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호르몬 대체제로 과잉 홍보돼 … 소화기관 자양강장과 혈액 보강이 ‘백수오’ 본연의 효과
하수오가 여성갱년기증후군과 탈모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삼과 견줄만한 자양강재 약재로 알려져 건강식품으로 자주 광고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하수오(何首烏)는 백하수오(백수오)와 적하수오(적수오)로 구분한다. 하지만 기원은 달라 적하수오는 마디풀과의 식물인 하수오의 덩이뿌리이고, 백하수오는 박주가리과인 식물의 덩이뿌리이다. 그냥 하수오라고 하면 적하수오를 의미하는 경우가 더 흔하고, 백하수오나 백수오는 별개로 부르거나 적하수오의 대체재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
둘 다 뿌리를 쓰는데 백수오는 하얀색에 가깝고 하수오는 갈색이나 붉은 색에 가깝다. 하지만 효과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적하수오가 없으면 백하수오로, 백하수오가 없으면 적하수오로 대체 처방이 가능하고, 반반씩 비슷한 양을 섞어 조제해도 무방하다고 보면 된다.
하수오(何首烏·본래 적하수오)는 원래 한약명이 야교등(夜交藤)이었다. 하수오는 ‘어찌(何) 머리(首)가 까마귀(烏)처럼 검은가?’라는 의미로 전해오는 얘기가 있다. 아주 먼 옛날 몸이 약해서 장가도 못한 총각이 어느날 술에 취해서 밭에 누워 있었는데 하나의 덩굴에 줄기가 2개인 풀이 저절로 서로 감았다 풀었다 하는 것을 보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뿌리를 캐서 술에 타서 먹었더니 7일이 지나자 여자 생각이 났고, 100일이 지나자 오랜 병이 다 낫게 되었으며, 10년 후에는 여러 명의 아들을 낳았고, 130살까지 살았다고 한다. 이 사람의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에 ‘하수오?’란 질문이 이어졌고 이 사람과 약재에 대해 ‘하수오’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전설이다.
동의보감에는 (적)하수오가 “정수를 채우고 털과 머리카락을 검게 하며 안색을 좋게 하고 늙지 않게 하며 수명을 연장한다”고 씌어 있다. 야교등이란 이름은 밤에 갖는 성관계가 왕성한 게 등나무 엉킨 것 같다는 비유로 붙여졌다.
(적)하수오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쓰기도 하고 떫은 맛도 있다. 예전부터 산후질환과 뼈와 근육이 약할 때, 머리카락을 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믿어져 왔다.
백수오는 한약시장에서 주로 ‘백하수오’로 불리는데 은조롱(남한),새박뿌리(북한)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사상체질의 태두인 이제마 선생은 백하수오를 자주 처방했는데 그 효능에 대해 “백하수오와 인삼은 서로 비슷한 데가 있으나 백하수오는 맑은 양기를 순환시키는 힘은 인삼보다 못하지만 몸을 따뜻하게 보강해주는 힘은 인삼보다 뛰어나다”고 표현했다.
다만 백하수오는 몸을 데워주는 약이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거나 자주 달아오르는 사람, 식욕이 너무 좋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적·백)하수오는 지병으로 인한 허약, 빈혈, 궤양으로 인해서 상처가 잘 낫지 않을 때 사용한다. 하수오가 들아가는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적백하오관중탕이 있는데 대변과 소변이 시원하지 않고 성기능이 약할 때 사용하는 소음인 처방 가운데 하나다. 이 밖에 하수오는 오랫동안 병을 앓아 몸이 쇠약해진 사람의 기운을 보강하고, 피부에 상처가 나서 잘 낫지 않을 때 조직이 빨리 회복되도록 도와주며, 성신경이 너무 약할 때에 효과가 있다.
하수오의 이런 효능을 바탕으로 백수오에 당귀나 속단 같은 다른 한약재를 첨가해서 여성 갱년기증상 완화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백수오가 임상연구 및 기초생리의학 연구를 통해 여성호르몬 효과가 있다고 광고되고 있지만 그동안 한방 임상 현장에서는 백하수오를 이런 용도로는 거의 처방해 오지 않았다”며 “요즘 유행하는 제품의 효과는 상당 부분 백하수오 자체 효능보다는 함께 들어간 당귀, 속단 등의 효능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상은 자생한방병원 원장도 “최근 유행하는 백하수오 건강기능식품이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은 당귀나 속단 등의 영향이 크다”며 “만약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이 백하수오를 잘못 복용하면 열이 오르고, 땀이 차며, 맥이 빨리 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백하수오의 가장 뚜렷한 효과는 소화기관의 기능을 강화해서 자양강장하고 혈액을 보강하는 효과다. 이로 인해 몸이 따뜻해지면서, 간접적으로 생리기능이 정상화돼 여성호르몬과 뼈생성이 촉진될 수 있다.
당귀는 혈액을 따스하게 하며 나쁜 피를 제거해 피가 잘 돌고 체온이 올라가게 한다. 여성의 피를 맑고 따뜻하게 덥히는 대표적인 약이다.
속단은 간과 신을 보하며 근골격계를 튼튼히 하고 혈맥을 소통시켜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픈 증상, 관절염, 관절의 피로로 인한 통증을 개선하는데 쓴다. 성기능장애로 인한 조루, 유정, 빈혈, 백대하 과다, 어혈로 인한 통증에도 사용한다.
하수오는 적하수오든 백하수오든 모두 몸을 보하는 작용을 하지만 하수오 한가지 약재만으로 모든 갱년기 여성들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백하수오는 몸이 차고 기력이 약한 소음인에게 도움을 주는 약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갱년기증상을 호소하는 상당수 여성들은 신체표면과 얼굴쪽으로 열이 달아오르면서 땀이 나는 불편을 호소한다. 몸에 열이 많고 맥이 빠른 사람이거나 소양인 또는 태음인 체질인 경우에는 이런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하수오는 오히려 이런 체질의 사람들에게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마치 하수오 한가지 약재만으로 여성호르몬을 보충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갱년기증상이 싹 가신다고 인식시켜주는 것은 ‘오버 액션’이란 지적이다.
백하수오는 몸이 차고 기력이 약한 소음인에게 도움을 주는 약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갱년기증상을 호소하는 상당수 여성들은 신체표면과 얼굴쪽으로 열이 달아오르면서 땀이 나는 불편을 호소할 수 있다. 따라서 몸에 열이 많고 맥이 빠른 사람이거나 소양인 또는 태음인 체질인 경우에는 이런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
결론적으로 마치 백하수오 한가지 약재만으로 여성호르몬을 보충할 수 있다거나, 체질에 관계없이 모든 갱년기여성에 좋다는 내용은 과대 포장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