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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금연정책 어떻게 이뤄지나 … 어릴때부터 흡연 원천 차단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2-01 13:57:54
  • 수정 2023-10-08 18: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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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뱃값 정면 흡연경고문 면적 75%로 확대 … 한국 금연정책, OECD국가 27개 중 25위

을미년 새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키워드는 단연 금연이다. 새해 첫 날부터 모든 음식점과 카페 등을 금연구역으로 설정하는 금연법이 시행되고,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많은 애연가들이 금연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 탓에 흡연자들은 마치 범죄자가 된 것처럼 건물 구석에 숨어 담배를 피고 있는 상황이다. 담뱃값 인상도 세수 확보를 위한 ‘서민증세’라는 비난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외국의 금연정책은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세계 각국의 금연정책은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
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overview, FCTC)을 바탕으로 한다. FCTC는 흡연으로 인한 폐해에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2003년 채택되고, 2005년부터 시행된 보건 분야 최초의 국제협약이다. 담배 가격 및 세금 인상(제6조), 담배 연기에의 노출로부터 보호(제8조), 담뱃갑 포장 및 라벨의 규제(제11조), 담배제품의 광고·판촉·후원활동 규제(제13조), 담배 의존 및 금연을 위한 조치(제14조) 등 담배의 공급과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179개국이 협약 당사국(Parties)으로 가입돼 있다. 한국은 2005년 협약을 비준해 당사국이 됐고 2013년 FCTC 제6차 총회의 의장국을 맡았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는 나라로 꼽힌다. 2013년 12월 발효된 ‘단순포장(Plain Packaging)법’은 담뱃갑 포장을 단순화하고 경고사진 크기를 키워 흡연 욕구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시행됐다.
담배 포장은 브랜드와 관계없이 모두 올리브색으로 통일하고, 제조사와 상표명은 작은 글씨로 표기해야 한다. 담뱃갑에는 화려한 로고와 색깔 대신 구강암, 실명된 안구 등의 적나라한 사진이 찍혀 있다.


담뱃갑 색상으로 흐릿한 올리브색이 선정된 이유는 최근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흡연자들이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색상이라고 꼽았기 때문이다. 담뱃갑 정면 면적의 30%를 차지했던 흡연 경고문도 2011년 75%로 확대됐다.
 
당시 재팬타바코·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임페리얼타바코 등 담배회사들은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호주 정부에 소송을 걸었지만 호주 연방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합헌 판결 후 1주일 만에 태즈메니아주 상원의회는 더 강력한 담배 규제법안을 통과시켰다. 2000년 출생자들이 만18세 성인이 되는 2018년부터 공식 발효되는 초강력 규제법안은 2000년 이후 출생한 사람에 대해 담배 판매를 일절 금지한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이들이 평생 흡연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셈이다.


호주의 담뱃값은 25개비들이 한 갑에 17호주달러(2만원) 수준으로 영국과 노르웨이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성인 흡연율은 16%대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골초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도 엄격한 금연정책으로 유명하다. 2008년 제정된 금연법은 공공장소 및 폐쇄공간에서의 흡연을 전면 금지한다. 일정한 면적 기준과 환기시설을 갖춘 흡연구역을 지정하고 흡연구역에서는 음식 및 음료를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해 말에는 젊은층이 담배를 덜 매력적으로 느끼게 유도하기 위해 모든 담배 포장의 크기, 색깔, 글씨체를 똑같이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마리솔 투렌 사회복지부 장관은 “매일 1300만 명의 프랑스 성인이 담배를 피우며 특히 청년 흡연자가 늘고 있다”며 “매년 프랑스에서 7만3000명이 담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호주의 사례처럼 ‘단순 포장법’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자담배에도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 2016년 5월부터는 판매소를 제외하고는 전자담배 광고가 전면 금지된다. 
다만 워낙 자유주의를 중시하는 나라라 법 조문처럼 금연을 완벽하게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실내금연은 잘 준수되는 반면 길거리 등 개방된 장소에서의 흡연은 봐주는 편이다.


스페인도 지난해부터 학교 운동장과 병원, 공항 레스토랑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흡연율이 높은 터키와 그리스도 2010년부터 실내 흡연을 금지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규약을 맺고 담배 관련 세금을 1년마다 상향조정 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공공장소내 흡연 금지 정책을 가장 먼저 추진한 국가다. 2004년 3월 29일 술집을 포함한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금연법을 시행했다. 이를 어기면 3000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당시 버티 아헌 아일랜드 총리는 “미래 세대는 담배 연기가 자욱한 실내에서 일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환영의 분위기도 있었지만 반발이 더 거셌다. 애연가들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즐기는 것은 아일랜드인의 문화라며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옥죈다고 비난했다. 반면 금연운동가들은 흡연은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건강에도 해를 주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이런 선구적 조치를 취한 것은 인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아일랜드가 시행한 이같은 금연 정책은 서유럽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퍼져나갔다.
 
미국 연방정부는 2009년 4월 담배세를 260% 인상했다. 39센트에서 1달러1센트로 올리는 가격정책을 쓴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300억 달러 추정)으로 국가아동의료보험(SCHIP) 사업을 확대했다. 미국 정부는 모든 건물 내부는 물론 건물 입구, 공기흡입구에서 25피트(7m) 이내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비가격정책도 쓰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TV 라디오 신문 등 대중매체에 담배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길거리 흡연을 전면 금지하되 거리 한 쪽 일부를 흡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시행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땐 5분 이내에 흡연구역을 찾을 수 있다. 간접흡연 피해는 줄이고 흡연권은 보장할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1년부터 음식점이나 숙박시설에 별도 흡연실을 만들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여력이 부족한 음식점의 경우 흡연실 설치 비용의 4분의 1을 지원한다.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 영업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의 금연정책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어느정도 수준일까. 결과는 ‘꽝’이다. 지난해 6월 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우리나라의 금연정책 통합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가격과 금연구역, 금연정보, 담배광고규제, 담배건강경고, 금연치료지원 등의 정책지표를 종합한 한국의 금연정책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27개국 중 25위로 거의 꼴찌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영국, 아일랜드, 호주, 노르웨이 등은 금연정책이 우수한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국은 담배가격 정책지표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올해 초 담뱃값을 2000원 올리기 전 기준으로 한국의 담뱃값이 싸다는 얘기다. 2000원 인상해도 여전히 구매력 대비 담뱃값이 저렴하다는 게 금연전문가의 견해다. 
 
OECD 국가들의 말보로 담배 가격을 달러당 구매력으로 환산해 비교한 결과 아일랜드가 12.9달러(US$PPP)로 가장 비쌌다. 이어 뉴질랜드 12.1달러, 호주 11.7달러, 영국·노르웨이 10.0달러 순이었다. 한국은 3.3달러(인상 전)로 가장 저렴했다.


경고 그림 도입 등 건강경고 정책지표도 한국은 34개 국가 중 33위였다. 담배광고 규제지표는 34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다만 금연구역 정책지표는 34개국 중 14위에 올랐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금연구역 설정을 제외하면 2005년 이후 금연정책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담배중독을 만성질환으로 인식하고, 수위 높은 경고그림 삽입 등 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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