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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분유보다 2~3배 비싼 산양분유, 효과도 그만큼일까
  • 정종우 인턴 기자
  • 등록 2014-06-30 09:17:32
  • 수정 2016-02-18 04: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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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우유보다 뛰어난 효능 인정된 바 없어 … 성장기 영유야에 중요한 철분·엽산은 상대적 부족

산양유을 생산하기 위해 가둬 키우는 산양

웰빙열풍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아기 건강에 민감한 엄마들이 기존 분유보다 소화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산양분유가 인기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일동후디스의 ‘프리미엄 산양분유’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남양유업, 파스퇴르, 아이배냇 등 후발주자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초 전체 분유시장에서 약 10%를 점유한 산양분유는 약 7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분유시장은 2010년에 비해 5% 확장에 그쳤지만 산양분유는 40% 늘어나면서 높은 소비자의 관심을 입증했다.

산양분유는 산양(山羊)의 원유를 바탕으로 제조한다. 소비자들은 산양분유를 생산하는 산양이 히말라야나 안데스산맥 등 고산지대에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산양분유의 원유를 제공하는 산양은 한정된 공간의 농장에서 키우는 ‘산양분유 전문 산양’이다. 국내에도 산양목장이 있지만, 업체들은 대부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방목한 산양을 바탕으로 분유를 만든다. 그러나 산양이 젖소와 마찬가지로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투여받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산양 한 마리에 하루에 나오는 원유량은 젖소의 7분의 1 수준이다. 나오는 양이 부족하니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유보다 평균 2~3배 가격이 높다.

업체에서 주장하는 산양분유의 장점은 소화흡수력이다. 모유와 비슷한 성분으로 구성돼 어린 아이들이 기존 우유보다 잘 소화시킨다는 것이다. 산양유는 단백질 특성상 잘 소화되지 않는 αs1-카제인이 우유와 달리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카제인은 조성에 따라 αs1-카제인 외에, β-카제인, γ-카제인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입자 크기가 가장 큰 αs1-카제인은 소화장애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아토피성피부염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양분유 업체는 산양분유에 들어있는 우유단백질은 주로 β-카제인으로 면역증강효과를 보이고, 단백질 중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쉬운 β-락토글로불린을 거의 함유하지 않고 있다고 홍보한다.
모유에 주로 들어있는 단백질은 β-카제인(0.3%), 알파락트알부민(0.3%), 락토페린(0.2%), 면역글로불린A(IgA. 0.1%0, 면역글로불린G(IgG, 0.001%), 리소자임(0.05%), 혈청알부민(0.05%) 등이다. β-락토글로불린은 없다.

모유를 마시면 괜찮은데 우유를 마시면 설사하는 아이들이 있다. 유당분해효소가 없거나 적은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 탓이다. 분유업체들은 이 질환을 가진 아이라도 산양분유를 먹으면 설사를 덜 하고 속이 편안해진다고 홍보한다. 모유의 유당은 우유(4.6%)나 산양유(4.1%)보다 많아 7%에 근접한다.
유당불내증은 나이가 많을수록,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영유아기에는 유당을 분해시키기 위해 유당분해효소가 많이 분비돼다가 유소아기에는 유당을 통한 영양공급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분해효소 분비도 동반해서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아기가 모유를 먹다가 우유나 산양분유로 갈아탈 때 유당불내증의 증감 여부는 미지수다. 우유나 산양분유의 유당 함유량이 줄어든 대신 영유아보다는 유소아기에 유당불내증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럽식품안전청은 2006년 1월 “유아 및 성장기 분유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염소젖이 적합하지 않다”며 “염소젖 분유를 먹였을 때 알레르기를 일으킬 비율이 일반 분유보다 더 낮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확실한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2007년 3월, 영국은 산양분유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이는 염소젖 분유에 대한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평가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일동후디스 측은 당시 영유아용 조제분유 포뮬러에 대한 기준규격이 개정되지 못해 산양유의 단백질 적합성이 반영되지 않아 일어난 해프닝으로, 2012년에 EFSA의 과학전문가 견해를 받아들여 산양유 단백질의 적합성이 인정받았고, 2013년 8월에 포뮬려가 영국 기준규격으로 고시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문가들은 산양유의 성장발육 효과의 비교 우위가 입증되지 않아 추천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대한소아과학회는 “산양분유의 영양성분엔 문제가 없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임상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장기 사용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는 “아직까지 산양유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많이 되지 않았다”며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산양유의 효능을 믿고 일반유보다 비싼 산양유를 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아이라면 굳이 산양유를 포함한 산양분유를 먹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소아과 의사는 철분과 엽산이 부족한 산양유를 걱정한다. 산양유에는 일반 유제품보다 철분과 엽산이 부족하다. 성장기 아이들은 적혈구, 혈액량, 세포가 급격히 늘어 이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철분과 엽산의 보급이 중요하다. 업체들도 중요성을 알기에 산양유에 부족한 철분과 엽산을 추가해 산양분유를 생산한다. 산양유가 100%인 산양분유는 없다. 일반분유에도 부족한 성분을 추가해 조제하듯, 산양분유도 부족한 성분을 넣어 만든다. 그렇다면 일반분유와 산양분유의 제조과정은 크게 다를 게 없다. 업계의 주장대로라면 굳이 일반분유의 2~3배에 달하는 산양분유를 먹힐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나온다.

산양분유의 안전성도 꾸준히 논란이 있었다. 2012년 8월 서울시는 “일동후디스 산양분유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미량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준치의 370분의 1수준이지만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을 냈다. 세슘에는 여러 동위원소가 있는데, 방사성 동위원소인 세슘137은 원자핵 분열시 생기는 물질로 알려져 소비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컸다. 1년여 진행된 소송에서 일동후디스가 승소하면서 세슘 논란은 종결됐다. 

2006년과 2007년에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산양분유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돼 제품을 모두 철수시켜야 했다. 사카자키균은 대장균군의 일종으로 영유아용 조제분유를 통해서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기에게는 뇌수막염, 장염을 일으켜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위험한 균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대체로 산양분유에 대해 위험하지 않다고 인정할 뿐 추천하지 않는다. 연구결과나 임상시험이 많이 이뤄지지 않아 산양유 제품이 기존 유제품에 비해 월등히 효과가 좋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업체에서는 산양분유가 기존 우유보다 뛰어난 효능을 가졌다고 홍보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연구개발을 통해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비합리적인 정보로 이익 챙기기에 더 열중하는 모습이다.

원유별 구성분 비교표 (출처: 일동후디스 및 위키피디아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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