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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갑상선암으로 목에 칼댄 환자 ‘과잉진료로 운다’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3-24 14:45:37
  • 수정 2014-03-26 13: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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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부, 불필요한 수술 줄이기 가이드라인 6월 발표 … 95%가 순한 유두암, 공포심에 수술대行

삼성서울병원 갑상선클리닉에서 의료진이 초음파로 갑상선암검사를 하고 있다.

‘착한 암’으로 알려진 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원인 중 하나로 ‘과잉진단’이 지목됨에 따라 정부 차원의 갑상선암 조기검진 가이드라인이 제작된다. 조기검진이 필요한 경우와 아닌 경우를 적시해 건강한 일반인이 갑상선암 검진을 받고 암 환자가 되는 일을 줄여나가겠다는 취지다. 현재 정부는 국가 암 검진 사업 대상인 5대 암(위·대장·간·유방·자궁경부)에 한해 조기검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굳이 수술받지 않아도 일반인과 생존율이 비슷하고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어 수술 여부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당장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쪽은 수술 후 갑상선기능 저하를 막기 위해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 고통과 부작용이 수술 효과를 상회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암이 전이될까봐 평생 불안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한번 수술하는 게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더 긍정적이라고 말하는 의사들도 있다. 이 사이에서 제대로 된 의학정보가 없는 환자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갑상선암 중 진행이 빠르고 악성인 역형성암은 한국인의 경우 발생빈도가 1% 미만으로 극히 드물다. 한국인에게 발견되는 갑상선암의 95% 이상은 대표적인 ‘거북이암’인 갑상선유두암이다. 이는 자신이 암환자라는 사실을 평생 모르고 산다고 해도 괜찮을 만큼 순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하지만 ‘암’ 자체에 대한 공포심에 결국 수술을 선택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갑상선은 열에너지대사 및 영양대사를 적절하게 유지시켜주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기능이 떨어지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졸리며, 두통이 생기고, 집중력이 저하된다. 추위를 더 많이 느끼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구역질이나 변비가 나타날 수도 있다.

갑상선암을 수술할 경우 갑상선의 일부만 절제하기도 하지만, 통째로 떼어내는 게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갑상선암수술을 받은 환자는 어쩔 수 없이 매일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만 한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박사는 “수술을 받으면 암환자라는 딱지가 붙게 되고 30~40년간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데다 수술 환자의 0.5%는 부작용으로 성대신경이 마비되기도 한다”면서 “이득 없는 수술”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갑상선암 환자는 매년 20% 넘게 증가해 발병률이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1년 갑상선 악성신생물로 인한 진료 청구건수는 입원 6494건, 외래 7만9515건이었으나 2011년에는 입원이 6만6974건, 외래는 86만6187건에 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갑상선암을 유발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원자력발전소 논란, 잦은 방사선촬영, 유전적 요인, 서구식 식단에 따른 비만 등 의심되는 요인은 많다. 일각에서는 생명과 무관한 무증상 환자들이 의사의 권유로 조기검진을 받은 뒤 암을 발견해 수술까지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환자가 급증한 주요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혹시 지나친 초음파검사가 암 자체를 유발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서홍관 박사는 “초음파검사 자체가 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고, 불필요한 검진을 굳이 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사실 갑상선암은 전이속도가 느려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환자에게 겁을 주는 바람에 수술을 결정하게 하는 등 과잉진단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어쨌든 조기발견 덕분에 국내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은 99.8~99.9%로 높다. 일반인의 5년생존율을 100%로 본다면 초기 진단된 갑상선암환자는 101%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진단법의 발달과 조기진단 붐이 갑상선암환자를 양산하는 데 한몫 했다. 기초진단에 주로 쓰이는 초음파검사 장비의 해상도가 좋아져 1㎜ 크기의 종양까지 찾아낼 수 있다. 과거에는 모르고 지냈을 문제인데 괜히 겁을 먹게 된다. 경각심을 세우라는 얘기에 목에 조금이라도 혹이 만져지거나 초음파 검사로 결절이 발견되면 암이 아닐지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적잖다. 대다수 환자가 조그만 혹도 수술받아야 안심하는 탓에 갑상선암 절제수술이 남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갑상선암수술 권고안에서는 갑상선에 생긴 결절이 전이된 징후가 없으면 결절이 5㎜미만일 경우 그것이 악성종양(암)이든 양성종양(혹)이든 상관없이 추가적인 진단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했다.

일본 노구치 박사는 2008년 ‘세계외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35년간 다수의 갑상선암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5㎜이하의 분화암은 증식·전이되지 않는 ‘재발없는 생존율’이 97%에 달했고 6~10㎜크기의 분화암도 86%나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재훈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도 “5㎜이하 분화암의 전이 및 악성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바로 수술할 필요가 없다”며 “6~12개월 단위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결절이 커지는지를 관찰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조기진단이 불필요하게 많은 환자를 양성하고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2~3㎜짜리 종양이더라도 겁에 질릴 수 있다.

실제로 수술받고 오히려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적잖다. 몇 년 전 갑상선암수술을 받은 김 모씨(42·여)는 수술 후 피로감에 시달리며 팔도 저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내 몸에 암세포가 있다니 불안해 수술을 결정했지만 돌이켜보면 위험하지 않은 암이라는데 굳이 잘라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수술 후 사실 더 피곤해져서 당황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비보험인 초음파검사비가 병원 수준에 따라 5만~15만원에 달하는데 비해 수술비는 건강보험 급여로 100만원 안팎이면 충분히 받을 수 있어 찜찜한 마음을 덜기 위해 수술을 택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아무리 착한암이라 하더라도 조기발견·조기치료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박정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일각에서는 ‘착한 암’이라고 부르지만 림프선에 전이됐다면 위험도가 커지고, 역형성암·수질암 등 미분화암인 경우엔 진행이 빨라 매우 위험하고 아주 조기에 발견된 경우에만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착한 암이라 하더라도 방치하거나 수술을 미루면 암의 성질이 나빠질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다.

류준선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은 “갑상선에 생긴 대부분의 혹은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그냥 둬도 상관없지만 10%는 공격적 성향이 있다”면서 “현재로선 공격적인 10%를 구분해 낼 방법이 없다 보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수술을 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으면 잠도 못 자고 불안에 시달리는 등 심리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며 “무증상 미세암의 수술을 반대하는 의사들도 갑상선암 환자 입장에서 수술을 미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검진으로 악성종양을 발견했다면 다행이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대다수의 ‘순한 암’인 갑상선유두암으로 진단된 환자는 심리적 고통과 수술후유증으로 고통받게 되는 셈이다. 선택은 환자의 몫이지만 무조건 검진부터 권유하고 보는 병원의 행태도 분명 문제가 있다.

서홍관 박사는 “세계 어느 나라도 증상 없는 사람들을 마구 검진해 암 환자로 만들지 않는다”며 “비정상적인 관행을 없애기 위해 합리적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국장은 “국민건강증진과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 적정한 검사 대상·주기·방법 등에 대해 국민에게 안내할 예정”이라며 “가이드라인은 올 6월 마련돼 전문가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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