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도선, 폐기능 대변하는 ‘바로미터’ … 스트레스, 폐에 적열 쌓고 ‘코티졸’ 높아져 면역 약화돼 습관화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이 편도선염 환자를 진맥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 씨(27·여)는 3년 전부터 한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편도염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목의 통증도 문제지만 고열이 동반돼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춥다. 어릴 때 딱히 편도가 비대하다는 이야길 듣거나, 이같은 증상으로 고생해본 적이 없어 ‘왜 이제와서?’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입사한 후 한두 번 병가를 냈지만 매번 일을 쉬기도 어렵다. 벌써 몇 년째 항생제를 달고 살다보니 내성이 생기거나, 나중에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지 고민이 된다. 그렇다고 매번 열감기에 일상생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라 방치할 수 없어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 있다. 수술은 겁이 나서 쉽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편도염은 주로 아이들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사회생활에 시달리는 젊은이나, 시험 스트레스를 받는 수험생 등에게서도 많이 발병한다. 건강보험공단은 2011년 기준 편도염 환자는 매년 800만~1000만명 정도라고 발표했다.
편도는 구개편도(목편도), 비인강편도(아데노이드·코편도·인두편도), 설편도(혀편도)로 이뤄져 있는 작고 둥근 덩어리로 면역기능에 관여한다. 외부로부터 좋지 않은 기운이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수비대 역할을 맡는다.
태어난 뒤 커지다가 사춘기 이후에 조금씩 줄어들며 염증의 발생빈도도 이와 비례해 낮아진다. 8세 미만의 어린이에서 편도선염이 흔한 이유다. 그러나 잦은 편도선염에 의해 이미 편도가 비대해져 있다면 성인이 되더라도 편도선염 발생률이 감소하지 않는다.
꼭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면역’과 관련돼 편도선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적잖다. 편도선 표면에는 크립트(crypt)라는 수많은 홈이 있어 애초에 여러 세균들이 살고 있다. 꼭 편도가 비대하지 않더라도 면역력이 약화되면 이같은 세균이 쉽게 편도 안쪽으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이 주위 조직으로 확대되면 편도 주변이나 목 부위에 고름이 생기는 농양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달에 1~2회 또는 한 해에 5~6회 반복해 발병하는 것은 ‘습관성 편도염’으로 만성화될 수 있다.
편도가 감염되면 벌겋게 붓기 시작하면서 음식물을 넘기기 어려워진다. 오한과 함께 39~40도의 고열이 나며, 이같은 증상이 1주일 정도 지속된다. 두통과 팔다리가 쑤시는 전신 권태증상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에는 귀가 찌르는 것 같은 연관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편도선염을 방치하면 자칫 심각한 전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악화되기 전에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은 “대부분 편도가 붓지만 않으면 이상이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편도선의 건강상태는 사람마다 다르며 편도선이 자주 붓는 경우 ‘낙제점’으로 50점, 감기와 기관지염을 1년에 2~3회 앓는다면 70점, 편도선이 고유한 역할을 다하며 감기·기관지염·편도선염·비염·폐렴 등을 모두 막아내면 100점”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폐 건강’이 편도 건강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과거 편도염으로 크게 고생해왔다. 한여름에도 고열 때문에 오한이 나타나 솜이불과 두터운 점퍼를 껴입어야 했고, 이런 일이 반복되자 과감히 항생제를 끊고 ‘솔루션 찾기’에 나섰다.
서효석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편도선염이 감기·과로·스트레스 등으로 폐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고 본다”며 “인체의 건강을 지켜주는 핵심적인 원동력은 폐에서 비롯된 ‘원기’(元氣)로 여기며, 편도선은 폐기능을 대변하는 바로미터로 폐가 강화되면 편도 역시 튼튼해져 병균에 노출돼도 가뿐하게 물리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인의 폐는 많이 약화돼 있는 경우가 적잖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은 부단한 운동으로 끊임없이 폐를 단련하므로 폐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바쁜 직장생활의 피로, 게으른 생활습관 등이 누적되고 운동부족에 노출된 결과 폐기능이 저하된다.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면 ‘열 받는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이때 체내에서 열이 발생한다. 생성된 열은 몸 위쪽으로 올라오면서 대부분 피부를 통해 발산되다가 미량의 잔열을 폐에 남겨서 ‘적열’(積熱)을 이룬다. 5억개 폐포 속에 촘촘이 미량의 열이 쌓이는 셈이다.
서 원장은 “폐에 적열이 쌓이면 스트레스호르몬인 ‘코티졸’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의 혈중농도가 높아지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며 “이 때 병원체의 공격을 받으면 편도가 제일선에서 싸우게 되고, 약한 편도선은 병원체에 ‘항복’하게 돼 편도염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편도가 부어 불편하다면 결국 다른 질환까지 막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로 것은 우리 몸의 이상을 알리는 적신호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폐를 맑게 하고 기능을 강화시키는 ‘청폐(淸肺) 작용’에 중점을 두는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다른 약을 처방하는 게 아니라 폐를 깨끗이 청소해주는 ‘편강탕’을 처방, 면역력이 강화시켜 편도선염도 자연스럽게 치료한다.
서효석 원장은 “폐기능과 편도가 튼튼해지면 병균이 쳐들어와도 물리칠 수 있어 편도선이 붓거나 열이 나지 않게 된다”며 “폐기능을 강화한지 두달 후부터는 면역력이 강화돼 적어도 2~3년간은 편도선이 붓지 않아 편안해지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보통 편도선염이 습관되면 ‘편도선 제거수술’을 결정하기 마련이나, 최근에는 편도선을 떼어내면 몸의 저항력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수술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이 강해졌다”며 “자칫 30~40년이 지난 먼 훗날 천식에 노출될 수 있어 증상이 심하더라도 수술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평소 편도선을 튼튼하게 하는 비법으로 ‘등산’을 꼽았다. 편도선은 폐와 관련된 기관인 만큼 폐기능 강화를 위해 등산하며 맑은 공기를 폐 안에 가득 채워주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