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중독 나타난 사례 없다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 … 2009~2013년 연평균 9.8% 줄어
어떤 충치에나 다 잘 맞는 치료법 아냐 … 면밀 진단 후 상황·경제력 등에 따라 활용할 필요
주부 한모 씨(38)는 최근 ‘이가 아프다’는 8살 아들의 말에 치과를 데려갔다. 충치가 조금 생겨 아말감으로 치료했는데 문득 주부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읽은 ‘아말감에 수은이 미량 함유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치료받은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금이라도 아말감을 제거하고 다른 재료로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수은을 함유한 모든 합금을 아말감(amalgam)이라고 한다. 치과용 아말감은 은, 주석, 구리 등과 수은을 반응시켜 안정화한 재료로 175년 이상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아말감이 치과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19세기 영국의 떠돌이 치과의사 그로코 형제가 은화가루와 수은의 합금을 치아에 사용하면서부터다. 아말감이 1836년 프랑스에서 북미로 처음 소개됐을 때 튼튼하고 수명이 길어 금과 같은 귀금속의 대용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초기 아말감엔 은만 섞어 쓰다보니 굳을 때 팽창하는 성질로 시술 후 통증·치아 파절 등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 치의학의 아버지인 블랙(G.V Black)이 기존 아말감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구리를 섞어 보완한 ‘구리합금’(High copper alloy)을 개발하면서 안정적인 충전재로 쓰이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치아우식증(충치)을 치료할 때 ‘아말감 충전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다만 수은의 유해성이 부각돼 안전성 논란에 시달리고 낮은 수가·재료비 등으로 이윤이 박해지면서 치과의사, 치료재료공급업자가 사용을 꺼리는 추세다. 수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아말감 색상이 치아색과 구별되면서 시술을 꺼리는 환자도 적잖다.
실제로 충치치료에 아말감을 사용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9~2013년 연평균 9.8%나 줄었다. 요즘엔 건강보험 급여대상이 아닌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처치’가 주로 활용되는 추세다. 아말감 말고도 최근 주로 쓰이는 충전재료는 레진, 금 인레이, 세라믹 인레이 등이다.
아말감이 안전성 논란의 도마에 오른 것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인식이 사회전반으로 확대된 2000년대 초반부터다. 이와 함께 인체와 직결되는 치과 분야의 수은 사용에 우려감이 확산됐다. 수은은 유해 중금속으로 높은 표면장력·휘발성 등에 공기 중에서 빠르게 기화, 흡입성 유해물질로 변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흡입된 수은증기의 약 80%는 폐를 통해 혈액으로 흡수되며 폐, 신장, 신경, 소화, 호흡, 면역체계 등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입 속에 넣지 않아도 아말감을 제조하면서 배출되는 수은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무시할 수 없다는 환경주의자의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이를 꺼리는 분위기는 한층 깊어졌다.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은 세계적으로 아말감을 사용하면서 환경에 배출되는 수은의 양은 연간 총 260~340t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소각, 매립, 폐수 등으로 환경으로 배출된 수은은 주요 환경오염원이 되며, 생선 소비 등을 통해 먹이사슬로 유입되기 쉽다”고 설명한다.
반면 복지부는 치과용 아말감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을 발표하며 아말감 충전술을 초기 충치치료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아말감은 비용 대비 가장 효과가 뛰어난 치료법”이라며 “국제수은협약에서 사용을 권장하는 캡슐형 아말감 수가를 현실화하고, 아말감 치료기피 문제 해소에 앞서겠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아말감으로 치료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위해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극소수 환자에서 국부적인 과민반응 말고는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증거가 없다는 공식 견해를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뉴질랜드도 미국과 같은 입장이다. 이들 국가에서 아말감은 주요 치과 치료재료다.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은 아말감 사용을 규제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은에 인간과 환경이 노출되는 수준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여겨진다. 이같은 분위기에 복지부는 국제수은협약에서 권장하는 캡슐형 아말감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를 현실화하고, 아말감 치료 기피현상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아말감 충전술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는 고액 치료비에 의한 건강보험재정 부담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충치 등 구강질환은 15~24세 연령층에서 큰 의료비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발치·보철 치료로 이어져 고액 치료비를 유발하는데 아말감 치료를 활성화해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아말감 치료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치아 1개 당 환자 본인부담금이 1만5000원 안팎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말감을 대체할 재료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무조건 재료를 쓰지 않는 것보다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비슷한 입장이다. 아말감의 과학적 근거와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반면 현장에서는 이같은 정부 방침에 우려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영희 한림대성심병원 치과보존과 교수는 “정부가 아말감 수가를 현실화해(높여) 레진 등 심미성 충전 재료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해도 심미성 충전재료 대신 아말감을 사용하려 하는 치과의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 치과의사도 “언론에서 아무리 아말감에 유해성이 없다고 설명해도 정작 소비자들은 수은에 겁을 먹는 경우가 많아 무조건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좋은 치과재료가 많이 개발된 상황에서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수은중독의 잠재적 유해성을 가진 아말감을 원하는 환자도 많지 않고, 의사 입장에서도 굳이 이를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경제적 상황과 충치 정도에 따라 이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말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B 치과의사는 “아말감 성분 때문에 걱정이 될 수 있겠지만, 매일 아말감을 취급하는 치과종사자 중 수은중독에 걸리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보고되지 않은 만큼 새로운 재료가 나오기 전까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부에서는 아말감 충전술이 어떤 충치에든 효과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과장된 입장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영희 교수는 “아말감은 모든 충치치료에 적합하지 않다”며 “치아 훼손 정도, 부위, 크기 등에 따라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무조건 아말감이 비용효과가 크므로 이를 선택하라고 설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딱딱한 음식을 즐기거나, 치아 옆면이 상한 사람이 아말감으로 시술받으면 충전재에 금이 가거나 깨지기 쉽고 결국 세균이 번식돼 치아 밑에 다시 충치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시술받은 아말감을 굳이 긁어내고 새로 때울 필요는 없다. 아말감은 치아 충전 치료 시 수은이 발생하지 않고, 이미 굳어진(경화) 후에도 수은이 나오지 않는다. 레진 등 다른 충전재로 바꾸려면 기존 재료를 제거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 과정에서 수은 증기가 나올 수 있다. 충전 재료를 바꾸는 과정에서 자신의 치아가 더 깎일 수도 있다.
김재권 안동 서울프라임치과 원장은 “수은에 대한 불안감으로 아말감 사용을 꺼리는 사람이 적잖은데 사실 이 재료가 어떤 질환을 유발한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으므로 필요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며 “실험 결과 20개의 치아를 아말감으로 때웠을 때 발생하는 수은독성은 건전하게 하루 식사를 했을 때 섭취하는 수은량과 동일하다는 게 증명돼 안전성을 입증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수은중독을 야기할 수 있고, 시술 시 수분에 오염되면 재료가 팽창해 2차 충치가 발생할 수 있어 잘 관리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시커먼 색깔로 인한 심미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요즘엔 유치치료, 덮어씌우는 치아의 모양내기, 구치부 필링(Filling) 등에 국한돼 쓰이는 추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