 생산량은 26만9383t으로, 2013년 38만1642t에 비해 29.4%(11만2259t)이 감소했다. 생산액은 712억원으로, 전국(850억원)의 84%를 점유했다. 전남 도내에서 가장 염전이 많은 신안군(3042ha)의 경우 13.5%인 411ha가 놀고 있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