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영향 … 음성적 성문화 탓에 가짜치료제 시장 기세 올려
2012년 한국소비자원이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에 거주하는 60대 이상 노인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성안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생활을 하는 노인이 전체의 62.4%였다. 이 중 36.9%가 발기부전치료제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약국에서 정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44.3%에 불과했다. 발기부전치료제를 구매·복용한 노인 중 67%는 혈압상승, 안면홍조, 안구충혈,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5월은 한국화이자의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sildenafil)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사들의 ‘묻지마 경쟁’에 돌입한 전환기다. 비아그라는 1999년에 출시돼 대대적 반응을 얻어 첫해 매출액이 180억원에 달했고, 5년간 약1000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10년 동안 비아그라 판매량은 한국 남자 모두 1알 이상 복용한 정도인 3043만정이 판매됐다.
이렇게 인기를 얻자 중국 등지에서 ‘제네릭’도 아닌 불법 가짜약들이 선을 보였고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기승을 부렸다. 심지어 일부 약국에서는 처방전을 받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가짜를 한 알당 900원에 구매해 5000원에 파는 등의 사기·불법 행위도 저질렀다.
가짜약은 초반에 유흥가를 중심으로 판매되다 전단지 영업을 통해 유통되는 단계로까지 전락했다. 초기 가짜약은 실데나필 성분이 들어있지 않았지만 대략 2003년을 기점으로 실데나필 또는 유사 화학구조 성분이 함유된 업그레이드 가짜약이 나돌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최근의 가짜약은 대체로 발기유발 유효성분이 과용량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고, 상습 사용자들도 으레 그렇게 알고 구입한 직후 반을 쪼개먹다가 치료반응을 살펴가며 양을 늘려간다고 전해진다. 과소량보다는 과용량 가짜약이 늘어난 것도 흥미롭다.
노인은 이런 가짜약 구매에 관심이 높다. 노인의 성 문제가 터부시되다 보니 의료기관을 찾기보다는 약간 가격이 비싸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유통경로를 선호한다.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구매하는 사유로는 대부분 ‘쉽게 구할 수 있어서’이거나 ‘병원진료가 꺼려져서’다.
노년기의 성에 대한 욕구는 의식주에 대한 욕구와 더불어 질적 삶을 위해서 충족되어야 할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로서 노인의 성생활에 대한 중요성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노인의 성기능이 상실되는 시점은 여성의 경우 폐경 전후로,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으로 간주된다. 여자건 남자건 노인이 이성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면 대개 ‘노망’ 혹은 ‘주책’이란 소리를 듣는다.
이렇다보니 인터넷에서 ‘발기부전치료제’와 ‘여성흥분제’로 광고·표시돼 불법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은 모두 ‘가짜의약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한 제품 모두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증할 수 없었다.
식약처는 “발기부전치료제는 의사의 진단·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과량 복용 시 심근경색, 심장돌연사 등의 치명적인 심혈관계 이상반응은 물론 시력상실, 청력감퇴 등 감각기관 부작용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기부전치료제 가짜약 시장을 근절하려면 노인들이 편하게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사회적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