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허브 사이트에서 우피 유래 젤라틴 사용으로 드러난 제품들

최근 해외 직배송 쇼핑몰 ‘아이허브’ 구매자들은 당황스런 반응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 애용하던 제품을 구입하려고 했더니 ‘유해사이트 차단’ 페이지가 뜬 것이다. 평소 아이허브에서 구입해온 영양제 등이 떨어져 이를 쇼핑하려던 주부 이 모 씨(27)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아이허브는 영양제·화장품·애견용품·생활용품 등을 아우르는 종합 쇼핑몰이다. 국내서 2010년 무렵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은 입소문을 타 20~50대 여성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고 있다. 인기있는 제품군은 영양제류, 차(茶)류, 간식류, 허브 등 양념류, 화장품, 생활용품, 유아용품 등이다.
 
이 쇼핑몰은 한국 고객에게 ‘유난히’ 친절하다. 정작 북미에서는 가격대가 높은 ‘비싼 쇼핑몰’로 구분되지만 한국 기준으로는 가격이 굉장히 저렴한 데다가 구매대행 과정없이 신속하게 해외배송 서비스가 이뤄진다는 장점으로 소비자들을 흡인하고 있다. 현지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아이허브를 먼나라 한국사람들이 애용해주니 감지덕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한국어 버전 사이트도 만들어 쇼핑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허브가 광우병·요힘베 노출 위험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미국의 대표적 해외 직배송 쇼핑몰인 아이허브에서 파는 영양식품의 젤라틴 캡슐에 대한 우피(牛皮, 소가죽) 유래 여부를 검사한 결과, 캡슐 제품 20건 중 15건(75%)에서 우피 유래 성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사 품목 20개는 해당 사이트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제품들이다.
 
남윤인순 의원은 “미국은 광우병 발생국가로 우피에서 유래된 젤라틴이 포함된 식품은 안전성을 입증하는 수출국 정부증명서가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문제의 해외 직배송 캡슐 제품들은 아무런 안전관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식약처는 광우병으로 불리는 소해면상뇌증(BSE) 발생 36개국에서 생산된 우피 유래 젤라틴이 든 식품에 대해서는 수입건마다 수출국 정부증명서를 확인하고 있다. 즉 적절한 젤라틴 제조공정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된 식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수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남윤인순 의원이 지적한 젤라틴의 경우 우피유래, 돈피유래, 식물성젤라틴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우피유래 젤라틴으로 광우병이 존재하는 나라(미국)에서 수입된 젤라틴이니 광우병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국내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논거다.

하지만 광우병 발병 국가의 우피 유래 제품이라고 해서 광우병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도 꼼꼼히 우피 유래 제품의 광우병 발병 가능성을 체크, 관리하고 있다”며 “따라서 미국산 젤라틴을 복용한다고 해서 광우병에 걸릴 거란 얘기는 과도한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영양제 캡슐은 젤라틴으로 만들어지며, 이는 소가죽을 가열·가수분해하여 추출한다. 이번 식약처 조사에서 우피 유래 젤라틴이 검출된 영양제를 정밀검사한 결과 광우병에 걸린 소의 우피를 썼다는 판정은 나오지 않았다.
 
아이허브 사이트는 안전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애초부터 국내에서 통관이 허용되지 않는 성분에 대해서 아예 구입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컨대 이카린(Icarin), 요힘베(Yohimbe), 멜라토닌(Melatonin), 에키네시아(Enchinacea) 등 통관이 금지된 성분을 함유한 제품에 대해서는 아예 ‘장바구니’도 담기지도 못하게 나름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놓고 있다.

남윤인순 의원은 “해외 직배송 쇼핑몰이 창궐하고 유해물질이 함유된 불법식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막대한 국부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있는 상황에도 식품당국은 속수무책”이라며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인터넷에서 이들 캡슐로 만들어진 제품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고 소비자의 주의를 촉구하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 의원 측 관계자는 “아이허브는 국내에 세금도 내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해성분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가장 많이 신경쓰는 대상(주부 등 여성)을 타깃으로 엄청난 광고를 노출시키며 해당제품을 팔고 있다”며 사이트 전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 노출되는 아이허브 광고는 이곳에 자주 접속하는 네티즌이 포털이나 특정 언론사 사이트를 들어갈 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구글식 광고의 일종으로 직접 국내사이트에 돈을 지불해가며 낸 광고는 아니다. 
 
이에 대해 찬반은 갈린다. 40대 후반의 정모 씨는 “식품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0.01%의 누수도 있어서는 안되기에 해외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기형적으로 들어오는 위험 우려 제품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허브를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김모 씨(24)는 “젤라틴의 유해성 여부는 미국에서 어느 정도 점검이 끝난 것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막는 것은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박 모 씨(45)는 “비싼 수입제품을 훨씬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아이허브를 이용하는 매력”이라며 “해당 사이트에서 영양제만 파는 것도 아니고 간식류, 세제, 화장품 등 종류가 다양한데 아예 사이트를 막겠다는 발상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 “미국 정부로 하여금 현지 판매업체에게 수출국정부증명서 등을 통해 BSE 안전성을 입증할 것을 요청하고, 입증이 불가능한 경우 국내 접속을 차단할 계획”이라며 “유해물질 함유, 허위·과대광고 등의 문제가 반복·지속되는 해외사이트에 대한 근본적인 접속 차단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아이허브에서 판매중인 식품 중에서 국내법에 저촉되는 상품 27개 제품을 적발, 해당 상품의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 이들 식품에서 검출된 유해물질로는 요힘빈, 이카린, 오르리스타트, 시네프린, 클로르프레타다라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