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불안증후군(RLS, Restless Leg syndrome)은 심혈관질환만큼이나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끼쳐 올바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일반에게는 낯설고 하찮은 수면장애로 여겨 치료받으려는 환자가 적다. 의료계에서도 수면학회나 수면연구회를 제외하고는 질환에 대한 관심이 적다. 심지어 허리추간판수핵탈출증(척추디스크)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한 특별한 진단법은 없어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통해 진단하는 수밖에 없다.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부위는 다리로 환자의 85% 이상에서 ‘주기적 사지운동증’(PLM, Periodic Limb Movements of Sleep)이 일어난다. 수면 중 20∼40초 간격으로, 매회 0.5∼5초간 지속적으로 다리에 경련성 수축이 일어나는 게 특징이다. 불면증과 피곤, 다리나 신체 다른 부위에 불쾌하거나 고통스런 느낌이 나타난다.
어떤 환자는 다리가 아픈 증상을 척추나 고관절의 이상으로 보고 3회 이상 디스크 수술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다리의 불쾌감이 심한 경우 야구방망이로 자신의 다리를 내리치는 환자가 있을 정도로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한 질환이다.
대한수면연구회가 2013년 국내 20∼69세 성인 남녀 5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 중 7.5%(373명)가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 인구 4800만명 가운데 무려 360만명이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고혈압, 암, 심혈관질환, 불면증이 있는 환자가 이 질환을 앓게 되면 조기 사망률이 39%가량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의들은 뇌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흥분 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기능 이상을 주요인으로 지목한다. 철분결핍, 임신, 신부전 등 2차적인 원인도 확인됐다.
이 증후군은 임신 중인 여성에게도 일어나기 쉽다. 임신 중에는 철분이 결핍되기 쉬운데 철결핍성빈혈이 원인일 경우 혈중 페리틴(ferritin) 농도를 측정해 75㎍/㎖ 이하인 경우 철분제를 복용하면 상태가 호전된다. 조용원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철분주사요법을 개발했다. 이 요법은 JW중외제약의 ‘페린젝트주’(성분명 수산화제이철카르복시말토오스, ferric carboxymaltose)를 5일 간격으로 두 번 주사한 뒤 경과를 본다.
대한신경학회는 하지불안증후군 치료를 위한 약물요법으로 2005년에 허가받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리큅’(성분명 로피니롤, ropinirole), 2007년 허가받은 베링거인겔하임의 ‘미라펙스’(성분명 프라미펙솔, pramipexole), 2010년에 허가받은 UCB제약의 경피용 패취 ‘뉴프로패취’(성분명 로티고틴, rotigotine) 등 도파민 작용제를 1차 선택으로 권고하고 있다. 리큅과 미라펙스는 파킨슨병 치료제이기도 하다.
유럽신경학회지는 ’하지불안증후군 관리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약제 모두 단기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추천했다. 지난 1월 먼디파마의 아편성 암성통증치료제 ‘타진 서방정’(성분명 옥시코돈/날록손, oxycodone/naloxone)이 유럽의약품안전청(EMA)으로부터 하지불안증후군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아 국내서도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제 시장은 약 20억원 정도로 작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리큅이 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미라펙스도 3억원대에 불과하다. 신경과에 특화된 한미약품, 현대약품, 산도스도 제네릭을 생산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 초기에 1억원 이상의 판촉비를 들여 대대적으로 홍보한 회사도 있었지만 최근은 마케팅마저 대부분 중지한 상태다. 질환의 진단 자체가 적은데다 최저 용량의 약으로도 상태가 호전되기 때문에 용량을 크게 늘릴 필요가 없고 같은 도파민 작용제는 추가로 처방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화이자의 간질치료제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 Pregabalin)나 ‘뉴론틴’(성분명 가바펜틴, gabapentin) 같은 약물을 추가 처방하기도 한다.
신원철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보이면 수면질환 전문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우선시된다”며 “이 질환을 방치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치료받는게 좋다”고 권했다. 그는 “알코올, 카페인, 니코틴 등을 멀리하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자가치료에만 의존하는 것은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