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복부대동맥이 파열돼 의식을 잃던 순간에도 기지를 발휘, 승객들의 안전을 챙긴 한 버스기사의 사례가 감동을 주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복부대동맥파열로 응급실에 입원한 P관광버스업체 소속 이희남 씨(60)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했다고 17일 밝혔다.
응급실에 실려 온 이 씨에게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한 결과 복부대동맥류파열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동맥은 직경 1.5~2㎝의 굵은 혈관으로 많은 양의 혈액을 펌프질해 몸 구석구석에 전달한다. 동맥류는 혈관이 정상 직경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상태로 횡격막을 기준으로 하행에 위치한 복부대동맥이 파열되면 다량 출혈로 사망할 수 있다. 응급실 도착 전 환자의 80~9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씨가 복부대동맥류파열을 진단받은 2월 1일 새벽,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혈관내 치료와 개복수술 병행하는 하이브리드수술을 시행했다. 터진 대동맥내에 풍선을 넣어 출혈을 막고 터진 부위를 위·아래로 겸자한 뒤 터진 혈관을 인공혈관으로 치환했다. 이 씨는 수술 1주일 후 일반병실로 옮겨졌고 지난 13일 퇴원했다.
김 교수는 “대동맥파열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을 먼저 챙긴 이 씨의 사명감에 찬사를 보낸다”며 “연령대가 높은 운수업 종사자는 급성 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혈관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