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장난감이나 실험도구로만 여겨졌던 ‘자석’을 사용한 시술이 담즙관 협착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거에는 담즙관에 협착이 생기면 외과수술을 실시했다. 최근에는 방사선 영상으로 협착부위를 계속 확인하는 중재적 방사선술을 실시한 후 문합부확장술이나 스텐트삽입술로 치료하는게 통상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유착 정도가 너무 심하거나 문합 부위로 치료기구(guide wire)가 접근할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악화됐을 땐 치료를 포기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이동기·장성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이광훈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수술(6명)과 외상(1명)으로 담즙관 협착 증세를 보였지만 수술이나 중재적 방사선술 등 기존 치료법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양성담관협착 환자를 대상으로 자기압축문합술(magnetic compression anastomosis, MCA)을 실시한 결과 5명의 환자에서 막힌 담즙관이 다시 개통됐다고 2일 발표했다.
수술팀은 경피경간담도배액술(PTBD)로 자석이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충분히 확보한 뒤 자석을 문합부까지 이동시켰다. 이어 내시경 역행 췌담관조영술(ERCP)로 다른 자석을 문합부 맞은 편부터 문합 부위까지 이동시킨 뒤 자석 사이 공간에 협착된 문합부가 위치하도록 조정했다.
두 자석은 자성으로 점차 가까워지면서 문합부를 압박해 조직을 밀착시켰으며, 자석 사이에 위치한 조직은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 괴사되면서 떨어져나갔다.
접착된 자석은 중력에 의해 담도로 떨어지면서 문합부에 담즙이 통과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형성했다.
시술에 성공한 5명의 환자에서 자석이 근사(近似, 가까이서 영향을 줌)된 평균 기간은 37일(14~63일), 막힌 담즙관이 재개통된 기간은 평균 485.2일(80~1573일)이었다. 이들 환자에서는 수술 후 합병증이나 재협착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동기 교수는 “장기이식 같은 수술이나 외상으로 담즙관이 협착되면 답즙 배출이 어려워져 황달이나 감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질환 위험과 사망률이 증가한다”며 “이번 시술 성공은 수술이나 중재적방사선시술이 불가능했던 담즙관 협착 환자와 가족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주로 일본에서 시행되던 자기압축문합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으며, 2007년 간공장연결술 뒤 발생한 문합부 완전폐쇄 치료에 적용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2011년에는 간이식 후 문합부 완전폐쇄가 발생한 환자 12명에게 자기압축문합술을 시행해 새로운 문합부를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화기내시경 분야 국제학술지인 ‘내시경(endoscopy, 인용지수 IF=5.735)’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