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피부에 비해 건선 피부병변에서 환경호르몬 수용체인 AhR 및 관련 유전자 발현 늘어
정크푸드에 다량 함유된 트랜스지방은 환경호르몬의 흡수 및 축적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이들 두가지 물질에 대한 방어 노력이 중요하다.
지난 3월 국내 피부과 교수팀이 건선이 유전적 요인 외에 환경호르몬과 연관이 있다는 결과를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건선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규명되지 못했지만 이번 연구로 환경호르몬과 생물학적 연관성이 있음을 밝혔다.
연구 결과 정상피부에 비해 건선 피부병변에서 환경호르몬 수용체인 AhR(아릴탄화수소수용체, Aryl hydrocarbon receptor) 및 관련 유전자 발현이 증가됐다. 건선 피부에서 AhR 및 관련 유전자가 증가한 것은 환경호르몬과 AhR이 결합해 건선을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속의 세포와 결합해 내분비계 기능을 교란시키는 물질을 총칭한다. 몸속에 들어오면 마치 천연호르몬인 것처럼 작용해 체내 세포물질과 결합, 비정상적인 생리작용을 하면서 인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다이옥신으로 불리는 TCDD(Tetra Chlor Dibenzo Dioxine) 및 다가염화바이페닐(PCBs, Polychlorinated Biphenyls) 등이 해당된다.
이는 자동차매연·담배연기가 심하거나 환경이 오염된 지역에서 나온 어류, 육류 등에 포함돼 있다. 즉 건선 환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식품이나 매연 등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것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건선은 피부에 붉은색 발진과 하얀 비늘이 온몸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특별히 가렵지는 않지만 마치 피부가 껍질처럼 변해 외관상 보기 좋지 않다. 한번 발병하면 10~20년 지속되고 악화·호전이 반복돼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이 적잖다. 우리나라 국민의 1∼2%에 해당하는 50만∼100만명이 건선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받는 사람은 전체 환자의 16∼32%에 불과한 실정이다. 자극을 자주 받는 팔꿈치, 무릎, 엉덩이, 머리 피부 등에 주로 나타난다.
조월태 단한의원 원장은 “한의학에선 면역반응이 과민해져 전반적인 균형이 깨지고 해독기능이 저하됐을 때 건선이 나타난다고 본다”며 “세포에 독이 쌓이고 피부저항력이 약화되면 증상이 피부로 나타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호르몬은 특히 면역력을 깨뜨리는 주범”이라며 “생활 속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나, 조금만 신경쓰면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식생활에 사용되는 용기는 플라스틱 대신 유리·스테인리스·도자기로 교체한다. 일부 PC재질 플라스틱 용기는 열이 가해지면 화학물질이 나오는데, 이때 환경호르몬이 다량 발생한다.
같은 이유에서 전자레인지를 쓸 때 일부 PC재질 플라스틱이나 랩으로 음식물을 씌우지 않는 게 좋다. PVC소재 랩이 뜨거운 음식에 닿으면 환경호르몬의 한 종류인 프탈레이트류가 유발될 수 있다.
합성세제, 살충제, 방향제 등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조월태 원장은 “특히 세제 등에 첨가되는 계면활성제는 다량의 환경호르몬이 함유된 대표적인 제품”이라며 “이는 피부막을 손상시키거나 습진 및 발진을 유발시킨다”고 설명했다.
인테리어를 새로 할 때 마루·벽지·타일 등 마감재는 친환경 자재를 택하도록 한다. 친환경 벽지는 대부분 물에 녹는 수성 아크릴수지, 곰팡이억제제 등을 사용해 유해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 일반 벽지는 다량의 환경호르몬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원장은 “정크푸드 섭취를 자제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환경호르몬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혈액 속에 트랜스지방이 많으면 흡수가 촉진되며, 환경호르몬 중 다이옥신은 주로 동물의 지방에 녹아 있다”고 조언했다.
단한의원에서는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높여 피부세포가 재생될 수 있도록 한약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몸속 면역력을 높여주는 맥문동·감국·목단피·숙지황 등 약재를 활용해 건선을 치료한다. 침치료, 스테로이드요법, 광역동치료 없이 하루에 세 번 탕약만 복용하면 돼 간편하다. 다만 3개월 정도의 꾸준한 치료기간이 소요돼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월태 원장은 “한약치료를 시작하면 환부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서서히 정상적인 살이 차오르는 변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며 “초기에는 피부가 하얗게 변해 마치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선이 죽어 낙엽처럼 지는 것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고, 흰 인설 밑에 연하게 붉은 기가 도는 새살이 돋아 죽은 피부를 대체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