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을 20%로 인상하고 비급여 진료 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실손의료보험료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 정책이 국민건강과 병원의 입장은 무시하고 민간보험사의 이익만 고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실손의료보험료 안정화 방안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현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목적으로 급여 범위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비급여 진료가 줄고 있는 만큼 환자의 실제 부담금을 지원하는 보험사의 실손보험료는 인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이번 방안은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비급여 진료를 통제함으로써 보험사의 수익을 증대하려는 의도”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손보험 심사를 담당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심평원의 심사 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납부한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민영의료보험으로 향후 발생할 진료비 지출을 대비해 불특정 다수가 가입한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업계가 심평원에 위탁 심사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높은 손해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형 보험의 손해율은 131.6%에 달했다. 이는 거두는 보험료보다 지출된 보험금의 액수가 31.6% 많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손해율 및 보험료 인상을 막는 방안을 연구해왔으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실손형 의료보험 심사를 심평원에 맡기는 안을 제시했다.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심사를 맡은 뒤 보험료 지급이 10%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내과 전문의인 G원장은 “2013년 7월부터 심평원이 자동차보험을 심사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 실손보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예컨대 교통사고 발생 72시간 이후에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을 경우 보험이 인정이 되지 않아 교통사고 피해자가 적절한 진단 및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손보험은 넓은 영역의 질환에 대한 의료비를 보장하는 만큼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정부의 이번 조치로 민간보험사의 이익은 많아지는 반면 의료기관과 국민건강권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보험소비자(가입자)와 의료계의 의사는 무시한 채 재벌 영리 보험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기관인 심평원이 수수료를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과 같은 황당무계한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