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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실손보험료 인상, 원인은 보험사간 과다경쟁 … 절판·공포마케팅 기승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3-02 03:35:06
  • 수정 2020-09-14 13: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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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보험료 9.8~17.9% 인상, 자기부담금 2배 올라 병원비 부담 상승 … 비급여 의료쇼핑, 과잉진료도 문제

보험료 인상의 주원인은 보험사간 과다경쟁, 병원들의 과잉진료, 일부 환자의 의료쇼핑 등을 들 수 있다.지난 2월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병원비의 최대 90%까지 보상해주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일제히 9.8~17.9% 인상했다. 실손보험료의 끝모를 인상엔 보험사간 과다 경쟁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적정 손해율을 예상, 그에 맞게 보험상품을 꾸리지 않고 일단 무리하게 보험료를 낮게 책정하면서 많은 보장을 해준다고 약속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하는데 급급해하기 일쑤다. 보험료 인상을 앞둔 지난해 말 보험사들의 마구잡이식 가입 유도 및 절판마케팅에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보험사는 120원의 보험료를 거둬 20원을 사업비로 쓰고 나머지 100원으로 가입자에게 보상을 해준다. 이후 지출할 돈이 모자라면 100원을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향후 들어오는 기존 및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 수입과 기존 가입자의 갱신 보험료 인상으로 충당한다.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0년 114.7%, 2011년 119%, 2012년 120.8%, 2013년 122.2%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손해율 상승의 주원인은 보험사들의 방만경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즉 보험사는 방만 경영 및 도덕적 해이로 인한 손실을 보험가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또 보험료 인상 시기를 앞두고 더 오르기 전에 가입하라고 재촉하는 ‘절판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이런 소비자 피해를 가중시킨다.  

모든 실손보험 상품이 3~5년마다 보험료가 올라가는 자동갱신 상품이며, 여러 보험사에 중복 가입시 특약에 의해 특정 부문에 대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는 가입자들에게 이렇다 할 설명 없이 공격적 영업을 전개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중복 가입에 따른 보험료 낭비와 보험료 인상 폭탄을 한꺼번에 맞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약 3000만명이 가입한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부분 중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한다. 현재 출시된 실손의료보험은 상해에 따른 입원·통원치료, 질병에 따른 입원·통원치료 등 4가지를 보장한다. 

지난달 30일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시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 10곳은 평균 실손의료보험료를 9.8~17.9% 올렸다. 이는 2009년 보험료 인상 후 사망률과 질병발생률 등 위험률이 5년만에 처음으로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인상분은 새로 가입하거나, 보험계약을 갱신하는 소비자에게 적용된다. 자동 갱신되는 실손보험도 당연히 인상 대상이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평균 17.9%로 올려 인상률이 가장 높았다. 담보별로 보면 상해입원 담보의 경우 19.4%를 인상했고 상해통원(17%), 질병입원(18.5%), 질병통원(16.9%)도 인상폭이 컸다.
동부화재는 평균 인상률이 17.3%로 두 번째로 높았다. 이어 메리츠화재(16%), LIG손해보험(15.9%), 현대해상(13.7%), 한화손해보험(12.4%), 흥국화재(12.2%), 롯데손해보험(11.7%), MG손해보험(11.7%), NH농협손해보험(9.8%) 등의 인상폭을 나타냈다. AIG손해보험의 경우 유일하게 실손보험료를 평균 6.3% 인하했다.  

보험료 인상을 앞둔 지난해 12월, ‘절판마케팅 효과’로 가입자들이 몰리면서 실손의료보험 가입 건수는 평소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 등 11개 손보사의 실손의료보험 판매건수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만 41만7000여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월 평균 가입 건수인 23만2000건에 비해 79.7% 많은 수치다.

손보사별로는 작년 12월 한 달 동안 현대해상의 실손보험 판매 건수가 7만5649건으로 가장 많았고, 동부화재가 7만5639건으로 뒤를 이었다. 메리츠화재는 6만8244건, LIG손보는 6만4617건을 각각 판매했다. 삼성화재의 가입 건수는 6만2246건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5년 만에 실손보험료 인상이 예고되면서 소비자들이 보험료 인상 전에 서둘러 가입하려 하고, 손보사들도 이에 따라 판매전략을 강화하면서 가입자 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 씨(34)의 경우 지인에게 소개받은 보험설계사로부터 ‘곧 실손보험료가 오르고 자기부담금이 20%로 올라 지금이 아니면 기존 가입자처럼 많은 보장을 못 받는다’, ‘이달 말까지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가 크다’, ‘개인이 부담하는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는 설명을 듣고 결국 계약서에 사인해야 했다.

