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근무시간, 잦은 당직, 많은 환자가 원인 … 31.7% 번아웃증후군 호소, 해외 의사보다 높아
부윤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외과 교수
국내 외과의사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일반 근로자나 전문직 종사자보다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윤정·강상희·이지성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외과 교수팀은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표준화된 한국인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를 이용해 외과의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만족도, 이에 영향을 끼치는 인자를 분석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최근 외과 기피가 사회적 현상으로 확대되면서 외과 의사들의 과도한 근무와 스트레스가 조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나 연구는 아직 없는 상태였다.
연구팀이 외과학회 전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외과의사들의 직무스트레스 지수는 일반 근로자나 전문직 종사자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은 긴 근무시간, 잦은 야간 당직, 여성, 젊은 연령, 많은 담당 환자 수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우자가 있거나 운동 등 취미를 가진 경우 직무스트레스가 낮았다. 즉 근무시간이 길고 야간 당직이 잦으며 운동을 자주 하지 못하는 외과 의사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의 경우 번아웃증후군(burnout, 소진) 정도를 평가해 의료인의 직무스트레스를 측정한다. 이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으로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부 교수팀의 연구에서 근무 중 번아웃을 경험한 경우는 전체의 31.7%로 다른 직종이나 외국 외과의사보다 다소 높았다.
전공을 다시 선택할 경우 외과를 전문 과목으로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은 50% 이하였다. 또 82.5%가 자녀에게 외과 의사를 권유하지 않겠다고 답변하는 등 직무 만족도는 매우 낮게 나타났다.
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국 외과의사에게 설문을 시행해 객관적인 결과를 얻은 사례로 의미 있다”며 “향후 외과의사의 직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돼 국내 의료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