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질전환 돼지 이용, 인슐린 없이 정상혈당 6개월 유지 … 췌장 대체장기 확보로 당뇨병치료에 도움
김성주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국내 최초로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한 이종(異種) 췌도이식을 성공했다. 김성주·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팀은 지난 3월 26일 이종이식의 걸림돌인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거된(alpha-GalT knock-out) 형질전환 돼지의 췌도를 원숭이에게 이식한 뒤 6개월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혈당수치가 300 이상으로 인슐린이 하루 10단위 이상 필요했던 개체는 이종췌도 이식 후 인슐린을 거의 쓰지 않고 정상혈당을 유지했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특히 기존의 절반에 해당하는 적은 수의 췌도(50000 IEQ/kg)를 사용해 임상 적용을 한 단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췌도이식은 인슐린 집중치료에도 불구하고 혈당조절이 어려운 난치성 환자나 심각한 대사성 합병증으로 이를 시행하기 어려운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세포를 분리해 이식한다. 췌장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보다 쉽고 안전하며 반복 수술이 가능해 선호되고 있다.
이종이식을 할 경우 돼지 면역체계에 대한 항체로 인해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 이식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하지만 면역체계의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돼지를 이용하면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피하고 이종간 이식이 가능하다.
이에 동종(同種)이식의 대안으로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한 이종이식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번 이식은 농촌진흥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동물바이오신약장기개발사업단’(사업단장 김남형)의 연구수행 결과다. 국립축산과학원의 황성수 박사팀이 형질전환 돼지를 공급했으며 윤익진 건국대 교수(이식기술 개발), 안규리 서울대 교수팀(이종이식 후 면역 모니터링), 오리엔트바이오(이종이식용 원숭이 제공 및 관리) 등이 공동 연구했다.
이식을 주도한 김성주 교수는 “췌도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수의 췌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사람의 췌장만을 공급받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돼지 등의 췌장을 활용한 이종간 췌도이식의 기술적 안전성이 확보되면 충분한 췌장의 확보가 가능해 난치성 당뇨병 환자에게 크게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