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발률 28%p 감소, 부작용 증가 없어 … 백혈구 림프구속 존재, 바이러스·암세포 파괴
이규형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왼쪽)·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박사
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 반일치골수이식 후 자연살해세포(Nature Killer, NK세포)를 주입하면 재발은 감소하고 생존율은 증가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규형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팀과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박사팀은 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하 백혈병)에 대한 NK세포의 치료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실시한 결과 반일치골수이식 후 NK세포를 투여한 환자는 대조군보다 재발률이 절반 수준으로 낮았고, 생존율은 7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골수이식 임상 전문지인 ‘미국골수이식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 지난 2월 11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K세포는 면역체계의 최전방을 방어하는 면역세포로 백혈구의 림프구 속에 존재한다. 각종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공격해 파괴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자살특공대’로 불린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암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등 각종 난치성 질병과 다른 면역세포의 기능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서 백혈병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을 보여 치료효과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환자의 예후가 매우 불량하며, 골수이식을 시행하더라도 대부분 치료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이 교수팀은 2004년 부모·자식간 골수이식을 가능케 하는 백혈구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 반일치 골수이식을 개발해 실용화했다. 반일치이식은 골수 기증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양의 공여자 단핵구를 얻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 박사팀은 2000년대 초부터 말초단핵구로부터 NK세포를 분화·증식시키는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 및 확보했다. 이를 통해 기존 기술로 얻을 수 있는 NK세포의 양보다 약 10배 정도 많은 세포를 얻을 수 있었다.
이규형·최인표 연구팀은 기관윤리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2009~2012년 41명의 백혈병 및 림프종 환자에게 반일치골수이식을 시행하고, 이식 후 2~3주 동안 추가로 공여자로부터 추출·생산된 NK세포를 1~2회 투여했다. 이어 관련 부작용, 백혈병 지속 정도, 환자 생존율 등을 관찰한 결과 NK세포 투여군과 대조에서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등 특별한 부작용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조군은 74%에서 임상기간 중 백혈병이 재발했지만 NK세포 투여군은 46%에서만 재발이 일어났다. 즉 NK세포가 백혈병 치료율을 향상시킨다는 게 입증됐다.
생존율에서도 NK세포 투여군과 대조군은 차이를 보였는데 NK세포 투여군은 무병생존율 31%, 생존율 35%를 기록했다. 이는 대조군의 무병생존율 7%, 생존율 5%보다 약 7배 높은 수치다.
이번 연구는 NK세포 수의 분화·증식 관련 원천기술 및 NK세포의 암치료 효력을 임상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난치성 암에 대한 새 치료법을 제시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폐암이나 간암 등 난치성암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최 박사는 “이번 연구는 난치성 암과 면역체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정립한 맞춤식 면역치료”라며 “더욱 발전된 융·복합치료용 바이오소재를 개발해 실제 암치료 및 희귀질환 등에 적용해야 한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암치료 분야에서 NK세포의 유용성을 처음 밝혀낸 임상연구로서 더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비교연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연구소의 연구성과를 병원의 환자 치료에 적용한 성공적인 협동연구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