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철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병원 교수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아 손상은 관절염좌(삠), 골절, 열상(피부손상)에 이어 초·중·고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은 균형감각과 조심스러움이 성인보다 떨어져 넘어지거나 부딪혀 얼굴 부위에 부상을 당하기 쉽다. 외상으로 치아에 손상을 입는 빈도는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 비해 2~3배 많다. 위턱(상악)의 앞니(중절치) 손상은 남녀 모두 발생률이 높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환하게 웃지 못하고, 행동도 위축돼 학교 생활에서 악영향을 받는다. 또 치아 손상으로 얼굴이 변형될 수 있으므로 가볍게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일부에서는 영구치가 아니기 때문에 유치 손상의 위험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치가 손상되면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음식물을 자르고 씹는 기능이 결여돼 영양분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할 수 있다. 또 유치가 조기에 빠지면 좌우에 있는 치아가 빈 공간으로 기울어져 영구치가 나올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성인이 된 뒤 치열이 고르지 못한 부정교합이 될 수 있다.

어린이들은 치아가 부러지거나 뿌리까지 빠지는 경우가 많다. 치아가 부러졌을 땐 생수 등으로 입안을 헹궈 손상 부위의 오염을 최소화시킨 뒤 바로 치과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손상된 뒤 치료받지 않으면 치아 내부의 치수조직이 처음엔 괜찮았다가 점차 괴사돼 치아 색깔이 검게 변한다. 초기 치료를 완료한 뒤에는 1~3개월 이상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치아가 통째로 빠졌을 땐 ‘골든타임’을 지켜야한다. 30분 이내에 병원을 찾아 치아를 심고 고정시키면 이전처럼 회복될 수 있다. 늦어도 1시간 이내에는 치과병원을 찾아야 한다.
골든타임만큼 중요한 게 빠진 치아를 병원까지 어떻게 보관해 오느냐다. 치아 뿌리에는 치아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조직세포들이 모여 있다. 이 때문에 치아를 다시 심기 전까지 이들 세포를 가능한 오래 살려야 한다. 치아가 빠졌을 때 이물질이 묻었다고 해서 물로 문질러 씻으면 세포의 생존율이 떨어진다.
또 치아를 휴지나 손수건에 싸기보다는 냉장보관된 생리식염수나 우유에 담가 가져가는 게 좋다. 우유에 들어있는 영양분이 치아 뿌리에 있는 조직세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침이 고인 혓바닥 밑에 빠진 치아를 넣어 오는 방법도 있지만 수돗물에 담가 오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추천되지 않는다.

치아가 부러지거나 빠지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외부 충격에 의해 치아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안면부에 외상을 입었다면 반드시 치과병원을 찾아 검사 후 전문가의 소견을 들어야 한다. 치아 손상시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는지에 치아 건강이 좌우될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는 미관상 제일 중요한 위쪽 앞니가 구강내에 이미 자란(맹출) 상태이므로 외상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