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 치료과정 기억 못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위험 줄어 … 환자 전원, 치료 계속 받을 것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의료진이 전신화상 환자에게 수면드레싱을 실시하고 있다.
화상전문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는 지난해부터 국내 최초로 화상치료에 수면드레싱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드레싱은 화상 부위를 소독하고 죽은 피부를 제거하는 것으로 통증이 가장 심한 치료과정 중 하나다. 화상치료를 받을 때 느끼는 통증은 아기를 낳을 때나 암환자가 죽음을 맞을 때와 비교될 정도로 극심하다. 드레싱 전 진통제주사를 맞지만 일부 환자는 통증으로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고 기절까지 한다.
하지만 수면드레싱은 환자가 마취주사를 맞고 잠이 들어 통증을 피할 수 있다. 병원 측은 지난해 1~11월 체표면적 20% 이상의 중증 화상을 입은 92명에게 361건의 수면드레싱을 시행했다. 이후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환자 전원이 “수면드레싱을 계속 받을 의향이 있으며 다른 환자에게도 권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통증 정도에 대해서는 전혀 없음 44%, 거의 없음 32% 등으로 76%가 드레싱 중 통증을 잘 느끼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기억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전혀 안남 47%, 대부분 안남 33% 등 80%가 치료 과정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발생 가능성을 알아보는 검사인 SIP(Structured Interview for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에서도 수면드레싱을 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수치가 낮았다. 수면드레싱 군의 SIP 수치는 18.6으로 수면드레싱을 하지 않은 군의 21.5보다 낮았다. 보통 SIP가 20 이하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수면드레싱은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돼 환자의 부담도 적은 편이다.
김도헌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는 “화상환자들이 치료 중 겪는 심각한 통증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표준치료법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며 “수면드레싱은 통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화상치료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