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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 불법 마케팅 천태만상 … 대학생·이익단체 동원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8-22 16:22:10
  • 수정 2016-02-18 03: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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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태평양지역 청소년 흡연 심각, 간접흡연도 발암물질 … 담배회사 활동 감시 강화돼야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4개 담배 제조회사를 대상으로 540억원 규모 손해배상 민사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흡연의 해악과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를 알리는 심포지엄이 22일 열렸다. 건보공단은 이날 오전 9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담배규제와 법’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수잔 머카도(Susan Mercado) 세계보건기구(WHO) 건강증진국 국장은 담배를 ‘사용자의 절반을 제조사가 지시한 대로 합법적으로 사망케 하는 물품’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10억여명으로 중년 사망의 50%를 차지한다. 현재 한해에만 약 600만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20~30년 후 한해 사망자 수는 8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의 전체 흡연자는 4억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청소년 흡연율 및 간접흡연율은 이 지역의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다. 최근 조사결과 서태평양 지역 13~15세 소년 중 15%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청소년의 66.1%가 공공장소에서 간접흡연(secondhand smoke, SHS)에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머카도 국장은 “담배회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표적으로 삼는다”며 “성년이 되기 전에는 전두엽 피질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아 중독물질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 핀란드, 미국 등에선 간접흡연이 발암물질로 분류된다”며 “특히 미국은 간접흡연을 비소, 석면, 벤젠, 라돈 등과 같은 A급 발암물질로 규정한다”고 덧붙였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04년 담배가격 인상 후 흡연율이 소폭 감소했지만 40%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흡연은 편평상피세포암 발병률을 최대 17.7배 높이며 간암, 당뇨병, 췌장암, 자살, 치매 등 광범위한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담뱃값 인상 등 적극적인 금연정책을 실시해 흡연으로 인한 질환 위험과 추가적인 보험급여 진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프록터(Robert N. Proctor)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현재 생산되는 담배의 문제점으로 △중독성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만큼의 니코틴을 발생시킨다 △흡입에 용이한 연기를 발생시켜 불필요한 사망을 유발한다 △폴로늄210, 니트로사민 등을 포함한 유독성 물질을 과도하게 많이 유발한다 △적절한 지침도 없이 판매된다 등을 꼽았다.

그는 “담배회사들은 담배 한 개비를 팔아 1센트를 벌고, 담배 백만 개비가 모여 한 생명을 앗아간다”며 “이들에게 한 생명의 가치는 1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니코틴량을 개비당 0.5㎎ 미만으로 줄이고 담배연기의 pH(수소이온농도)를 8.0 이상으로 설정해 니코틴 여과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록터 박사는 24조원 규모의 담배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신시아 로빈슨 사건 등 80여건이 넘는 담배소송에서 전문가 증언을 해왔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담배회사들의 부정행위 행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서 회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담배제조사들은 1958년부터 담배와 비소·코발트·니켈·페놀 등 첨가물의 유해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1975년 8월 국내 보건당국은 WHO 권고에 따라 담배에 유해경고문을 표시토록 했지만 당시 붙은 내용은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로 미약한 수준에 그쳤다.
서 회장은 “이같은 문구는 자칫 담배를 적당히 피는 것은 건강에 괜찮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며 “1989년 조금 더 강력한 경고문이 붙긴 했지만 이때까지도 담배회사들은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담배제조사의 담배소매인에 대한 경품이나 할증 제공 등 불법마케팅 행위, 대학생 등 젊은층을 동원한 수상쩍은 사회공헌 활동, 대정부 불법로비 등도 담배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한 담배회사는 스키대회를 협찬해 입상자에게 홍콩왕복여행권을, 또다른 회사는 국내 소매상을 통해 탁상용 선풍기 수천대를 무료로 증정했다.
외국 담배회사들은 해외여행권·테니스라켓·라이터·수저세트가 부착된 담배 등을 판매했고, 당구장이나 유흥업소 등에 담배를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제품 홍보용 콘서트를 계획했다가 취소한 사례도 있다. 필립모리스는 1994년 인기가수를 동원해 말보로콘서트 94시리즈를 개최하려 했지만 대한YMCA연맹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30개 단체가 개최 중지를 요구해 결국 무산됐다.
BAT코리아는 2012년 숯이 들어가지 않은 ‘던힐 파인컷 멘솔’ 제품을 마치 숯을 사용해 담배 맛이 부드러운 것처럼 허위광고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2008년에는 담배 원료를 순수한 담배잎살로만 만들었다고 허위광고하다 적발됐다.

공익활동을 가장해 자사 이름이나 로고를 은근히 홍보하는 행위도 많이 이뤄졌다. 필립모리스와 KT&G는 사회복지기관에 기증한 차량에 자사의 로고와 사명을 게재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KT&G는 상상유니브 등 대학생 조직을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 아동·청소년·여성·장애인·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주입했다. 필립모리스는 잎담배 생산농가에 장학금을 전달해왔으며, BAT코리아는 지방도시와 사회공헌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4개 담배회사는 또 자신들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1998년 ‘한국담배협회’라는 이익집단을 설립했다. 이밖에 2000년부터 12년간 ‘한국담배소비자협회’에 사업준비금 등 명목으로 6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국민들이 담배회사의 활동을 감시하고 잘못된 점은 폭로해야 한다”며 “담배회사의 광고·판촉·후원활동을 법률로 엄격히 제한하고 금연정책을 책임감 있게 펼칠 대통령, 국회의원, 공직자를 선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담배소송의 첫 변론기일(9월 12일)을 앞두고 승소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단은 케이티엔지(KT&G), 필립모리스코리아,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코리아 등 4개 담배 제조·판매사를 상대로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54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공식 제기했다.
540억원은 흡연과의 인과성이 크다고 인정된 편평세포암 환자 중 20년 이상 하루에 한 갑씩 흡연하고, 흡연기간이 30년을 넘는 사례에 대해 공단 측이 2003~2012년에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이다.

지난해 8월 건보공단과 지선하 교수팀이 국내 흡연자 130만명을 2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흡연자는 폐암·후두암 등 각종 암의 발생위험이 비흡연자보다 2.9~6.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2년 전체 사망자 26만7221명 중 5만8155명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재정 손실액은 1조7000억원이었으며, 이는 전 국민의 1개월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제기됐던 담배소송에서 원고(흡연자)가 피고(담배회사)에게 모두 패소했다는 사실은 공단 측에 큰 부담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가족력, 생활환경, 식습관 등 여러 요인 사이에서 암과 흡연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2011년 폐암(소세포암) 및 후두암(편평세포암)과 흡연과의 인과성을 인정했을 뿐이다.
담배의 제조·설계·표시상 결함이 있는지를 의미하는 ‘위법성’과 제조사가 담배의 유해성을 알면서 이를 숨긴 채 팔았는지에 대한 ‘의도성’ 면에서도 담배회사의 행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담배의 해악과 담배회사의 행태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미국 담배소송의 역사를 바꾼 국외전문가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공단의 담배소송 수행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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