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률 및 심근경색 재발률 비슷 … 표준치료법 ACEi계열 약물 투여의 단점 마른기침 개선
한주용·양정훈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55세 남성 박씨는 한달 전 아침 출근길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곧바로 응급조치를 받고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은 건졌지만 또다른 문제가 그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심근경색 초기 치료 후 재발 등을 막기 위해 먹는 약 때문에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마른기침이 이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획일적으로 이뤄져왔던 급성 심근경색 치료에 변화가 예상된다. 한주용·양정훈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률과 재발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급성심근경색은 막힌 심장혈관을 뚫은 뒤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계열 약물을 투여하는 게 표준 치료법으로 시행됐다. 이 치료법은 심근경색의 재발을 막고 심장기능을 보존 및 회복해 심혈관계 사망률을 낮췄다.
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 환자에게 ACEi계열 약물을 투여했을 때 10명 중 5명에서 마른기침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증상이 심한 경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제대로 말하기조차 힘들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ARB계열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해왔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고, 학계에서 효과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연구팀은 2005~2010년 국내 53개 기관에 등록된 ST분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응급치료를 받고 심기능이 보존된(심박출량 40% 이상) 6698명의 정보를 분석했다. ARB계열 약물을 쓴 환자 1185명 중 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심근경색이 재발한 환자의 비율은 1.8%(21명)으로 ACEi계열 약물군의 1.7%(4564명 중 77명)와 비슷했다.
반면 이들 약제를 사용하지 않은 군은 3.5%로 ARB·ACEi 계열 약물을 복용한 군보다 2배 가량 높았다.
한 교수는 “한국인처럼 ACEi계열 약물 사용 후 기침 등 부작용이 많은 경우 ARB계열 약물을 많이 사용해왔다”며 “이번 연구로 ARB계역 약물의 과학적 근거가 명확히 입증돼 더 많은 심근경색 환자들이 혜택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ARB계열 약물이 ACEi계열 약물과 같은 효과를 거두면서 마른기침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게 밝혀져 논란은 종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협회지(British Medical Journal, IF 16.3)’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