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치료를 방해하고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저하시키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팀은 이주석 미국 MD앤더슨병원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YAP1’ 유전자의 활성이 환자의 예후를 악화시키고, 재발률을 높이며, 표적항암제의 치료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YAP1유전자는 ‘히포시그널링 경로(Hippo Signaling Pathway)’로 불리는 세포증식 과정에서 세포의 증식과 사멸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와 종양의 증식에도 관여할 수 있어 암 치료의 중요한 기전으로 평가된다.
히포시그널이 작동하면 YAP1 유전자가 활동할 수 없고, 반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YAP1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YAP1유전자는 세포 내로 진입해 세포의 복제를 촉진한다. 연구팀은 암세포 증식과 관련한 히포시그널링 경로에 주목해 대장암 환자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대장암 예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종양의 침투 정도(T), 림프절 침범 여부(N), 원격 전이 여부(M)를 평가하는 ‘TNM 병기’가 주로 사용됐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앞으로는 YAP1 유전자의 활성 여부도 TNM 병기에 보조적으로 대장암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또 전이성 대장암에 사용되는 표적항암제 ‘세툭시맙(Cetuximab)’의 효능을 환자의 YAP1 유전자 활성화 여부를 통해 예측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세툭시맙 단독요법 시행시 YAP1 유전자가 활성화된 환자의 대장암 종양은 축소되지 않았다. 즉 YAP1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세툭시맙 요법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세툭시맙은 KRAS라는 암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에서만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 KRAS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더라도 YAP1유전자가 활성화된 경우 세툭시맙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졌다.
이근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종양세포의 YAP1 유전자를 억제하는 게 대장암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며 “환자 예후와 표적항암제 치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확인한 것만으로 이번 성과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암연구 학술지인 ‘임상암연구지(Clinical Cancer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