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AT, 인터넷 접속시간·중증도 제대로 반영 못해 … 중증군, 중독성향 부정해 IAT 점수 낮아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터넷중독 자가진단법인 ‘IAT(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가 실제 중독 여부를 진단하는 데 부적절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06년 9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건국대병원 ‘인터넷중독클리닉’을 방문한 62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IAT점수는 인터넷중독자의 일평균 인터넷 접속시간이나 임상 중증도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IAT는 킴벌리 영(Kimberly S. Young)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개발한 인터넷중독 자가진단법이다. IAT 점수가 70점 이상이면 인터넷중독으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정부부처와 연구기관 등에서 발표하는 인터넷중독 유병률은 IAT와 유사한 자가보고검사나 간단한 질문형 인터뷰를 통해 조사된 것으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게 하 교수의 연구결과다.
이번 연구 대상자 62명의 평균 연령은 21.7±7.1세(최저 11세, 최고 38세)였으며, 47명(91.4%)이 남자였다. 이들 중 주요우울장애·기분부전장애는 각각 24명,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8명, 사회공포증 3명, 파탄적 행동장애(품행·반항성장애) 3명, 양극성장애 1명, 폭식 1명, 적응장애 1명이었다.
하 교수팀은 중독 정도에 따라 환자를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구분했다. 중증은 인터넷중독이 심각해 학교 출석을 거부하거나, 6개월 이상 사회적 관계가 거의 단절되거나, 감정기능장애로 입원이 필요하거나, 게임아이템 구매 또는 온라인도박 등으로 심각한 재정문제가 생긴 경우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중증군은 인터넷중독 증상의 지속기간이 하루당 10.7±4.6시간으로 경증군의 6.3±2.9시간보다 길었다. 그러나 중증군의 IAT점수는 66.2±18.6점으로 경증그룹의 71.9±15.2점보다 오히려 낮았다.
또 세 그룹 모두 인터넷중독으로 학업성취도 저하, 가족내 갈등, 감정조절능력 상실 등을 겪고 있었지만 이들 중 IAT점수가 70점 이상인 사람은 22명(43%)에 불과했다.
하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IAT점수는 게임에 잠시 빠져있는 사람에서 높게 나온 반면 인터넷중독 환자의 경우 자신의 중독 성향을 부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터넷이나 게임에 잠시 몰입하는 사람은 인터넷에 과도하게 빠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면서 두려움과 불안감이 증폭되고, 이로 인해 IAT점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 반대로 중증 인터넷중독 환자는 ‘조금만 신경쓰면 해결할 수 있다’, ‘이 정도는 누구나 한다’, ‘나는 문제없다’ 등의 생각으로 점수가 낮게 나와 인터넷중독으로 진단되지 않는다.
하 교수는 “자가보고검사를 이용한 진단은 임상적인 정확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면밀한 평가를 실시해 인터넷중독 유병률을 파악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IAT가 많이 쓰였지만 실제로 정확한 진단에 도움되는지 연구한 논문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인터넷중독 유병률이나 게임중독 환자 수를 분석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킴벌리 영의 인터넷 중독 테스트의 유용성(Usefulness of 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 for Clinical populations)’ 논문은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정신의학저널인 ‘북유럽정신의학지(Nordic journal of psychiatr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