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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임플란트 전쟁史 … 유디치과·룡플란트, ‘착한병원’인가 ‘나쁜병원’인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2-01 13:59:44
  • 수정 2020-09-14 13: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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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과네트워크병원 ‘반값 임플란트’로 시장 잠식 … 발암물질 논란으로 갈등 증폭, 치협 “시장질서 흐리지 마라”

4년 전 유디치과 룡플란트 등 치과네트워크병원들이 반값 임플란트 등으로 시장을 잠식하자 치과의사들은 이들이 시장질서를 흐린다며 강력히 반발했다.지난해 12월 유명 척추관절 네트워크병원인 튼튼병원이 ‘1인 1개소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낸 진료비 지급보류 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네트워크병원들은 잔뜩 숨 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약 3년 전부터 국내 모든 네트워크병원들을 옭아맨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한 의료법 개정안’, 이른바 ‘반(反)유디치과법’은 치과계 임플란트 전쟁의 산물이다.

최근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진료수가 등으로 논란이 됐던 임플란트시술은 치과의사들의 주요 수입원이다. 이 때문에 임플란트가 급여화되기 전 치과의사들은 암묵적인 합의하에 고가의 시술 비용을 유지해왔다. 이런 질서를 흐뜨러트린 게 치과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와 룡플란트다. 4년 전부터 유디치과, 룡플란트 등이 ‘반값 임플란트’로 환자들을 빠르게 흡수하자 치과 개원의들은 이들 병원이 시장 질서를 해친다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2015년 현재 125개 지점을 두고 있는 유디치과는 1992년 전북대 치대 출신인 김종훈 회장이 서울 신사동에 개원한 성신치과의원이 모체다. 김 회장은 개원 초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고 개원 2년 만에 서울대 출신 의사들을 영입하면서 병원을 키웠다. 1999년 서울 무교점을 기점으로 지점을 개설하면서 네트워크병원을 만들었다. 2000년대 들어 임플란트시장 규모가 확대되자 다른 치과보다 30~50% 저렴한 비용에 임플란트시술을 하는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나갔다. 그러던 중 2007년 룡플란트(현재 28개 지점) 등 후발 주자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이들 병원은 ‘0원 스케일링’, ‘98만원 임플란트’ 등을 내세우며 환자를 싹쓸이했다.
 
네트워크병원들의 가격 경쟁에 속이 터지는 건 치과 개원의들이었다. 가뜩이나 병원 수가 포화 상태에 달해 적자를 보고 있던 터에 환자까지 뺏기게 생겼으니 화가 날법도 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치과의원 개·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폐업한 치과는 737개로 개업한 치과 수인 1176개의 60%를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11년 대한치과의사협회를 필두로 한 치과의사들은 유디치과, 룡플란트, 석플란트 등 네트워크 치과병원의 퇴출 캠페인을 벌이며 반격에 나섰다. 당시 회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씩 총 15억원 가량의 소송비용도 모금했다. 이들은 네트워크병원들이 저가진료를 통한 환자유인 및 과잉진료로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개원의는 “네트워크병원들이 득세하면서 동네 치과들이 단골손님의 치아를 평생 관리해주던 미덕이 사라졌다”며 “저가 임플란트는 신뢰하기 어렵고 네트워크병원의 경우 소속의사가 자주 바뀌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치과 네트워크병원 관계자는 “치협은 증거를 대고 위법성을 따지면 될 일을 온갖 근거 없는 설을 흘리면서 가격 담합에 동참하지 않으려면 문을 닫으라고 몰아세웠다”며 “동문과 학회를 동원해 네트워크병원 소속 의사들을 폄하하거나 인신공격하는 일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치과들은 오랜 기간 임플란트 가격 카르텔을 형성해 고가정책을 유지해왔다”며 “네트워크치과는 서민을 위한 저렴한 비용의 임플란트시술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던 중 2011년 8월 두 집단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 발암물질 사건이 터졌다. ‘T3’는 임플란트시술을 할 때 치아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픽스쳐(뼈대) 위에 덧씌우는 재료다. 여기엔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베릴륨 성분이 들어 있다. 유디치과가 임플란트에 T3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게다가 MBC PD수첩 ‘의술인가 상술인가’ 편을 통해 이같은 내용이 방송되자 유디치과는 치과계 공공의 적이 됐다. 당시 PD수첩은 유디치과병원의 치료용 합금에 기준 함량 비율인 0.02%를 넘는 1.6%의 베릴륨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유디치과 측은 “T3 합금은 시장에서 흔히 유통됐던 제품”이라며 “잘못은 재료를 수입한 유통업체와 수입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식약청에 있는데도 비난의 초점이 유디치과병원에 맞춰졌다”고 항변했지만 치과계 반응은 냉담했다. 이후 식약처 조사 결과 T3에 들어 있는 베릴륨은 고체 상태여서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병원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유디치과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와 PD수첩 담당 피디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2월 최종 패소했다. 재판부는 “보도의 전체 취지를 보면 중요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에 합치된다”며 “해당 합금을 유통한 수입업자나 식품의약품안정청(현재 식약처)의 책임 등을 언급하지 않았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였다는 점은 여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임플란트전쟁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유디치과는 2012년 5월 무허가 치아미백제 사용 및 임플란트 등 진료를 유도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고, 룡플란트는 지난해 7월 김용문 대표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조세포탈의 가중처벌, 특가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가 4개월만에 풀려나오는 어려움을 겪었다. 치협의 경우 유디치과 등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치협은 1인이 다수 지점을 경영하는 기업형 네트워크 치과가 없어질 때까지 의료법상 1인 1개소 원칙을 앞세워 투쟁을 지속할 방침이다. 2003년 대법원은 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면서 자본 출자 등 형태로 경영에만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판례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치협은 의료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이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유디치과 등에 재료를 납품하는 업체와의 거래 중단도 검토 중이다. 

쌍방이 고소를 주고받으며 사사건건 충돌하던 치과계 임플란트 전쟁은 1인 1의료기관 개설의 기존 의료법 원칙을 더욱 공고히하는 속칭 ‘반(反)유디치과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로써 치과계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던 네트워크병원이 일부 정리되거나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기존 네트워크병원들은 대표원장 1인 직접 운영 체제에서 각 지점 원장들이 자기 명의로 개별 경영권을 갖는 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유디치과를 필두로 한 치과네트워크병원들과 치협을 중심으로 한 치과 개원들간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네트워크병원들의 경우 치과계 왕따가 되면서 일부 지점이 문을 닫거나, 의사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으로는 각종 소송에 휘말리면서 뜻하지 않던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네트워크병원들은 당분간 저가 정책을 고수할 방침이다. 한 치과 네트워크병원 관계자는 “치과계에서 왕따를 당할지라도 서민을 위한 치과, 착한 치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원의들은 반유디치과법 통과를 네트워크병원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결과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개원의들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 온갖 이유를 들며 유디치과, 룡플란트 등을 ‘나쁜 병원’으로 몰아세웠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임플란트를 받기 위해 이들 병원을 찾고 있다. 게다가 싸움의 본질이 희석되고 치과의사들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면 비난 여론은 치과의사 모두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치과 치료 부분이 비급여 항목이어서 가격통제가 안 됐던 게 사실”이라며 “유디치과로 인해 가격이 낮아진 건 소비자 입장에서 긍정적이지만 발암물질 사태가 터지면서 과연 재료가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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