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진행된 급성심근경색 환자, 30일 이내 사망률 2.5배 높아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같은 급성심근경색 환자라도 동맥경화가 두개 이상의 관상동맥에서 진행된 경우 심근경색 발생 후 30일 이내 사망 위험이 2.5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자마(JAMA)’에 게재해 의료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2012년 아시아 최초, 세계 최연소로 미국심장학회가 선정한 ‘올해의 젊은 최고 과학자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엔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 환자의 혈관을 넓히는 ‘약물 코팅 스텐트’ 관련 논문을 세계 최고의 임상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했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이 뛸 수 있도록 혈액을 공급하는 세 가닥의 관상동맥 중 하나가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돼 생기는 초응급질환이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 개의 관상동맥 줄기 중 하나에서만 동맥경화가 생기는 게 아니라 나머지 2개의 관상동맥에도 동맥경화로 인한 협착이 동반될 때가 많다.
지금까지는 급성심근경색이 생긴 관상동맥만을 치료하고 그 후에 다시 나머지 혈관들의 스텐트 치료를 할 것인가, 다른 혈관들도 모두 동시에 스텐트 시술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나머지 혈관들은 약물치료를 할 것인가 등 치료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박덕우 교수와 파텔(Manesh R. Patel) 미국 듀크대 의대 임상연구소 교수팀은 20년 동안 수행된 8개의 대규모 국제적 임상연구를 통해 얻은 7만명의 데이터와 10년간 한국과 듀크대에서 모은 4만명의 데이터 등 총 15만명의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진료데이터를 분석했다.
급성심근경색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심근경색이 생긴 심장혈관 외에 다른 심장혈관에서도 동맥경화로 인한 심한 협착이 동반됐으며, 이 경우 심근경색 발생 후 한달째 조기사망률과 1년째 장기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있으면 급성심근경색 발생 후 30일 이내 조기 사망률은 4.3%로 다른 혈관에는 문제가 없을 때의 1.7%보다 2.5배 높았다.
급성심근경색 발생 1년 후 장기사망률 비교에서도 다른 혈관까지 동맥경화가 있으면 7%의 사망률을 보였다. 반면 다른 혈관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3%에 그쳐 2배 이상 차이났다.
박 교수는 “심근경색증은 사망과 직결된 중대한 질환으로 치료 후에도 예후 관리가 중요하다”며 “빅데이터 분석은 여러 혈관에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긴 심근경색의 치료 예후를 예측하고 조기에 약물이나 스텐트치료 등 적극적인 치료법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임상 의료분야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세계 최고 권위의 논문에 게재되는 성과를 통해 향후 의료분야 빅데이터의 활용방향에 대한 좋은 예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의학 분야를 포괄하는 전 세계 최고의 권위지인 자마(미국의학회지,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란셋(LANCET)과 함께 세계 3대 임상 저널 중 하나로 인용지수(Impact Factor)가 30.4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