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피우는 저가형과 밀어넣는 고가형 나뉘어 … 니코틴함량 표기 없고, 금연정책에 도움 안돼
1988년 이후 자취를 감춘 봉초담배가 담뱃값 인상 여파로 다시 흡연자 주머니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봉초담배란 잘게 썬 담뱃잎을 길다란 종이봉투(튜빙)에 밀어넣거나, 직접 흡연자가 담뱃잎을 종이에 말아서 피우는 담배다. 곰방대에 넣어 피우기도 한다. 궐련 형태의 담배가 대중화되면서 사라졌던 게 최근 담뱃값 부담에 허리가 휜 서민들의 마음을 비집고 부활했다.
현재 봉초담배는 전량 ‘롤링 타바코’로 불리는 수입 제품들이다. 봉초담배도 이번 담뱃갑 인상에 맞춰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종이에 말아 피우는 ‘롤링’의 경우 20개비 기준 3000~4000원의 비용이 든다. 일반 궐련 담배가 5000원 안팎인 데 비해 1000~2000원 싼 데 불과하지만 저렴한 담배를 찾는 흡연가들의 시선을 끌면서 이를 취급하는 대리점들도 증가세다. 연초를 밀어넣는 ‘튜빙’의 경우 20개비 기준 5000원에서 7000원 정도로 오히려 일반 담배보다 비싸다.
처음 봉초담배에 입문하는 흡연가들은 말아피우는 기구를 사야한다. 롤링의 경우 담뱃잎과 담뱃종이, 필터, 담배를 말아주는 틀 등을 사야 한다. 튜빙의 경우 담뱃종이와 필터가 일체형으로 된 제품과 담뱃잎과 이를 튜빙 안으로 밀어넣는 도구 등을 구입해야 한다. 담뱃종이와 필터가 하나로 된 일체형 제품이 분리형 제품보다 비싸다. 관련 도구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봉초담배는 정치권에서 저렴한 담배를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목이 집중됐다. 사치품으로 분류돼 1g당 21원씩 붙는 개별소비세를 낮춘다면 지금보다 훨씬 싸게 팔 수 있고, 봉초담배 생산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나 담배를 생산·판매하는 KT&G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봉초담배를 피우는 한 흡연자는 “담배맛이 다양해 호기심으로 펴 보는 사람도 많다”며 “담배의 첨가물들이 각각 달라 같이 보관할 경우 맛이 변한다”고 말했다.
일반담배를 피는 한 흡연자는 “일반담배의 경우 니코틴과 타르 함량이 적혀 있는데 봉초담배는 정확한 함량이 나와 있지 않아 부담스럽다”며 “말아피우는 수고까지 하는 게 부담스러워 계속 일반담배를 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봉구 O내과 원장은 “전자담배는 금연을 목적으로 하고 연기나 냄새가 거의 나지 않지만, 봉초담배는 금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데다가 연기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전자담배의 액상만 관리할 게 아니라 봉초담배의 표기나 니코틴 함량 등도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