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가 떠오르고 있다.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등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한끼가 그 자체로 위안이 되는 음식이 선호되는 추세다. 소울푸드는 ‘먹는 이에게 영혼을 감싸주는 음식’이란 의미다.
추운 겨울,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비우면 몸이 스르르 풀리면서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최근 기력 회복을 위해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채소 중 하나가 양파다. 조애경 WE클리닉 원장은 “단맛이 나고 수분이 많은 양파는 기력을 충전해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항산화작용으로 암을 예방해주는 고마운 채소”라고 말한다.
서양 속담엔 ‘하루에 사과 하나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는데, 양파는 사과만큼이나 의사를 위협하는 건강 채소다. 양파를 많이 먹는 프랑스인의 심장병 발병 수치가 낮은 것은 레드와인이 아닌 양파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인의 대표적 소울푸드인 ‘프렌치 어니언 수프’는 말 그대로 프랑스인의 양파 수프다. 오랜 시간 볶은 양파, 쇠고기, 채소의 맛이 깊게 우러나 깊고 진한 감칠맛을 낸다. 여기에 풍부한 향과 맛을 내는 치즈와 빵을 곁들여 구워내면 프렌치 어니언 수프가 완성된다. 양파를 중약불에 갈색이 날 때까지 충분히 볶아 카라멜리제(캐러멜 상태로 만드는 것)가 우러나오게 해 단맛을 충분히 끌어내고, 바게트 한두 조각과 그뤼에르 치즈를 넉넉히 넣어 오븐에 구워내면 깊은 맛에 풍미가 진한 수프가 완성된다.
양파수프의 유래는 루이 15세의 일화에서 비롯된다. 사냥터에 나갔다가 늦은 시간 거처에 돌아온 루이 15세는 배가 고팠다. 요리사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고, 당시 재료라곤 달랑 양파, 버터, 샴페인밖에 없었다. 요리사는 이를 몽땅 섞어 수프를 만들었고, 루이 15세는 이를 맛있게 먹은 뒤 크게 유행했다는 설이다.
18세기 프랑스, 사순절 부활제에 가톨릭 교리에 따라 40일간 금육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한 후작이 고기를 먹지 못하는 괴로움을 이기기 위해 주방장에게 ‘고기보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라’고 명령했고, 주방장이 고심 끝에 만든 요리가 바로 양파를 오랜 시간 볶아 감칠맛을 낸 게 프렌치 어니언 수프라는 내용이다.
오목하고 작은 도기에 담겨 노릇하게 녹은 치즈까지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든다. 수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얼마나 좋은 양파를 고르냐’다.
우선 당도가 높고 즙이 많은 양파를 고른다. 위가 뾰족한 것보다 옆으로 넓적한 양파가 훨씬 맛있다. 또 양파를 아주 얇고 고르게 채써는 게 포인트다. 양파를 균일하게 썰지 않으면 볶는 과정에서 어떤 것은 색이 덜 나고 어떤 것은 나중에 타버린다. 이런 경우 육수에서 쓴맛이 날 수 있다. 빨리 써는 것보다 정확하게 써는 게 관건이다.
두 번째는 카라멜리제를 확실히 이끌어내는 것이다. 중불에 양파가 투명하게 될 때까지 잘 볶는 게 핵심이다. 자칫 타버릴까봐 불을 약하게 넣으면 카라멜리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20여분 양파가 투명하게 될 때까지 볶다가 불의 세기를 올리면 냄비 표면이 갈색으로 변한다. 이때 물을 두 숟가락 부어 갈색이 된 표면을 닦아 주면 서서히 카라멜리제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6~7회 반복하면 아주 맛있고 향 좋은 볶음 양파가 완성된다.
프렌치 어니언 수프 레시피
재료: 양파 500g(2개 정도), 버터 25g, 밀가루 1큰술, 닭·사골 육수 1000㎖, 부케가르니(수프 등에 향을 내주는 파슬리를 중심으로 월계수, 타임, 오레가노 등의 허브가 약간량 추가된다. 허브가 없으면 제외해도 무방), 박력분 5g, 바게트 3조각, 그뤼예르 치즈나 모짜렐라 치즈 125g, 화이트와인 조금, 소금, 후추
우선 껍질을 벗긴 양파를 가늘게 채썰어 카라멜리제 되게 약 30분 동안 볶은 뒤, 화이트와인을 넣는다. 조리에 사용하는 와인은 달지 않은 것을 사용한다. 프렌치 어니언수프엔 치즈가 듬뿍 들어가는 만큼 화이트와인은 이를 풍부하게 상승시켜준다.
볶은 양파에 박력분을 넣고 잘 섞은 뒤 육수와 부케가르니를 넣고 15분 끓인다. 이후 부케가르니를 건져내고 수프 그릇에 1인분씩 옮겨 담아 바게트를 한 조각 올린 다음 치즈를 올려 200도 예열한 오븐에서 5~10분 정도 치즈가 적당히 녹을 때까지 익히면 완성.
프렌치 어니언수프는 술이 들어가기 때문에 만든 날 먹는 게 가장 좋다. 다음날은 맛이 약간 변할 수 있어 ‘먹을 만큼’만 조리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