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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속 잠 못이루는 밤, 바에서 책 한권 읽어볼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7-02 13:21:52
  • 수정 2016-02-18 03: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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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칵테일·재즈공연 어우러진 ‘감성충족’ … ‘읽어bar’, 1~5일 가로수길 ‘카페jass’서 7시

1일 읽어bar행사에 참석한 남성이 책을 읽다 대화하고 있다. 읽어bar 제공

어둑어둑한 바에서 밴드가 재즈를 연주하고, 사람들은 북라이트를 켠 채 각자 책을 읽고 있다. 몇몇 사람은 독서삼매경에 빠졌는지 옆에 둔 칵테일잔엔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커플끼리 도란도란 책을 읽으며 데이트하는 남녀도 보인다. ‘바는 술 마시러가는 데 아닌가요?’ 웬 술집에서 책을 읽느냐며 놀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는 청춘남녀에겐 ‘작업’의 공간이고, 어른들에겐 ‘예쁜 언니’가 있는 곳으로 인식돼 왔다. 여기서 혼자 책을 읽는다면 의도치 않게 유난한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지난 1일, ‘책읽는 지하철’과 대학생 독서권장 모임 ‘청춘이여 책을 읽자’가 기획한 ‘읽어bar’ 행사장의 모습이다. 평소에도 국민 독서증진에 힘쓰는 청년들이 재밌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바에서 다함께 책을 읽으며 음악도 듣고, 술도 마시자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행사를 홍보했다. 예매한 얼리버드티켓은 완판됐다. 1만5000원에 책 1권, 칵테일이나 맥주 한 잔이 제공됐다. 북라이트 대여료, 라이브공연 관람료도 포함된 가격이다.

왜 하필 ‘바’ 일까 하는 의문에 송화준 책읽는지하철 대표 기획자는 “사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무한한데, 상상력의 부재로 ‘읽는 공간’은 틀에 박혀 한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디서든 자기가 읽고 싶은 곳에서 읽으면 되는 건데도, 사람들은 ‘저 사람 혼자 와서 책읽나봐’하며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책 읽는 곳, 술 마시는 곳은 정해져 있다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고정관념 탓이다.
 
송 대표가 이번 행사를 기획한 동기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서 전해 들은 외국 호텔 바의 풍경 때문이엇다. 여장을 풀고 한 잔 하러 찾은 호텔 바에서 노신사 한 분이 좋아하는 술을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이 모습이 인상깊었고, 다시 떠올려도 너무 멋진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하는 모티브로 이번 행사가 꾸려졌다. 그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책을 읽는 데 거부감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1일 읽어bar행사에 참석해 북라이트를 켜고 독서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읽어bar 제공

업무와 스트레스에 찌든 퇴근길, 술 생각은 나지만 혼자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책이라도 한권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고 싶지만 카페로 들어가기엔 밝고 떠들썩한 분위기라 내키지 않는다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는 바를 찾아 책을 읽는 것도 여름밤과 꽤 어울리는 장면이다. 너무 민폐가 되지 않게 시간이 오래 됐다 싶으면 한잔 더 주문하는 센스도 잊지 말자.
 
송화준 대표는 책읽는지하철을 운영하며 한달에 한번 지하철 안에서 1시간20분 동안 책을 읽으며 2호선을 한바퀴 도는 플래시몹 행사를 1년째 펼치고 있다. 이는 서울시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다독가로 알려진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한 바 있다. 송 대표는 “단발성의 행사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읽어bar 행사도 지속적으로 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행사 장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색적인 장면이 점점 퍼져나가 점차 번화가나 오피스타운으로, 동네의 조그만 바에서도 책읽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때가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를 함께 기획한 예재영 청춘이여 책을읽자 대표도 “행사 첫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줘 감사한 마음”이라며 “색다른 경험에 그치지 않고 행사가 차츰차츰 진행되면서 어디서 책을 읽어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이라고 발표했다. 여가활동에서 독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낮아졌지만, 매년 신년계획에 빠지지 않는 목표엔 빠지지 않은 것 중 하나다. 열대야에 잠못드는 밤, 책 한권을 들고 바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읽어bar행사는 지난 1일 시작해 5일까지 첫 번째 행사를 진행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클럽jass’에서 오후 7시부터 열린다. 예매권은 완판돼 현장 입장료는 1만8000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읽어bar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booknba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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