보험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소비자들을 ‘낚기’ 위해 “암이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고 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시급하게 보험을 준비하지 않으면 노년에 쪽박을 찰 수 있다”고 겁을 주는 ‘공포마케팅’도 절판마케팅과 병행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4월부터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을 때 부담해야 하는 자기부담금이 2배 오르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을 현행 10%에서 2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예컨대 40세 남자에게 입원비가 100만원 청구됐다면 10%일때는 10만원을, 20%일때는 20만원을 자기부담금으로 제외하고 보험금 지급을 받게 된다. 이 때 피보험자가 수령하는 보험금은 기존 9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줄게 된다. 병원비 부담은 커지는 대신 보험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이중의 손해를 보게 된다. 

2009년부터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의 자기부담금을 10%로 유지해왔다. 금융위가 이렇게 자기부담금을 높이도록 허용한 것은 보험사들이 최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대거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부담금이 높아지면 보험금도 낮아지지만 보험료도 낮춰야 하기 때문에 얼핏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종국엔 소비자 부담만 커질 뿐이다. 
보험 당국은 보험사의 방만경영, 보험료의 과도한 인상, 과잉진료 등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이런 변화를 줬지만 결과적으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기부담금 인상이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하지만 소비자들 대부분은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위급할 때 병원비를 최대한 많이 보장받길 원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정책개발팀장은 “설계사의 말이나 광고를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보험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며 “보험의 세부 개념이 어렵고 종류가 다양하며 가입시 받아보는 약관의 분량이 너무 많아 무지한 소비자는 보험사의 전략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보험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은 보험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손보험 가입자와 병원에게도 책임이 있다. 일부 가입자들은 진료비의 90%를 대신 내주는 보험의 혜택을 든든한 배경삼아 보험 가입 전보다 더 자주 병원에 가 ‘의료쇼핑’을 한다. 병원도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이들을 과잉진료하며 맞장구를 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서울의 한 학원강사(34)는 말을 많이 하는 탓에 목이 아프고 열이나 대형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후두염인 듯하지만 종양일 수도 있으니 피검사, 흉부 X-레이 촬영, 소변검사 등을 받아보라”고 했다. “실손보험에 들었으니 공짜나 마찬가지”라며 의사는 불필요한 치료를 부추긴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초 2011~2014년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위해 제출된 병원 치료비를 분석한 결과, 비급여 진료비가 급여 진료비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병원에서 비급여 진료를 남발해 실손보험료가 올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실손보험료 대폭 인상의 원인이 병원의 과잉진료인 것처럼 호도해 가입자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언론플레이”라고 반박했다. 
전국의사총연합회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액 중 비급여 진료 비중이 2011년 1.5배에서 2014년 2배 이상이라는 손해보험업계의 주장은 단순한 숫자 장난에 불과하다”며 “이들은 실손보험 전체 치료비 청구액에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엔 60.3%로 급여 진료비 중 환자가 부담하는 비중(39.7%)의 1.5배 수준인 반면 2014년엔 65.8%로 급여 진료 비중(34.2%)의 2배로 증가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비급여 비율은 60.3%에서 65.8%로 5.5%p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급여 진료가 늘어난 대신 비급여 진료가 줄고 있어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환자의 실제 본인부담금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라 2013~2017년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12조7960억원 중 민간보험회사가 얻는 반사이익(보험금 지급액 절감분)은 총 2조537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됐다. 김 의원은 건보 보장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을 감안할 때 실손의료 보험료를 오히려 연평균 최대 11.1% 인하하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다.

김창호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 박사는 “보험이 소비자들에게 어렵고 보험 판매체계가 대리점이나 설계사들이 소비자에게 강권하는 형태를 띤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가 소비자를 기만하고 우롱하는 처사에 대해 대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보험에 가입할 땐 허위광고 여부를 반드시 검토하고 자신에게 절실한 상품인지 철저히 확인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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