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질 따라 두통·소화불량 발생, 위약효과 커 … 복용경험 없는 수험생 위험, 한방차로 대체
우황청심원은 두통·소화불량·두근거림·졸음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유발하므로 자칫 수험생들이 낭패를 볼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도한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려 우황청심원을 복용하는 수험생이 많다. 주변 어른들이 효과가 좋다며 수험생에게 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황청심원하면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약’을 떠올린다.
실제 드라마나 광고에서도 이 약의 신경안정 효과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 ‘미생(未生)’에선 신입사원 PT면접을 앞두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이 약을 애타게 찾는 장면이 나왔다. 간혹 우황청심원을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고 오·남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체질에 따라 약효가 다르게 나타나고, 복용 경험이 없는 수험생의 경우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은 원래 뇌질환·중풍성질환·심장성질환·신경성질환에 처방하던 일종의 응급약으로, 1107년 중국 송나라 때 진사문이라는 사람이 발간한 ‘증주태평혜민화제국방(增註太平惠民和劑局方)’에 최초로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1613년(광해군 5년) 허준이 펴낸 ‘동의보감’ 잡병편 풍 항목에 처음으로 수록됐다. 동의보감은 우황청심원을 ‘심기가 부족하고 정신과 마음이 안정되지 못해 기뻐하고 성내는 것을 종잡을 수 없고, 정신이 착란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야사에 따르면 조선 태조 이성계는 혼수상태에서 어의가 준 우황청심원을 삼키지 못해 사망했다.
국내에서 우황청심원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는 회사로는 광동제약, 삼성제약, 조선무약 등이 있다. 이 중 광동제약의 ‘광동우황청심원’과 조선무약의 ‘솔표우황청심원’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대다수 의사와 한의사들은 우황청심원이 일부 신경안정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턱대고 복용할 경우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형철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우황청심원은 구급약으로서 약재의 효능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복용시 신경이 과도하게 안정되면서 졸음이 올 수 있다”며 “반대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긴장감이 커지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황청심원과 같은 응급약은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 있으므로 복용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며 “예비소집일이나 시험 2~3일 전에 반알 정도를 시험적으로 복용해 자신에게 증상이 어떤 지 확인보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수험생의 경우 어느 정도의 긴장은 집중력을 향상시켜 문제 풀이에 도움을 준다. 이 때문에 수능시험 전 우황청심원을 복용해 긴장을 너무 이완시켜버리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고난도의 문제를 신속하게 푸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체질에 따라 고가의 우황이나 사향을 대체한 물질로 인해 시험시간 동안 심장이 두근거릴 수 있다. 속쓰림, 두통, 소화불량 등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도 꽤 있다.
지난 7월 MBN ‘황금알’에 출연한 이광연 한의사는 “우황청심원에 함유된 사향과 용뇌는 향기가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향이 강한 약재를 먹었을 때 예민한 사람들한테는 주의가 필요하다. 정말 시험을 잘 봐야 하는데 우황청심원의 향 때문에 집중을 못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우황청심원은 복용한 뒤 심리적으로 위안을 얻는 ‘위약효과’가 큰 약 중 하나”라며 “양약이 아닌 한약 계통이라 개인마다 약효가 다르게 나타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 당일에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다급하게 우황청심원이나 기타 약물을 다량 복용하면 졸림, 뇌기능저하, 소화불량 등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철 원장은 “체질상 우황청심원이 맞지 않는 수험생에겐 한방차가 도움된다”며 “눈이 침침할 땐 눈을 밝게 하고 머리를 가볍게 해주는 감국차(국화차), 눈이 건조하고 뻑뻑하면서 두통이 있을 땐 구기자차, 밤 늦게까지 공부해 체력이 떨어질 땐 오미자차가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우황청심원과 우황청심환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은 엄연히 다른 약재다. 이 원장은 “글자 하나 차이지만 우황청심원은 한의학 처방에, 우황청심환은 중의학 처방에 따른 한약”이라며 “들어가는 약재의 종류와 양이 다르고 처방에 따라 전혀 다른 약재가 첨가되므로 구분해서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처방된 우황청심원은 우황, 사향, 용뇌, 서각, 대두황권 등 총 30종류의 약재가 들어간다. 중국의 우황청심환은 우황, 당귀 등 총 5~10종의 약재가 함유된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우황(牛黃)은 소의 담낭·담관에 생긴 결석을 건조시켜 만든 약재로 진정작용, 혈압강하, 해열 등 효과를 나타낸다.
‘무스크(musK)’로 불리는 사향(麝香)은 중국 윈난성, 쓰촨성, 시짱(티베트)자치구 등 고산지대에 사는 사향노루의 생식기에 붙어있는 사향선을 건조시킨 약재다. 옛부터 기절한 사람을 깨우거나 흥분 및 경련을 가라앉히는 용도로 사용됐다.
용뇌(龍腦)는 태평양제도(남양군도)와 인도 등 열대지역에 자라는 상록침엽교목(늘푸른큰키나무)인 용뇌향에서 흘러나온 액체를 증류시켜 얻는 백색의 결정체다. 용뇌는 약재에 귀중하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용을 붙인 명칭이며, 희고 반짝이는 얼음과 같다고 해서 빙편뇌(氷片腦), 매화꽃잎 같은 게 좋다는 뜻으로 매화뇌(梅花腦)로도 부른다. 열·부기·경기·통증을 가라앉히는 데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